비엔날레가 끝나면 모든 게 ‘제로세팅’

40일간 70억 이벤트 과연 누구를 위한 행사인가 지적도
옛 연초제조창 활용방안 성공해야 비엔날레도 가치 있다

2013-11-08     박소영 기자

한국 비엔날레의 오늘과 내일

1회 한국형 비엔날레의 현주소
2회 경기도자비엔날레를 가다
3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가다
4회 세계최고가 된 베니스비엔날레
5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대안제시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의 40일 이벤트는 끝이 났다. 이제 다시 전시가 열렸던 2만m²의 공간은 텅 비어있다. 올해로 14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여러모로 특이한 위치에 서 있다. 비엔날레가 보통 파인아트(Fine art)를 대표하는 축제인데 반해 청주비엔날레는 ‘공예’를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공예를 기반으로 한 비엔날레는 전세계적으로도 청주가 유일하다. 하지만 2009년부터 청주비엔날레는 공예의 현대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파인아트로 한 발짝 다가섰다. 이에 대해 한 작가는 “청주비엔날레는 공예적 요소가 읽혀지는 현대미술 작가를 초청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전략 자체가 좀 모호하고, 분명하지 않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확한 콘셉트가 나와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에 남는 게 없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왜 열려야 하며, 그간 지역사회에 무엇을 남겼느냐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올해로 제 8회째이며 14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올해는 국비 25억, 시비 25억, 자부담(입장료 수입 등) 20억 등 총 70억 규모였다. 수십억대의 대형미술축제가 2년마다 치러졌다. 그런데 과연 그 축제의 대상이 누구냐는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 K씨는 “막대한 예산이 과연 시민들에게는 어떠한 도움이 될 까 걱정스럽다. 고급화된 미술축제의 수혜자는 따로 있다. 특정 계층을 위해 이러한 축제를 지자체가 열어야 하는 것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작가 이창수 씨는 “대전은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지만 과학과 미술이라는 테마를 정하고 전체적인 지원방향을 짜고 있다. 청주는 공예 다음에 다른 게 떠오르지 않는다. 공예비엔날레의 목적이 불분명하다. 공예활성화가 목적이라면 공예가를 키웠어야 했는데 그렇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2년마다 70억원 돈이 쓰였는데 남는 게 무엇인가. 만약 비엔날레 행사를 최소화하고, 10명의 작가를 선정해 지원했다면 아마 전세계작가들이 너도나도 비엔날레에 참여하려고 할 것이다. 지금은 행사가 끝나면 작가도 남지 않는다. 행사를 위한 행사를 조직하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 비엔날레가 열리는 옛 연초제조창 전시장은 14만m²에 달한다. 올해는 2만m²에서만 전시가 열렸다. 이후 활용방안이 기대를 모은다.


2011년 이후 전환기 맞아

청주비엔날레는 2011년 옛 연초제조창이라는 전시공간을 얻게 되면서 날개를 달았다. 전시 작품보다 공간이 더 작품 같다는 평가도 있다. 올해 주제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 또한 결국 공간이 갖고 있는 철학을 대변하는 것이었다.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는 “비엔날레를 통해 옛 연초제조창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이번 비엔날레 때는 음악, 패션, 강연 등 다양한 장르와 결합하는 실험적인 행사를 열었다. 청주시의 미래자산으로서의 가치를 봤다”고 설명했다.

옛 연초제조창 외에도 동부창고 9개동, 그리고 첨단문화산업단지 등 총 전시공간은 14만m²에 달한다. 따지자면 이번 비엔날레 때 전시공간 활용은 1/7에 불과한 셈이다.

비엔날레 조직위 관계자는 옛 연초제조창 활용방안에 대해 “우선 확정된 것은 2015년에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이 들어서는 것이다. 옛 연초제조창 본관건물엔 비엔날레 상설관 및 클러스터 유치, 동부창고엔 시민창작예술촌, 첨단문화산업단지 활용 등이 이뤄진다면 청주시는 거대한 문화공간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도 이러한 규모를 갖춘 곳이 없다”고 말했다. 연초제조창 활용방안은 12월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할 것이며, 이후 국비 예산을 받아올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는 것이다. 이번 비엔날레 때 루이지 꼴라니씨가 방문해 제안한 ‘꼴라니 디자인 센터’는 현재 청주시와 꼴라니 측이 협약서 내용을 토대로 조율하고 있다.

옛 연초제조창이 갖고 있는 매력에 대해서는 전세계 관계자들이 공감했고, 또 다양한 장르의 박물관·미술관 관계자들마저 향후 교류를 약속하는 등 해외네트워크 부분에서는 성과를 냈다.

전문화된 조직 정비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이 청주시에는 없다. 청주시가 연초제조장을 활용해 소위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서는 시의 정책이 전적으로 연초제조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영국의 게이츠 헤드나 글래스고우, 그리고 테이트모던 프로젝트까지 성공한 배경에는 창조도시 콘셉트를 잡고 시정부가 예산 및 지원을 전적으로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모든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먼저 이번 비엔날레는 청주시문화재단의 전 인력을 투입해서 치렀다. 현재 청주시문화재단은 30여명. 비정규직으로 단기 인원을 고용해 약 50여명이 비엔날레 행사를 치렀다. 그 가운데 순수 비엔날레 조직위는 6~7명이다. 또한 그 가운데 미술을 전공한 사람은 2명이다. 실제 비엔날레 조직위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해외네트워크 담당자는 1명에 불과하다.

광주비엔날레가 재단법인을 꾸리고, 광주시에서 독립해 40~50명의 인원이 비엔날레를 운영하는 것과 많이 대조적이다. 청주시문화재단은 비엔날레외에도 이른바 각종 청주시 축제들을 대행하면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베니스비엔날레의 경우도 50여명의 전문가가 상시적으로 포진해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청주비엔날레는 내부 학예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외부 인력에 의존해야 하고, 우르르 인력이 빠져나가고 나면 남는 게 없는 것이다.

청주에 볼 것이 없다

그래서 베니스가 6개월, 광주시와 경기도가 보통 50일 정도 행사를 치르지만 청주시는 40일로 행사 기간이 제일 짧다. 인력 부분이 가장 큰 문제다. 또한 비엔날레를 보러 온 해외 전문가들은 청주에서 전시를 보고 난 뒤 그 다음 할 것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현대미술 독립큐레이터인 소피아 씨는 “작품의 수준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문화기획일을 하고 있는 알렉산드로 주인은 “전세계 관광객이 오려면 교통이 편리해야 하는데 너무 불편하다. 청주공항이 있지만 전시장에 접근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베니스 비엔날레의 경우 베니스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린다. 베니스는 베니스 비엔날레 외에도 건축비엔날레, 무용, 음악 행사가 열리고 5월에 카니발 축제가 열린다. 청주시는 비엔날레가 끝나면 모든 게 다시 제로로 세팅된다.

청주지역에서 활동하는 한 작가는 “청주비엔날레가 그동안 어떠한 아카이빙(Archiving)작업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지역의 무형문화재들을 초청해 전시장을 열어줬지만, 커피숍이 있는 공간에 자리를 잡아 한마디로 그 모습이 너무 초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올해 제1회 아트페어 행사가 열렸지만 참여작가들의 전시관 대관료를 차등으로 받는 등 논란이 됐다. 왜 장식미술인 공예품은 전시하고, 순수미술인 파인아트는 팔려고 하는 모습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비엔날레를 통해 공간의 가능성을 청주시민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 유수 미술관·박물관 관계자들과 공유했다는 것은 큰 자산이다. 이른바 변종 비엔날레인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일으킬 수 있는 파장을 기대해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됐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