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착한가게 ‘숨 막힌다’

도내 312곳 중 86.5% 식당 물가상승 압박 심해

2013-10-29     충청투데이
#1 청주 성안길에 있는 A 식당. 이 식당 입구에는 안전행정부가 선정한 '착한가격업소'임을 알리는 파란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이 식당의 지난해 점심메뉴 가격은 모두 5000원. 도내 비빔밥 평균가격인 5971원보다 1000원 가량 쌌다. 저렴한 가격 덕분에 손님도 많았고 몇몇 회사들은 아예 한 달 점심을 이 식당에서 해결하면서 매출이 올랐다.

하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도저히 5000원으로 장사를 할 수 없었던 이 식당은 올해 초 모든 점심메뉴 가격을 6000원으로 올렸다. 가격이 오르자 손님이 줄었고 거래하던 회사들도 식당을 옮겼다. 결국 이 식당은 최근 문을 닫고 말았다.

#2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의 한 고깃집은 최근 착한가격업소 지정이 취소됐다. 모든 메뉴의 가격을 1000원 이상 올렸기 때문이다. 이 고깃집의 삼겹살 1인분 가격은 9000원. 김치찌개백반도 5000원에 팔았다. 이 식당 주인은 "손님이 아무리 많이 오더라도 이 가격엔 본전조차 뽑기 힘들어 가격을 올렸다. 그동안 무조건 가격을 저렴하게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는데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하다"고 털어놨다.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안전행정부가 도입한 '착한가격업소'가 최근 원재료 가격 상승 압박 등으로 자진 취소하거나 업소 지정에서 탈락하는 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다.

28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시내 착한가격업소는 지난해 6월 91곳에서 이달 69곳으로 1년새 22곳이나 줄었다.

착한가격 업소선정 기준은 가격, 품질, 친절도 등이지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이다. 업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이 해당지역 평균가격보다 무조건 싸야 한다. 문제는 착한가격업소 대부분이 식재료값 인상 등으로 운영에 압박이 큰 외식업종에 집중됐다는 점이다.

이날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도내 착한가격업소 312곳 가운데 한식, 중식 등 식당이 270곳으로 86.5%에 해당한다. 이어 이·미용실 35곳, 세탁소 3곳, 목욕탕 2곳, 여관 2곳 순이었다.

청원(13곳), 영동(12곳)의 경우 착한가격업소가 모두 외식업체 뿐이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쓰레기봉투값 보조, 상·하수도요금 감면, 소상공인 정책자금 우선 대출 등의 혜택이 지원되지만 가게 운영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 보니 업소 주인들이 가격을 인상해 착한가격업소 지정을 자진 취소하거나 탈락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긴 장마와 폭염으로 채소값 등이 오르면서 가격 인상 압박을 더 받고 있는 실정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사람들이 착한가격업소를 많이 찾도록 알려야 하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