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검도 선수, 조각칼들고 50대 솟대 작가로

청주첨단한방병원, 신광식씨 ‘작은 솟대 전시회’ 작품 판매까지 대박

2013-10-24     권혁상 기자

한때 충북을 주름잡던 검사(劍士)가 늦깎이 목공예가로 변신했다. 중고교 시절 검도 도 대표 선수로 활약했던 신광식씨(51)가 생애 첫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 14일부터 오는 11월 20일까지 청주시 육거리 부근 청주첨단한방병원에서 ‘작은 솟대 전시회’를 하고 있다.

▲ 신광식씨(왼쪽)와 한득환 부원장(오른쪽).

신씨의 솟대는 전시회 이름처럼 작고, 앙증맞고, 장식미가 뛰어난 특징이 있다. 기골이 장대한 솟대 작가의 모습과 영 어울리지 않아 궁금증이 인다. “병원 로비다 보니 큰 작품을 전시하긴 곤란하고 소품들을 골라서 30여점 내놨다. 2002년께 주역을 공부하신 지인이 솟대를 애장하고 있길래, 내가 직접 만들어 볼까 싶어서 시작했다. 하다보니 재미를 붙여 10년째 하고 있는데 직업작가도 아닌데 개인 전시회를 열게 돼 부끄럽다”

신씨의 겸양지덕과 달리 타고난 손재주가 알려지면서 몇몇 지자체의 주문을 받아 솟대를 납품하기도 했다. 청주 것대산 옛길, 진천 혁신도시 역사공원, 온양온천 선사공원, 인천 청나쉼터 등에서 신씨의 키큰 솟대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는 서예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 곁에서 일찍 서각까지 익히면서 조각칼 쓰는 법을 터득했다. 하지만 자신의 소질을 묻어둔 채 신문방송사 영업, 골프연습장 운영 등 40대까지 먹고사는 일에 쫓기며 지내야 했다.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갖고 골프 개인지도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솟대 만들기에 빠져들면서 남일면 주민자치프로그램 강사로 출강하는등 목공예 지도강사로 탈바꿈했다.

“더 나이먹기 전에 내가 하고싶은 일에 전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주변 분들이 칭찬하고 격려해 주시니 더 힘이 났다. 이젠 작품이라고 주문도 들어오고 소품도 장식용으로 찾는 분들이 늘어나 자연스레 전업이 됐다. 흥미를 갖고 집중력을 발휘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고 만들 수 있다” 100여점의 솟대 작품을 갖고 있는 신씨는 이번 전시회에서 10만~30만원의 착한 가격으로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미 절반이상의 작품에 주문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요즘같은 불경기를 감안하면 대박을 기록한 작품 전시회 라고 할 수 있다.

친구인 신씨를 설득해 전시회를 성사시킨 청주첨단한방병원 한득환 부원장은 “작품에 쏟는 열정과 작품 자체의 미적 감각이 돋보여서 병원 로비 전시를 적극 권유했다. 지난 번 짚공예처럼 병원 내방객들이 부담없이 감상할 수 있는 생활 미술작품 전시를 펼쳐나가겠다. 문화가 함께 숨쉬는 친근한 병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