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이 뭐길래…이사진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

충북노회 “우리가 학교의 사유화를 막아야 한다”주장
세광학원 “이사회가 파행 없이 잘 운영돼 왔다”반박

2013-05-08     박소영 기자

세광학원의 빛과 그림자
한때는 친구였지만 지금은 적

학교법인 세광학원과 청주제일교회, 충북노회의 실타래는 단단히 얽혀있다. 그간 청주제일교회 장로가 곧 세광학원의 교장과 교감을 맡았고, 이들은 또한 충북노회 회원이다. 같은 소속이면서도 다른 소속인 이들의 관계는 지금 많이 비틀어져있다. 바로 이사장과 이사회 선임을 놓고 의견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대개의 기독교 사학과 학교법인이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세광학원의 이사장은 조성훈 전 정무부지사이다. 이사는 이사장 포함 10명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에 따라 총 이사 가운데 교육경력자가 1/3이상, 개방형 이사가 1/3이상이어야 한다.

이사로는 이쾌재 전 이사장, 임광의 전 서청주교회 목사, 유희수 충북대 교수, 이승렬 세광중학교 교장, 김우경 전 강외초 교감, 정훈교 한신대교수, 이창호 전 동부경찰서 수사과장, 정권모 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연구소장, 이영진 전 조흥은행 지점장 등 10명이다. 개방형 이사로는 정권모, 이영진 씨가 들어와 있다. 단 한명의 개방형 이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장교단의 장로나 목사 출신이다. 정관에 그렇게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 학교법인 세광학원을 놓고 충북노회 목사들과, 학교법인, 청주제일교회 일부 교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차가 크다. 충북노회 목사들은 이쾌재 전 이사장이 장기집권하면서 “학교를 사유화했다”고 주장하고, 학교 측과 청주제일교회 일부교인들은 “현 이사진들이 아무런 파행없이 잘 운영해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쾌재 전 이사장 놓고 엇갈린 평가

논란의 주인공은 이쾌재 전 이사장이다. 그는 1984년부터 2012년까지 이사장을 맡았다. 무려 28년간 학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사실상 세광학원을 명문사학으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쾌재 전 이사장은 1983년 청주제일교회 당회장(담임목사)을 맡아 2003년까지 역임하며 세광학원 뿐만 아니라 청신야학을 비롯한 청주YWCA·YMCA, 청남초 등을 태동시킨 민주화운동사의 큰 어른이다. 하지만 후배들인 충북노회 소속 목사들은 “이쾌재 이사장이 제일교회를 떠나면서도 세광학원 이사장직을 10년 가까이 맡은 것”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2012년 7월 충북노회 내 존재했던 ‘세광학원 발전위원회’를 ‘세광학원 현안대책 전권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이러한 문제를 공론화한다. 세광학원현안대책전권위원회 관계자는 “이쾌재 이사장이 장기집권을 통해 학교법인을 사유화하려고 했다. 충북노회 차원에서 이사장 퇴임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일선에서 물러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2011년 7월 이사회 정관개정을 통해 설립자로 ‘충북노회’가 명문화된 것도 이러한 논리를 펴는 촉매제가 됐다. 실제 청주제일교회 교인들이 초창기 재산을 헌납해 지어졌지만 설립자로 명문화돼있지는 않다. 다만 청주제일교회가 설립자로서 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빛학사, 우리가 건립비용냈다”

청주제일교회 교인들은 이에 대해 “굳이 청주제일교회가 설립자라고 나서고 따질 필요가 없다고 본다. 세광학원은 제일교회가 세웠고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후원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실제 97년 한빛학사를 지어준 것도 당시 이쾌재 전 이사장이 청주제일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면서 결정한 사항이다. 3억 4000만원을 후원했다. 지난해에는 학교 내 수학관을 짓는데 건립비용 4억원을 내놓았다.

충북노회는 3년 전부터 세광학원에 학교 부담금 명목으로 1년에 2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충북노회에는 기장교단 소속 교회 107개가 있다.

▲ 한빛사학은 97년 청주제일교회에서 건립비용 전액을 후원에 지어졌다.

세광학원 이사회 구성을 놓고 지금 충북노회와 현 이사회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세광학원 정관 내 시행세칙에 따르면 이사회 선임을 놓고 충북노회 2명, 제일교회 2명의 일종의 ‘할당’이 있다.

지난해 충북노회에서는 당시 이사들이 임기가 끝나 자리가 생기자 청주제일교회 담임목사인 B씨를 추천한다. 하지만 이사회에서 부결됐다. 그러자 청주제일교회 몫으로도 담임목사인 B씨를 또다시 추천했지만, 마찬가지로 부결됐다. 이사회에서는 직권으로 유희수 제일교회 장로이자 현 충북대교수를 임명했다. 이를 놓고 충북노회가 발끈했다. 충북노회를 이에 대해 충북도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그 결과 “정관이 아닌 시행세칙에 따른 내용은 진정 사항이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었다.

세광학원현안대책전권위원회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명시된 시행세칙마저 이사회에서 부결되는 사항을 보면서 세광학원이 전 이쾌재 이사장을 비롯해 소위 ‘자기사람’들로 채워진 것을 더 느끼게 됐다”며 “학교 사유화를 막기 위해 목사들이 양심을 걸고 총대를 멜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세광학원 관계자는 “이사회로 추천했다고 해서 모두 이사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당연히 민주적인 절차를 따라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10명의 이사 가운데 청주제일교회 몫으로 이쾌재, 유희수 이사가 들어가 있고 충북노회 몫으로는 김우경 이사가 있다. 충북노회 한자리는 충북노회에 추천을 요구한 상태다.

충북노회 목사들은 세광학원이 전 이쾌재 이사장이 장기집권하면서 사유화됐고, 앞으로도 사유화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이사장과 관련된 인물이 학교에 근무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쾌재 이사장의 둘째며느리가 세광고등학교의 행정실장을 맡고 있고, 임광의 이사의 아들이 현 세광중학교 교목을 맡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세광학원 관계자는 “청주제일교회와 세광학원의 특수한 역사를 인지한다면 그러한 말은 설득력이 없다. 1950년대 교사 월급도 주지 못할 정도로 열악했고, 교사를 구하기 어려워 청주제일교회 교인들이 교사로 나섰다. 현재 세광학원 내에 청주제일교회 출신들이 제일 많은 것도 그 이유이다. 30~40명 정도가 있다. 이쾌재, 임광의 이사들의 자녀, 며느리만 학교에 있는 게 아니다. 역대 이사장들의 자식들 또한 시간이 흘러 교장, 교감, 행정실장에 올랐다”고 반박했다.

명문사학으로 성장했다

세광학원은 2010년 사학경영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를 받아 충북도교육청으로부터 인센티브를 받기도 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대를 가장 많이 가는 일반계 학교 가운데 전국 7위를 기록하는 등 세광고가 명문사학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학교 측 뿐만 아니라 일부 청주제일교회 교인들은 “세광학원이 이사장의 방만한 운영으로 파행을 겪어왔다면 목사들의 논리가 맞겠지만 그동안 잘 운영돼 왔고 최고의 명문사학으로 성장해왔다”며 “이쾌재 이사장 또한 제일교회 담임목사를 내려놓는다고 해서 세광학원 이사장을 그만둘 법적인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쾌재 이사는 올 12월에 임기가 끝난다. 최근 정관개정에 따라 이사들의 임기는 4년이며 1번 연임이 가능하다. 이쾌재 전 이사장은 “기사가 보도되면 학교에 좋지 않은 이미지를 줄 수 있다”며 인터뷰를 거부했다. 이쾌재 전 이사장은 충북노회 목사들에게 일전에 서신을 보내 “사유화라면 왜 내가 나서 이사 임기를 제한하고, 또 충북노회를 공식적인 설립자로 내세웠겠는가”라며 심경을 밝혔다.

*그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

충북노회 세광학원현안대책전권위원회
“이쾌재 전 이사장의 장기집권으로 학교가 사유화…
둘째 며느리가 세광고 행정실장, 임광의 이사 아들은 세광중 교목…
이사장들의 자기사람 심기로 학교를 장악할 우려”

제일교회 일부 교인들, 세광학원
“제일교회 출신들은 특수한 역사성 때문에 이미 학원 내 포진…
역대 이사장들의 아들 또한 교장․교감을 역임, 사유화는 어불성설…
그동안 이사회 운영에 파행이 없었다, 뭐가 문제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