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행사 동원 너무 심한 것 아냐?

충북도,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 입장권 판매·행사홍보에 올인
관람객 목표수 100만명 너무 과해 여론···성과 시상금도 티켓으로 지급

2013-03-04     홍강희 기자
▲ 서울에서 열렸던 화장품박람회 D-200 기념행사.

충북도가 ‘2013 오송화장품뷰티세계박람회(이하 화장품박람회)’를 앞두고 행사 홍보 등에 공무원들을 지나치게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충북도·식품의약품안전처·청주시·청원군 등 4개 기관은 오는 5월 3일~26일 KTX 오송역 일원에서 박람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를 주도적으로 끌고가는 충북도는 관람객 100만명 유치를 목표로 내걸었으나, 목표가 너무 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시종 지사는 올해들어 화장품박람회에 올인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 일을 앞장서 챙기고 있다. 신진선 행정부지사도 지난 24일부터 3월 1일까지 베트남·태국·필리핀으로 박람회 홍보차 출장 중이다. 최근 도정이 박람회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보니 직원들은 박람회 홍보와 입장권 판매에 조직적으로 동원될 수밖에 없다. 충북도가 주최측이라 직원들이 어느 정도 대외 홍보는 할 수 있으나 문제는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현재 충북도·청주시·청원군 3개 지자체는 공무원 57명을 파견해 화장품박람회조직위를 구성했다. 이 조직위는 홍보부를 따로 두고 별도 홍보를 해오고 있다. 그런데도 도는 2월 초 실·국별 홍보단을 조직했다. 도에 따르면 서울-균형건설국, 부산-보건복지국, 대구-바이오산업국, 인천-충북도립대 등으로 한 개 실·국이나 기관이 한 개 시·도를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행정국은 지난 14일 충북도·청주시·청원군·민간단체 회원 등 40여명으로 홍보단을 구성해 세종시와 조치원읍사무소, 민간단체 사무실 등을 찾아다니며 화장품박람회를 홍보했다. 이어 조치원역에서 기차 승객들을 상대로 홍보 전단지를 돌렸다. 다른 실·국도 이런 형식으로 찾아가 홍보하는 것이나 이것이 얼마나 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도 관계자는 “5월 이전에 해당 시·도를 3~4번씩 방문해서 박람회를 홍보하면 된다. 언제, 어떻게 할 것인가는 자율적으로 하도록 했다”고 말해 여러 차례 방문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 도는 홍보단을 보낸 뒤 실, 국별 입장권 판매실적을 공개하고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아울러 화장품박람회조직위에도 공무원들을 대폭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3월 중 28명, 5월 중 78명을 차출해 보낼 것으로 소문이 나자 너무 과한 것 아니냐며 여기저기서 불평들이 나오고 있다.

도 산하 단체도 동원
그런가하면 도는 2012년 부서 성과관리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최근 87개 가운데 최우수 5개, 우수 5개 부서를 선정했다. 계획에 따르면 최우수 부서에는 상패와 시상금 250만원, 우수 부서에는 상장과 시상금 110만원을 준다는 것이나 시상금의 50%를 화장품박람회 입장권으로 대체한다는 것. 그러자 직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각 과에서 관리하는 기관·단체 등도 동원된다. 식품의약품안전과는 식품의약품관련 단체, 체육진흥과는 체육관련 단체, 노인장애인과는 노인장애인관련 단체에 티켓을 팔아야 한다. 이런 도 산하 직렬별 단체들은 충북도로부터 예산을 받아 모른 체 할 수 없다. 충북도는 한 예로 건축관련 단체를 대상으로 체육행사와 화장품박람회 관람의 날을 별도로 운영하고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박람회 성공을 위한 협약식을 계획하고 있다. 다른 단체에게도 역시 이런 부담을 주고 있다.

화장품박람회는 예산 250억원이 투자되고 24일간 열리는 대규모 행사임에 틀림없다. 개최 장소인 오송은 생명과학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6대 국책기관이 모여있는 바이오산업 집적단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은 바이오산업의 한 분야이기 때문에 오송이 박람회를 통해 화장품의 연구·개발·생산·유통·뷰티산업의 중심지로 발돋움 하도록 한다는 게 충북도의 계획이다. 특히 ‘K-Pop’처럼 ‘K-Beauty’를 선보여 화장품산업을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 신진선 행정부지사(가운데)는 베트남에서 화장품박람회 홍보 설명회를 열었다.

박람회도 단체장 치적쌓기용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박람회를 통해 오송의 바이오·메디컬 인프라를 세계에 알리고, 관련기업과 연구시설을 집중 유치해 오송을 기능성 화장품·뷰티산업의 메카로 만들려고 한다. 충북은 화장품 업체수로 볼 때 전국 3위, 생산량으로 볼 때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정도면 박람회 할 만 하지 않은가”라며 “행사를 기획한 이상 성공해야 한다. 성공의 잣대는 관람객 수다.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실패한 행사라고 언론에 얻어맞는다. 성공이 먼저이고, 비판 당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국비받고 실패하면 다음에는 국비받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은 귀찮으니까 불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원하지 않으면 관람객을 채울 수 없다. 성공한 행사라고 이름난 것도 뒤로는 모두 동원한다. 동원하더라도 큰 행사 치르면 이를 계기로 지역이 화합하고 활력이 생긴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공무원들은 내놓고 말하지 못하나 불만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에 공식 반대의견을 내놓은 쪽은 전공노 충북본부이다. 도는 공무원 1인당 20장씩 계산해 도내 시·군에 입장권을 내려보낼 계획이었으나 전공노 충북본부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자 부단체장들에게 입장권 판매 임무를 부여했으나, 부시장·부군수들도 노조 눈치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모 씨는 귀띔했다. 현재 도내 시·군 중 입장권이 전달된 곳은 제천·영동·단양군 정도이다. 3개 시·군도 총무과나 자치행정과에 입장권을 갖다놓고 원하는 사람만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전공노 충북본부 관계자는 “역대 어느 행사보다 충북도가 공무원들을 동원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입장권을 강매하면 바로 문제삼을 것이다. 업무와 관련된 단체에 입장권을 떠넘기는 것도 해서는 안된다. 이들 단체들은 행정기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입장권을 사는데 이건 민폐다”고 주장했다. 한편 항간에는 이 지사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박람회에 올인하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얼마전부터 도청내 사무실 출입문과 화장실 안에는 ‘도정성과 5관왕의 금자탑을 쌓았다’는 홍보물을 붙여놓는 등 선거용 활동이 부쩍 늘었다. 이 행사 또한 이 지사의 치적으로 쌓기 위해 지나치게 공무원을 닦달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역인사 모 씨는 “자치단체장들이 축제나 행사를 좋아하는 이유는 가장 손쉽게 얼굴을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송과 화장품박람회 연결은 좋으나 지나치게 높은 목표를 잡고 관람객 동원에 올인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다. 그보다는 이 행사가 끝난 뒤 화장품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 행사 후의 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하지 않겠나”고 꼬집었다. 행사 성공을 관람객 몇 만명을 유치했느냐로 따지는 성과주의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