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프랜차이즈도 무섭지 않다”
고품질 전략으로 성공한 바누아투 과자점
가입회원만 8000명, 이용고객 1만명. 대형마트 이야기가 아니다. 청주를 대표하는 제과점으로 자리 잡겠다는 당찬 꿈을 꾸는 동네 빵집 이야기다. 복대동 아파트 단지 인근에 위치한 ‘바누아투 과자점’ 창업 2년만에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며 자리를 잡았다.
길 건너편에는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있고, 인근에는 현대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들어섰다. 언뜻 보면 악조건이다. 대형마트가 들어설 때는 잠깐 매출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이내 정상궤도로 올라섰다. 프랜차이즈에 치어 동네 빵집이 멸종 위기에 몰린 지금, 바누아투의 성공요인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바누아투 제과점을 운영하는 박용주 씨는 청주에서 제과점 일선에서 근무하는 유일한 제과기능장이다. 이력도 화려하다.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것은 물론 국가기술자격시험 감독위원이기도 하다. 또 일본 동경제과학교를 수료하고 3년간 일본의 유명 과자점에서 근무하다가 직원만 100명이 넘는 천안 뚜쥬루 과자점의 총 책임자로 근무하기도 했다. 한 경제지에서는 신지식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박 대표는 개업 당시부터 이 같은 점을 부각시켰다. 바누아투 매장 입구에 있는 ‘대한민국이 인정한 빵·과자의 달인, 제과기능장의 집’이라는 동판이 눈에 띈다. 박 대표는 자신의 기술력과 프랜차이즈 제과점과 차별성을 둔 고품질 전략으로 승부를 걸었다.
박 대표는 “요즘 소비자들, 특히 젊은 엄마들의 선택이 까다로워졌다. 내 아이가 먹는 것인 만큼 싼 것보다는 좋은 것에 손이 간다”고 설명했다. 곧 이어 그는 자신이 만든 빵과 과자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모든 제품은 직접 반죽을 하고, 천연 효모를 사용한다. 또한 우유에서 추출한 생크림을 사용하고 그날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그날 굽는다. 그마저도 갓 구운 빵이 맛있기 때문에 3번에 나눠 굽는다. 또 있다. 그날 판매하지 못한 빵은 다음날 50% 할인해 판매한다. 한결같이 프랜차이즈의 단점을 공략한 것이다.
좋은 재료로 좋은 빵을 만든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것도 남다른 전략을 세웠다. 매주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재료비만 받고 제과교실을 연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제과교실을 통해 바누아투 과자점이 얼마나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지 소비자들에게 직접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초창기보다 매출은 30%가량 늘었고, 직원 수만 14명에 이른다. 이들 또한 대부분 프로들이다. 매장 벽면 한편에는 바누아투 소속 제빵사들이 받은 상장들로 가득하다. 지난 2년간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해 10여개의 상을 받았다.
박 대표는 바누아투를 대전 성심당, 천안 뚜쥬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과자점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그는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매장 수는 최대 3개 정도다. 지금도 청주는 물론 인근 도시에서도 빵을 사러 일부러 나오는 분들이 많다. 본점이 목표했던 만큼 매출을 달성하면 바누아투 빵을 쉽게 사 드실 수 있도록 직영점을 2곳 정도 더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대표는 제과점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창업자들에 대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최소한 제과제빵만큼은 프랜차이즈가 시장을 석권할 수는 없다. 많은 퇴직자들이 준비도 없이 제과업에 뛰어들지만 무모한 짓이다. 제과점을 하고 싶다면 충분한 준비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설 명절이 기다려지는 전통시장 사람들
가경동 터미널시장 터줏대감 ‘삼성사’ ‘명동떡집’
가경동 터미널시장은 육거리사장과 더불어 청주에서는 가장 활기가 넘치는 전통시장이다. 20년간 시장을 지켜온 상인들은 잇단 대형마트 진출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희망도 가지고 있다.
터미널 시장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인 ‘명동떡집’ 주인은 이름을 밝히길 꺼려했다. 그는 “한창 경기가 좋을 때는 하루에도 여덟 가마니의 떡을 해냈다. 지금은 이런 말을 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주인의 말에 의하면 터미널시장의 최고 전성기는 2007년이다. 당시에는 모든 상인들이 신나게 장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터미널시장이 처음 생길 때 10평 남짓한 가게에서 두 딸을 키우며 내복 등 잡화를 팔았다는 이순주 씨(55·삼성사)는 13년만에 30평 건물을 사서 가게도 넓히고 두 딸도 장성시켰다. 이 씨는 “2004년 홈플러스 청주점이 들어왔다. 그 영향으로 매출이 20% 줄었고, 2009년 24시간 영업을 시작하면서 또 20%는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터미널시장 상인들은 홈플러스 청주점 앞에서 벌인 철시투쟁에도 참여했고, 비하동에 롯데마트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농성도 했다. 명동떡집 주인은 “결국 아무것도 막은 것이 없다. 소비자들이 편한 곳에서 쇼핑하고 싶어하는 걸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예전 아줌마와 요즘 아줌마는 다르다.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하면서도 “그래도 노력은 해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터미널 시장은 고객들이 즐겁게 쇼핑할 수 있도록 음악방송 등 자체 방송국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5000원 구매고객에게 100원의 캐쉬백을 돌려주는 쿠폰도 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자구노력이 그나마 터미널시장의 현재를 지탱하고 있다.
이순주 씨는 “한 달에 쿠폰값으로만 20만원 이상 나간다. 하지만 그 쿠폰을 사용하려고 다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에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의 가계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 양말 한 켤레, 내복 한 벌을 사는 손님들이지만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이 씨는 “날이 추워지면서 유동인구는 많이 줄었지만 예년과 비교해보면 점점 이용객이 늘고 있다. 특히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나오는 젊은 주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명절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다. 전통시장 상품권이 효과를 보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명동떡집 주인은 설 명절이 기다려진다. 설날 떡집 최고 인기 상품은 당연히 가래떡이다. 이 주인은 “소고기가 비싸면 가래떡도 덜 팔린다. 올해는 소고기값이 싸다. 열 가마니는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80kg이 한 가마니이니 800kg의 가래떡이 팔릴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시장상인들은 가격은 대형마트와 비교할 수 없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명동떡집 주인은 “800g 한 봉지에 3000원짜리가 마트가면 4000원이다. 떡은 가격경쟁이 되지 않는다. 소비자들도 알지만 일부러 시장을 나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