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휘청거리니 X 가 됐네
2013-01-10 이재표 기자
글: 이재표 · 글씨: 김재천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적십자회비 집중 모금이 시작된 지난달 4일 이후 충북적십자가 한 달여 동안 모금한 회비는 5억1000만원이다. 이는 목표액 16억500만원의 31.8%. 해마다 1월 초까지 목표액의 45% 정도가 걷혔던 걸 고려하면 올해 이맘때 7억2000여만원이 모금됐어야 한다.
지로용지를 나눠주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전공노 충북본부가 지난해 11월27일 기자회견에서 “공무원들이 적십자 회비 모금에 동원되는 것은 잘못된 관행(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며 협조 거부를 선언한데 이어 통·이장들 사이에서도 이상기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모금 개시 한 달만인 지난 3일에야 지로용지 배부가 마무리됐다.
이달 말까지 남은 기간은 20일. 그러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이시종 지사가 지난달 간부회에서 “모금에 적극 협조하라”고 지시했으나 약발이 먹히지 않은 셈이다. 그동안 공조직에 편승해 ‘땅 짚고 헤엄치기’를 했던 것일까? 충북적십자는 지난해 8월, 도지사가 추천한 인물을 회장으로 뽑아온 관례를 깨고 경선을 통해 현 성영용 체제를 출범시켰다.
이로 인해 도와 적십자 사이의 앙금이 깨끗하게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회비 모금 부진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정치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복잡한 속사정은 그들의 몫이라 할 수 있지만 모금 부진으로 인해 긴급구호 등 적십자 본연의 업무가 차질을 빚게 될까 염려스럽다.
아니 그 이전에 적십자는 16억원에 이르는 회비의 사용처 등을 대중에게 공개함으로써 회비 모금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부터 형성하는 게 어떨까? 공무원 동원에 대한 법률시비는 비단 올해만의 특수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