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피했더니 페이퍼컴퍼니가 ‘발목’
농수산물도매시장 점포 낙찰 파장
낙찰받은 (주)건웅건설 이사 고모씨, 대전 노은시장에서 J수산 운영해
상인 조합 “J수산 현재 대전시와 소송 중, 청주 접수하러 왔다” 의혹도
2012-11-29 박소영 기자
사실 농수산물도매시장 입찰에 대상이나 청정원 등 대기업 응찰한다는 소문이 돌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경실련과 상인조합 등 시민사회가 대기업 응찰 제한을 요구했고, 시가 받아들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낙찰자는 뜻하지 않게 자본금 3억원 규모의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지역의 건설회사였다. 이에 우현배 농수산물 도매시장상가 협동조합장은 “지역의 유통업계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대기업만 막을 생각을 했지, 이런 일이 벌어질 지 아무도 몰랐다.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다”고 답했다.
54개 점포 예정가 3배 써서 낙찰
(주)건웅건설은 농수산물도매시장 상가 54점포와 면적 5162㎡의 사용·수익허가 일반 입찰에서 예정값(1년 사용료·2억7100만원)의 270%인 7억3100만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이 업체는 낙찰 통보를 받으면 수산·편익상가동을 2015년 12월25일까지 3년 동안 쓸 수 있다. 이후 2년 연장이 한번 가능하나 이는 시장의 재량권이다.
54개 점포 상인들은 이번 낙찰을 대비해 협동조합을 결성하고, 입찰 예정값의 배에 가까운 4억5000만원대를 써냈으나 떨어졌다. 현행법 상 점포의 전대(전세임대), 권리양도·설정 등을 제한하고 있어 상인들은 시장을 떠나야 한다. 우현배 조합장은 “시장밥을 20~30년 먹은 사람들이 갈 곳이 어디있겠는가. 상인들은 끝까지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낙찰이 취소되지 않는다면 생존권 싸움을 벌일 것이다”고 대답했다.
공사수주경력없는 건웅건설
상황이 이렇자 상가조합은 (주)건웅건설의 실체에 대한 의혹을 즉각 제기했다. (주)건웅건설은 2010년 9월 13일 법인은 등록했고, 2011년 5월 3일 수산물도소매업을 추가했다. (주)건웅건설은 충북주택협회에 등록은 돼 있지만 한 번도 공사를 수주한 적이 없다.
뿐만 아니라 (주)건웅건설의 이사로 등재돼 있는 고모씨의 경우 대전 노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 있는 J수산의 공동대표로 현재 대전시와 명도소송 중으로 밝혀졌다. J수산은 노은시장 내에서 수산상가 3382㎡를 낙찰 받아 2007년 7월부터 5년 동안 사용했지만 지난 7월 낙찰에서 떨어졌다.
하지만 J수산은 노은시장을 떠나지 않고 버티고 있어 대전시가 소송을 진행했다. J수산이 노은시장에서의 1년 사용료(낙찰가)는 9억 9000만원이었다. 대전 노은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수산업체가 청주로 오게 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청주농수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5162㎡에 낙찰가는 7억 3100만원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 데다 심지어 다농이 있어 이른바 대형마트 사업까지 펼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사무실이 빌라인 것과 사업수주가 한건도 없는 것에 대해 묻자 그는 “2010년 특수목적법인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전부터 수산물과 공산물 유통업을 해왔다. 일주일 전 온비드 시스템을 통해 농수산물도매시장이 매물로 올라온 것을 알고 당시 갖고 있는 법인인 (주)건웅건설로 냈다. 공개경쟁입찰에 맞춰 서류를 냈고, 최고가 입찰 원칙에 따라 선정됐을 뿐이다. 상인들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적법하게 낙찰 받은 업체를 청주시와 여론이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음 주 내로 10억 증자를 벌일 것이고, 자본금 또한 넉넉하게 있다. 건설이라는 상호명도 수산으로 변경할 것이다”고 답했다.
최고가 낙찰 폐해 막을 길 없나
이번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상가는 최고가 낙찰방식이었다. 개인, 조합, 법인이 다 응찰할 수 있다. 따라서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사람이 되는 구조다. 이를 막기 위해 박상돈 시의원을 비롯한 몇몇 재정경제위원들은 “일괄입찰이 아닌 개별입찰을 통해 세수를 확대하고, 시장에 새롭게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는 개별입찰 방식이 아닌 일괄입찰로 진행했고, 말 그대로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개별입찰 방식을 반대했던 것은 사실상 청주시와 상인들이었다. 상인들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였고, 청주시는 개별점포를 일일이 입찰에 부치는 것이 행정력 낭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고가 입찰의 폐해는 빗겨나갈 수 없었다. 이번 입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 입찰 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진행했다.
이를 우려해 상가조합은 낙찰을 원하는 업체에 시장 운영계획서를 받으라는 요구를 청주시와 시설관리공단에 수차례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주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현행 공유재산 등 관리 등에 관한법에서는 수입에 관한 공개입찰에서는 제안서를 따로 받을 수 없게 돼 있다”고 답했다.
따라서 상인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시는 뒤늦게 법리·절차·응찰자격 등의 심사에 나섰다. 만약 시가 낙찰 취소 통보를 내린다면, (주)건웅건설이 소송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혼란은 당분간 가중될 것이다.
한편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1988년 개장했으며, 청주수산이 2001년까지 운영하다가 청주시에 기부채납한 뒤 시와 상인이 수의계약 형태로 운영해왔다. 수의계약일 때는 재산평가액에 따라 최저 21.28㎡에 1년 사용료가 115만원으로 한 달에 채 10만원도 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