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정답 ‘축제’
비슷비슷한 전국 축제 너무 많아…충북만 해도 51개
수원화성문화제·인천소래포구축제·태백산눈축제·금산인삼축제·하동야생차문화축제·양양송이축제·천안흥타령축제·논산시 강경발효젓갈축제·진도신비의 바닷길축제 등등. 오죽 많으면 ‘축제마당’ ‘축제닷컴’ 같은 축제사이트까지 생겼을까. 전국의 축제 수는 너무 많아 정확한 통계치도 없다. 충북지역만 해도 충주사과축제·보은대추축제·청원생명축제·청주직지축제·영동난계국악축제 등 51개나 된다.
지금 가을국화를 테마로 축제를 하는 곳도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청원 문의 청남대에서 국화축제를 한다고 하도 홍보를 하길래 지난주 다녀왔다. 그러나 너무 실망스러웠다. 여러 가지 색의 가을국화를 심어놓은 비닐하우스 1개동이 있을 뿐이었다. 국화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종(種) 이었다. 그러면서 축제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축제 없애기는 어려워도 만들기는 쉬워
아무리 우리나라 사람들이 흥이 많은 민족이라고 하지만 이건 아니지 않은가. 더욱이 이렇게 축제가 많은 이유는 국민들이 원해서가 아니다. 바로 자치단체장의 욕심에서 나온다고 볼 수 있다. 단체장은 축제를 없애기는 어려워도 만들기는 쉬워 축제를 갈수록 양산해내고 있다.
단체장이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의심받지 않으면서 주민들에게 인심을 베풀 수 있는 것으로는 축제만한 게 없다. 그러다보니 특산물축제는 벌써 만들었고, 이제는 없는 내용까지 꾸며 축제를 만드는 세상이다. 물론 몇 몇 축제는 칭찬할 만하다. 예산은 적게 들이면서도 주민들의 통합을 이끌어내는 것도 있다. 내용을 잘 살려 특화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것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에 먹고 놀자판이고 볼 만한 게 없다. 특히 비싼 돈 주고 가수 불러오는 것이 못마땅하다. 몇 천만원씩 써가며 꼭 인기가수를 무대에 세워야 하는지 궁금하다. 충북도가 지난 10월에 열었던 ‘중국인유학생페스티벌’도 한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중국유학생이 많다고 하지만 프로그램은 이들을 감동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백화점식으로 나열하고 인기가수 공연을 했을 뿐, 이들에게 한국문화를 느끼게 해주는 건 별로 없었다.
결론적으로 말해 축제를 대폭 줄여야 한다. 자치단체장의 낯내기 용으로 전락한 축제는 주민들에게 아무 감동을 주지 못한다. 예산만 축내고 말 뿐, 끝나고 나면 아무 것도 남는 게 없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평가해서 예산을 차등 지원하는 것으로는 축제가 정리되지 않는다.
그 예산 안받고 말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다 강력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통폐합시켜야 한다. 충북도내 축제도 차제에 평가해 정리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충북도가 주관해 이런 자리를 만들길 바란다. 이대로 가다가는 공무원들이 축제 뒷바라지 하다 시간 다 보낼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