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전문성 강화에 도움” 한목소리
도입 3년째… 혜택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론 학생에게 도움
제도 홍보 부족 … 교원평가, 성과위주 탈피해 유연성 필요
2012-08-01 염귀홍 기자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81-325실,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된 중등교사들이 평소 공부하는 공간이다. 연구실이 생긴 지 4개월여가 지났지만 아직 ‘새것’의 냄새가 났다. 이곳 연구실에서 만난 유은식, 윤삼수(청석고) 윤종원(증평공고), 이환희(양청고)교사는 평소 수업준비와 행정업무 등으로 하지 못했던 다양한 체험과 연구활동을 할 수 있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궁극적으로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 이들 교사들의 판단이다.
윤삼수 교사는 “생물을 전공했다. 학교 현장에 있을 때는 생물공부를 할 기회가 없었다.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된 후 그동안 하고 싶었던 식물의 이름과 특성 등에 대해 마음껏 공부를 하고 있다. 가을까지 꽃과 열매까지 찍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150개 정도 찍었다”라고 말했다.
이환희 교사는 “책을 읽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환희만의 도서목록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학습지를 만들고 책을 읽고 끝나는 것에서 벗어나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말하기 자료로도 활용할 생각이다”라고 계획을 귀띔했다.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된 교사들은 1년 동안 학교에서 벗어나 교육기관이나 연수기관에 위탁돼 연수를 받는다. 이 기간 동안 급여와 호봉, 경력까지 인정받는다.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되기는 쉽지 않다. 선발인원이 적을 뿐만 아니라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가 뒷받침이 돼야 하기 때문이다. 자기학습계획서와 연구역량도 평가요소다.
교사경력도 10년 이상에 정년까지 남은 기간도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에 대해 다른 교사들의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이는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된 교사들이 연수기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 교사들은 충북대 사범대학 교육연수원에 위탁돼 교육을 받고 있다. 자율연구를 중심으로 진행되지만 1주일에 1번씩 세미나를 열고 있다. 또한 교수와 강사를 초청, 교육활동과 관련한 내용을 토의해나가고 있다. 아직 학습연구년제가 도입 초기이기에 정형화된 시스템 없이 선발교사들의 토의를 통해 교육주제를 정하고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다. 틀에 박힌 연수가 아닌 틀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다소 어려운 일이지만 스스로 교육받는 주제를 정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다.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된 중등교사 10명은 지난 6월 4일부터 9박 10일 일정으로 동유럽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독일의 일선학교현장, 그곳 학교는 우리의 교실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안식년’ 오해 없었으면
유은식 교사는 “한 명의 아이도 낙오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학급인원도 적었고 보조교사가 함께하고 있었다. 또한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해주는 분위기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윤삼수 교사도 “독일의 경우 상담교사가 배치돼 학교폭력문제에 방지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에도 학교폭력문제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교폭력을 사회적문제로 받아들이고 협조해 해결하려는 모습이 인상깊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학습연구년제의 경우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소수 교사에게 주어지는 기회이고 국외연수도 포함돼 있어 외유성으로 비춰지는 요소도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학습연구년제를 두고 ‘안식년’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교사들에게 1년 정도 재충전의 시간은 맞으나 휴가 개념은 아니기에 학습연구년제와 안식년은 등치될 수 없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단순히 쉬는 것이 아니기에 연수가 끝나면 1개월 이내에 연수 자료를 제출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 도입 3년 째, 아직 선발된 교사들의 만들어가야 하는 요소가 많은 학습연구년제에 개선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윤종원 교사는 “학습연구년제는 교사에 대한 혜택이며 좋은 제도다. 확대됐으면 좋겠다. 다만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 일선 교사들 중 학습연구년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올 초 선발할 때도 학교에 공문이 온 다음 알았다. 선발과정에서도 교원평가가 결과가 절대적으로 작용하는데 자기학습계획서와 연구역량, 추천서, 면접 등의 요소가 종합적으로 반영됐으면 한다. 교원평가의 경우 조금 더 유연하게 적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 떠나니 학교가 보였다”
허정희(청주 용성초등학교)교사
허교사는 학습연구년제를 통해 “학교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학교를 잠시 떠나 밖에서 바라보니 안에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였다는 것이다. 허교사는 기존의 교원연수에 대해서는 “천편일률적인 면이 있었다. 기관마다 비슷비슷하고 교사마다 배우는 것도 비슷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학습연구년제에 선발된 초등교사들은 청주교대와 한국교원대, 경인교대 등에 위탁돼 교육을 받고 있다. 허교사의 경우 청주교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허교사는 이번 학습연구년제를 통해 아이들의 독서지도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1주일 2번 서울로 올라가 독서진단상담사 교육을 받고 있다. 이는 평상시 교원연수라면 받지 못했을 교육이다. 또한 20여년 만에 영어공부도 하고 있다. 허교사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서지 못한다”며 교사전문성 강화를 위해 학습연구년제의 확대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