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을 마시면 지구촌을 구한다고?

복지시민단체 행복연, 청주대 정문 근처에 ‘행복까페’ 열어
착한 나눔, 소비, 여행, 소통 실천하는 커뮤니티 공간 꿈꿔

2012-07-04     박소영 기자
코코넛나무판에 인도 전통복장을 한 여인들이 그려져 있다. 차 받침대이다. 그 위에 티베트에서 공수한 허벌티가 놓였다. 허벌티는 히말리야 약국에서 만드는 데 감기와 스트레스 해소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태국, 인도, 티베트에서 들여온 차와 공정무역 커피는 2000~3000원선이다. 기존 커피숍보다 저렴한데, 이곳에선 소비하는 것 자체가 나눔이 된다고 한다.

▲ 양준석 행복연 상근활동가는 오랫동안 꿈꿔온 복지커뮤니티 카페를 오픈했다.

행동하는 복지연합(이하 행복연)은 이번에 청주대 정문 근처 빌딩 지하 1층과 지상 1,2층을 임대하고 판을 크게 벌인다. 지하 1층은 문화공간으로 소공연을 올릴 수 있다. 워낙 지역에서 활동하는 연극단체인 ‘문’이 사용했던 곳인데, 무대를 그대로 살렸다. 지상 1층은 이야기공간으로 커피숍과 사회적 기업 물품 전시장이 들어서있다. 2층은 인문공간으로 인문학 세미나 및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열 예정이다.

시민단체가 건물 전체를 사용하는 데는 무리수가 따랐다. 임대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했고, 이를 알게 된 행복연 공동대표 중 한명이 나중에 갚으라며 빌려줬다. 약 2000만원의 공간수리비 또한 ‘시민주주’를 모집해 비용을 충당했다.

또한 현대건설은 냉난방기, 청주 MBC방송은 냉장고, 미평시립어린이집 원장은 제빙기, 이가디자인은 인테리어, 전시기획 다연은 지하무대를 후원해줬다. 페인트는 KCC에서 친환경페인트를 후원했고, 4월 말부터 행복연 회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동기부를 통해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임대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행복연, 충북민생연대, 충북교육발전소, 충북민언련 등이 함께 사무실을 나눠 쓰기로 했다.


노동기부로 완성된 공간


커피숍을 내고, ‘행복까페’라는 간판까지 달았지만 아직까지는 미완성이다. 건물 곳곳 수리가 이어지고 있고, 노동기부로 진행하다보니 아무래도 더디다. 물론 간판도 후원이다.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김규철 교수가 카페 이름도 정하고, 간판까지 만들어줬다. 이쯤되면 이 공간은 많은 사람들의 땀으로 탄생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준석 행복연 상근활동가는 “기부자들의 이름을 명패로 남길 것이다. 이 공간에서 수익을 내기 보다는 임대료만 밀리지 않고 냈으면 좋겠다. 착한 나눔을 실천하는 시민들의 복지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행복연 또한 지자체의 후원을 받지 않고, 회원들의 회비만으로 운영돼 살림이 빠듯하다. 그래도 커피값을 올리지 않는 이유는 동네주민을 비롯한 시민들이 부담 없이 들러서 ‘복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양씨는 “딱딱한 사무실에서 복지정책을 이야기하면 주민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렵고 내 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곳에 와서 가볍게 하소연을 해도 좋고, 필요한 정보를 얻어가도 좋다. 소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

또 사회적 기업 물품과 공정무역 물품을 전시 판매해 생산자에게 수익이 가는 구조를 만들어 간다. 충북재활원의 장애인들이 만든 ‘요셉베이커리’의 빵과 쿠키, 혜원장애인복지관에서 만든 떡케이크, 생명살림 올리의 버거와 쿠키, 산마루의 와인 등을 만날 수 있다. 비행기를 타고 온 공정무역 제품과 시니어클럽 할머니들이 만든 식혜와 수정과까지. 다국적 착한 상품들이 총망라된다.

양씨는 “이곳에서의 모든 소비가 생산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아직 바리스타를 구하지 못해 시민활동가가 직접 커피도 내리고 인도의 전통차 짜이도 만든다. 그렇다고 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알고 보니 인도 마니아. 2003년 인도에 배낭여행을 간 것이 계기가 돼 해마다 인도를 방문해 다양한 공동체와 인연을 맺어왔다. 그래서 공정무역 제품 외에도 현지 생활공동체의 물건을 직접 공수해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양씨는 “인근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다. 공정여행 참가자도 모집해 조만간 떠날 것이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공정여행도 떠난다

시민단체가 그간 정책과 의제 중심의 운동을 펼쳤다면 행복연은 동네로 들어가 주민들과의 소통을 꿈꾼다. 복지커뮤니티 카페를 내겠다고 결심한 것은 3~4년 전이다. 계속 뜸을 들이다가 일을 벌인 것이다. 양씨는 “지하에는 청소년 공연단체를 섭외해 공연도 올리고 싶고, 인도영화도 상영하고, 음악회도 열고 싶다. 일상적인 공간이 행복해지는 게 복지의 첫걸음이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행복연은 2005년 출발했다. 7년 째 복지운동을 펼쳐왔다. 그간의 성과에 대해 양씨는 “청주지역에는 복지인프라가 많지만 사회복지기관들이 수직적인 구조로 놓여 있다. 행복연은 복지현장 실무자들을 만나 가교역할을 하고, 지역적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해왔다”라고 자평했다. 거시적인 관점의 복지운동이 아니라, 이젠 미시적인 관점의 운동을 펼쳐나가려고 한다. 지역을 넘어서 지구촌에서 답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제 커피 내릴 사람도 있고, 공정무역 커피도 있는데 아! 커피머신이 없다. 그래서 행복카페에서는 당분간 핸드드립 커피를 마셔야 한다고 귀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