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버스관광 단체 ‘짝퉁 친박조직’ 의혹
충북선관위, 서해안 나들이 주민들에게 과태료 2억여 원 부과
‘육영아카데미·행복플러스희망포럼’ 박덕흠 당선자 연관 의혹
충청북도선거관리위원회가 “18대 대통령선거 입후보예정자의 선거운동을 하는 단체로부터 음식물과 교통편의를 제공받은 옥천군 주민 320명에게 총 과태료 2억2400여만원을 부과했다”고 밝혔으나 이 지역 4·11 총선 당선자인 박덕흠(새누리당) 후보와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말끔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에 부과된 과태료는 단일 위법행위를 기준으로 선관위가 과태료 부과업무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금액이다.
충북도선관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결성된 이 단체는 대선후보 A를 지지하는 단체로 ‘11월 초 놀러간다’는 설명을 해가며 옥천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회원 가입신청서를 받았다. 이 같은 말에 회원가입을 신청한 회원수만 7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단체는 약속대로 지난해 11월6일 관광버스 10대를 준비해 충남 만리포해수욕장과 천리포해수욕장을 경유하는 발대식 겸 단합대회를 추진했고 이들에게 음식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주민들이 관광을 하던 도중 단체 간부들은 그들이 지지하는 대선후보 A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한 과태료를 부과 받은 사람들 중에는 이 단체에 회원가입을 하지 않은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이웃주민들이 놀러가자는 말에 현혹돼 따라나선 주민들도 섞여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들이 받은 교통편의·음식물 제공대가를 1인당 2만9000원으로 계산했다. 선관위는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A를 지지하는 단체설립을 주도한 간부 4명을 검찰에 고발하고 단체를 폐쇄조치했다. 선관위 조사에 적극 협조한 307명에게는 1인당 69만6000원을 부과했다. 이는 기준 과태료 금액의 20%가 감경된 액수이다.
또한 불법선거운동에 적극 가담하고도 선관위 조사에 불응했거나 비협조적이었던 13명은 1인당 87만원을 물게 됐다.
선관위는 지난 해 12월 위 사건을 접수해 1차 조사 뒤 검찰에 고발조치했으며, 검찰수사결과에 따라 4월30일 이같이 과태료를 부과했다. 여기에서 대선후보 A는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일컫는 것이다.
‘희망포럼’이 모르는 ‘희망포럼’
문제는 박덕흠 당선자가 고문을 맡고 있으며 버스관광을 주도한 ‘행복플러스희망포럼’이라는 단체의 정체다. 희망포럼이라는 명칭은 알려진 대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외곽조직이다. 정확한 명칭은 국민희망포럼, 지역조직은 충북희망포럼이다. 행복플러스희망포럼도 희망포럼이라는 네 글자가 들어가지만 모임 결성 당시에는 국민희망포럼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본보는 지난해 11월 18일(702호) 문제의 버스관광과 관련해 보도하면서 충북희망포럼 이정균 공동대표와 전화인터뷰를 했는데, 이 대표가 옥천의 행복플러스희망포럼에 대해 ‘모른다’고 응답했던 것.
이 대표는 당시 인터뷰에서 “행복플러스희망포럼이라는 조직은 모르겠다. 옥천에는 옥천희망포럼이 있는데 이규완 전 도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다. 또 단체로 단합대회를 다녀왔다는 것도 금시초문이다. 박덕흠 회장이 친박을 한다는 소식은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에 따를 경우 희망플러스는 자생적 친박조직 또는 다른 목적을 겸한 조직으로 볼 수 있다.
박 당선자가 총선 채비에 나서면서 자신의 외곽조직과 박 비대위원장 지지모임을 혼합한 흔적도 있다. 이인석 전 옥천문화원장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렇다. 이 전 원장은 702호 인터뷰에서 “내가 작년에 행복플러스정책연구회를 만들었는데 활동이 여의치 않아서 포기하고 희망포럼과 통합했다. 박근혜를 지지한다기보다는 박사모처럼 그냥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다. 김재철 전 군의원 등이 회장을 맡고 박사모 중앙조직의 박덕흠 회장과 전직 도의원 2명을 고문으로 추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전 원장은 박덕흠 당선자의 장남이 이사로 있는 ‘재단법인 육영아카데미(옥천읍 소재)’의 실질적 운영자이기도 하다. 육영아카데미는 지난해 10월29일 관내 여성 77명을 서울로 초청해 뮤지컬 ‘바람의 나라-호동’을 관람시키는 등 금품 및 음식물을 제공하고 식사자리에서 박덕흠 당선자에 대한 지지발언을 한 혐의로 선관위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지만 이 전 원장 등에 대한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국민희망포럼과 유사한 행복플러스희망포럼, 육영재단을 연상케 하는 육영아카데미는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박덕흠 당선자의 사조직이거나 양다리를 걸친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선관위 직무유기에 증거 오염”
지난해 11월6일 옥천 버스관광 현장을 취재했던 백정현 전 옥천신문 편집국장은 그날 버스관광이 박 당선자를 지지하는 성격이 분명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백 전 국장은 “옥천이 좁은 지역이다 보니 내 얼굴을 아는 사람들은 슬금슬금 피했다. 그러나 일부 촌로들은 나에게 다가와 ‘박덕흠 씨가 보내주는 관광이 맞냐’고 묻기도 했다. 또 나중에 ‘버스 안에서 밖에 기자 2명이 돌아다니니 박덕흠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하도록 했다’는 증언을 확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백 전 국장은 “버스 출발 당시에 선관위가 현장에 있었으나 ‘문제가 될 게 없는 행사라 채증할 게 없다’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다 ‘당신들이 이렇게 일하는 것도 기사를 쓰겠다’고 말하자 버스가 귀환하는 시점에야 뒤늦게 채증을 했다. 생생한 현장의 증거들이 선관위의 직무유기 속에 오염돼버렸다”고 주장했다.
백 전 국장은 수사를 지휘한 청주지검 영동지청이 경찰 수사결과가 미흡하다는 판단아래 참고인 진술을 요청해 지난 3월 세 차례 검찰에 출두했으며 ‘옥천 버스관광이 실제로는 박덕흠 당선자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언론에 보도자료를 제공한 충북도선관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버스관광이 이뤄진 당일 도선관위의 특별기동조사팀이 현장에 채증을 나갔었다. 선관위가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이번 총선과 관련해서 총선후보(박덕흠)가 단체(행복플러스희망포럼)의 고문으로 있다는 것 외에는 밝히지 못했다. 버스 안이나 현지에서도 A(박근혜) 대선후보 지지발언이 있었다는 것만 진술을 확보했을 뿐 총선후보 관련성을 찾아내지 못했다. 검찰조사에서는 단체 설립과정에서 총선후보가 관련된 것을 일정부분 입증했으나 이번 과태료 부과와 연결된 것은 없어서 보도자료에는 넣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