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바람 불고 다선은 태클 걸려

2년 전 지방선거와 다른 표심 ‘정치권도 놀라’
충북 정치지형 여소야대 → 여대야소 바뀌어

2012-04-12     이재표 기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입증됐다. 충북의 표심이 정말 그렇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충북이 김대중을 지지했던 것부터가 반전이었다.

이후 충북은 16대 대선에서 노무현을 밀었고 2004년 17대 총선은 열린우리당의 8석 석권이었다. 2008년 18대 총선까지 민주당 바람이 불었지만 지방권력은 늘 한나라당 판이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위에서 비로소 밑바닥까지 판이 갈리는 듯싶었다.

▲ 새누리당의 유력 대권후보인 박근혜 위원장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오송분기역, 세종시 문제 등에서 충북을 지지했고 어머니의 고향이 옥천이라는 점도 박풍을 일으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 육성준 기자 eyeman@cbinews.co.kr

그러나 이번 19대 총선은 또 반전이었다. 새누리당이 8석 중 5석을 차지하면서 판세를 뒤엎은 것이다. 이 가운데 여론조사에서도 일관되게 우위를 보인 정우택(청주 상당), 윤진식(충주), 송광호(제천·단양), 박덕흠(보은·옥천·영동) 후보의 당선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에 보너스로 중부4군의 경대수 후보까지 당선장을 거머쥔 것.

충북에서 새누리당의 승리는 일단 민주당의 방심이 단초를 제공했다. 전국적으로도 민주당의 공천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충북은 현역과 지역위원장을 포함해 단 한 곳도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승리를 자신했던 후보들마저 예기치 않은 낙선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에서도 현저하게 밀렸던 제천·단양의 경우 차기를 고려해서라도 선수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패전처리용 후보를 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충북이 그동안 다선에 인색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갖지 않았다. 3선의 국회 부의장인 홍재형 후보는 “4선이 돼 충청권 최초의 국회의장에 도전하겠다”고 호언했으나 유권자들은 힘을 싣지 않았다.

3선에 도전하는 현역 의원 4명 의원 가운데 노영민(청주 흥덕을) 의원을 제외한 3명이 고전하거나 낙선한 것도 다선에 인색한 충북의 표심을 보여준 것이다. 남부3군의 이재한 후보는 첫 도전이었지만 부친인 이용희 의원이 이 지역에서 5선을 했다는 점에서 ‘부자세습’ 이상의 반감에 부딪힌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대권후보로 기정사실화된 박근혜 새누리당 선대위원장의 활약도 충북에서 확실하게 먹혔다. 박근혜 대표는 ‘선거의 여왕’이라는 호칭을 들을 정도로, 극도로 말을 아끼는 평소와 달리 단기전에서 임팩트가 강력한 선거운동의 귀재라는 것이 또다시 입증됐다.

박 위원장은 3월30일 제주에서 충북에 이르는 대장정 방식의 지원유세를 하면서 청주 성안길에서 청주권 후보를 지지했고 이날 선거운동을 음성에서 마무리했다. 박 위원장은 2005년 당대표시절 호남고속철 분기역으로 오송역을 당론수준에서 확정했고, 세종시 수정안을 밀어붙인 이명박 대통령과 달리 원안에 힘을 실어 충청권 민심을 잡았다.

여기에 어머니인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이 옥천이라는 점도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 손학규 전 대표 등이 충북을 찾았지만 대선후보군에서 다소 멀리 있다는 점에서 파괴력이 덜했다.

충북의 정치지형을 ‘여소야대’에서 ‘여대야소’로 바꾸는데 성공한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도민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성명을 냈다. 새누리당은 성명에서 “이번 총선에서 나타난 도민 여러분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가슴속 깊이 새기겠다”며 “충북의 도약과 힘찬 전진을 위해 여야를 떠나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민주당 충북도당은 11일 자정까지 선거결과에 따른 별다른 논평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최악의 경우 4석을 장담했던 상황에서 3대 5라는 선거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관계자는 “충북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도부터 엎어지며 내려온 것이다. 옛날의 악몽이 생각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