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인출 못하는 장애인복지카드 ‘답답’
ATM 인출기능 없어… 시각장애인용 점자카드 발급도 안돼
정부는 지난 2001년 7월 장애인 차량용 LPG 지원사업을 실시하기에 앞서 장애인복지카드를 발급했다.
장애인복지카드 발급 사업자인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 카드는 지난해 정부의 장애인 LPG 지원사업 전면 폐지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국적으로 약 33만 명이 애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카드는 신용카드뿐 아니라 장애인등록증으로도 인정을 받는다. 또한 전 달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일 경우 LPG 충전 시 리터 당 30원씩 할인해 주고, 지하철 무임승차 기능까지 부여받는 등 부가서비스도 푸짐해 장애인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것.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정작 현금 인출 기능이 없어 많은 장애인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체장애 3급 김모 씨(45·제천시 청전동)는 “생활을 하다 보면 ATM기 등으로 현금을 인출해야 할 경우가 종종 생기지만, 장애인복지카드는 현금인출 기능이 없어 불편하다”며 “매달 신한은행 통장에서 카드 대금이 빠져나가는데도 카드로는 통장의 돈을 인출할 수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장애인들은 복지카드와 별도로 체크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하는 등 불편을 겪고 있다.
이유를 알기 위해 은행 측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 그 자체였다.
신한은행 장애인복지카드 담당자는 “장애인복지카드 사업자가 신한은행인 것은 맞지만, 실제 제작은 조폐공사가 맡고 있다”며 “조폐공사에서 현금인출 기능을 배제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해명했다.
아무리 카드를 조폐공사가 제작한다고 해도 결국 주문자는 신한은행이고, 따라서 은행 측이 조폐공사에 현금인출 기능을 요청했다면 당연히 장애인복지카드를 일반 신용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 신한은행의 답변은 궁색하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은행 담당자는 “타당한 의견인 만큼 개선책을 연구해 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한편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장애인복지카드 발급에 대한 민원도 빗발치고 있지만, 정부는 기술적 어려움 등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