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는 회초리' 더 큰 상처 남겨

처벌위주 정책 "정신적 미성숙 학생 범죄자 취급" 우려

2012-01-30     충청타임즈
최근 초·중·고교 학생들간 학교폭력 수위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피해학생은 학교폭력으로 인한 자신감 상실·심리적 불안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살충동까지 느끼는 등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가해학생 역시 어린 나이에 잘못된 행동으로 사회적 낙인·형사처벌 등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학업을 중단하거나 추가범죄 충동을 느끼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의 한 관계자는 "피해·가해학생 모두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이기 때문에 성인의 시각으로 학교폭력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피해학생에 대한 보호나 가해학생에 대한 처벌 위주의 정책보다 올바른 관계형성을 이끌고 당당한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청주의 한 중학교에서 중학생 A군(13)과 B군(13)이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가 A군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경찰은 학교폭력 여부를 증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고 B군의 폭행치사 혐의를 확인한 뒤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했다.

또한 학교 측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B군에 대해 외부특별교육이수 징계를 결정했고, B군은 어머니와 함께 청주의 한 복지관에서 심리치료 교육을 받았다.

한편 B군은 인근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당 중학교에 진학한 대다수 학생들과 달리 다른 곳에서 초등학교를 나왔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랐고 영세민임대아파트에서 이사 온 B군을 일부 학생들이 따돌리며 괴롭혔고, 이 때부터 B군은 자신보다 힘이 약한 A군 등을 괴롭히며 힘을 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일도 B군은 A군과의 사소한 신체접촉에 화를 내며 폭행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B군은 사고 직후에 "A군이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것을 잠드는 것으로 알았다"고 진술하는 등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지만, 학교에서 A군의 노제가 열리는 모습을 지켜본 뒤부터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두려워 했다고 한다. 경찰조사와 심리치료 과정에서 B군은 순간적인 감정을 억제하지 못해 친구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 26일 폭행치사 혐의로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B군은 만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인 촉법소년으로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전과기록은 남지 않지만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가해 사실과 징계 내용이 기록될 가능성은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15일, 새 학기부터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교내 처벌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오는 3월 1일 이전 발생사건의 소급적용은 없다고 밝혔지만, 해당 학교가 이를 기재할 경우 B군은 전학을 가거나 고교·대학 입시때 자신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이 기록된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해야 한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교과부 정책과 관련해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듯이 기록을 남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별도 기록 후 완전 삭제를 주장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 일진 중학생 인생 극과 극

최근 학교 폭력 문제의 심각성이 날로 커지면서 정부를 비롯해 교육당국, 사법기관의 각종 대책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처벌 위주의 잘못된 대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평범한 20대 직장인 A씨(27)는 남들이 모르는 어두운 과거가 있다.

철없던 중고생 시절 저지른 비행으로 절도와 폭력 등 전과 7범이라는 낙인.

A씨는 "중3때 친구들과 오토바이를 훔친 게 처음 경찰서에 간 기억이다"며 "그때는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지, 내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몰랐다"고 말했다.

초범이었던 A씨는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학교로 돌아왔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선생님부터 친구들까지 범죄자 취급을 하며 A씨를 피했다.

그렇게 점점 혼자가 된 A씨는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소위 '일진'이 됐다.

이후 오토바이 절도와 폭력 등으로 경찰서를 수시로 들락거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지만 이미 지역에서 전과자, 문제아로 낙인 찍힌 A씨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조직폭력배 뿐이었다.

A씨는 "어린 나이에 전과자로 살아간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며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고향인 A씨는 22세 되던 해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충북에 정착해 지역 중소기업 생산직에 종사하고 있다. A씨와 달리 청주시내 일반계고 2학년에 재학중인 B군(17)은 사랑과 관심을 통해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갔다.

B군은 중학생 3학년이던 지난 2010년 일진으로 불리며 동급생을 폭행, 협박해 312회에 걸쳐 62만7000여원을 빼앗아 2년간 보호관찰 처분을 받았던 문제아였다.

청주보호관찰소를 통해 사회봉사, 개별심리상담 등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성실히 응한 B군은 일반계고에 진학해 내신 2~3등급의 우수한 학업성적을 거두고 있다.

청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위해 야간에 지도감독하고 심리상담을 통해 원만한 복귀를 도왔다"며 "봉사활동을 통해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많은 보람을 느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