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디자인의 힘 ‘일상용품이 다 예술이네’
초대국가 핀란드···“공예 자체가 일상에 녹아있는 문화복지 국가”
2011-10-08 홍강희 기자
올해 공예비엔날레 초대국가는 핀란드다. 전시장 3층 초대국가관 ‘전통과 미래 그 사이: 핀란드의 공예와 디자인’에서는 핀란드 공예의 진수를 볼 수 있다. 여기 전시된 890점의 공예품을 보는 순간 사람들은 입을 딱 벌린다. 핀란드는 교육혁명만 이룬 나라가 아니다. 생활용품 하나하나가 공예라고 할 정도로 디자인강국으로 불린다. 공예비엔날레조직위는 여러 나라에 초대국 제안을 했고, 그 중 핀란드 정부에서 '좋다‘는 답변과 함께 작가 지원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7년에는 이탈리아, 2009년에는 캐나다가 초대국가로 참여했다.
정준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총감독은 “핀란드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한 바탕은 문화이다. 핀란드는 문화로 이룩한 보편적 복지국가다.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같은 삶의 기본권 외에 문화복지를 실현하고 있는 나라다. 이들의 공예와 디자인은 국민들의 일상이자 누구나 향유할 수 있는 실용적인 기제다. 공예 자체가 소소한 일상에 녹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 감독은 “핀란드의 일상적인 삶을 재현함으로써 삶과 일체를 이룬 공예, 디자인의 면모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되새겨 보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도 문화복지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지만 강한 나라 핀란드는 북유럽에 위치해 겨울이 길고 자연환경이 척박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오히려 이런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했다는 것. 정 감독은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고, 춥고, 오후3시면 어두워진다. 그래서 조명기구와 사우나가 발달했다. 또 실내생활을 많이 하는 관계로 가구·도자기·주방용품 등의 디자인이 발달했다”고 말했다. 이딸라·마리메코·아라비아·라플란트 같은 디자인그룹은 핀란드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기업이고, 유명한 디자이너 또한 많다.
이번 핀란드전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키르시 니니마끼 인니 파르난덴은 “핀란드는 1950년대 이래 동시대 디자인의 리더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자유분방한 정신과 재료에 대한 탁월한 이해로 핀란드 디자인은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오고 있다. 핀란드 디자인의 핵심은 기능적이고 인간중심적이며 실용적이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핀란드 디자이너협회인 ‘오르나모’와 피스카스협동조합, 라플란트대학교 등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그 중 올해 100주년을 맞이하는 ‘오르나모’는 1800여명의 디자이너와 공예가들로 구성된 정부지원기관이다. 또 피스카스협동조합은 피스카스라는 작은 마을에서 살며 작업하는 디자이너 예술가 공동체로 매우 독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몽당연필·폐비닐이 작품으로
핀란드관을 한 바퀴 돌아보면 이 또한 공예비엔날레 주제인 ‘유용지물’과 일맥상통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폐비닐 봉투나 몽당연필로 만든 목걸이, 종이끈으로 만든 자작나무, 낡은 단추·섬유조각·노란색 레이스 등으로 이뤄진 샹들리에, 수천개의 사탕 포장지가 일대 변신을 시도한 코르셋, 손수건으로 만든 어린이 신발, 버려진 나무를 벨트로 팽팽히 당겨 만든 가구 등. 이 작품들은 자세히 보기 전에는 폐품이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그런가하면 자작나무로 만든 시계, 정성들여 디자인한 키친타올, 흰색 마 커튼을 달력으로 만든 작품도 있다. 핀란드에 많은 자작나무를 활용하고 새소리를 들려주는 시계, 키친 타올 하나에도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들어간 것을 보고 있노라면 기분이 좋아진다. 흰색 마에 날짜를 수놓은 커튼은 달력 역할까지 해서 그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란다. 도화진 공예비엔날레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핀란드 디자인은 단순하면서도 기능적이고, 현대적이면서도 자연친화적이다. 이들은 ‘전통’의 가치와 ‘손’의 진가를 인정하고, 이런 것들이 문화적 가치를 획득해 일상에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이 들어간 제품은 작품이 되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그저 제품에 머무른다. 그 차이는 크고도 깊다. 어릴 때부터 디자인교육을 중시하는 핀란드와 그렇지 않은 우리나라의 간극도 넓고 깊다. 이런 자리에서 확인해 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