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뭉치면 못 하는 일이 없다

[청주 ‘마을커뮤니티’보고서] 동네가 살기 좋으면 땅 값도 삶의 질도 높아지고
두꺼비․예술․물길․도서관 키워드로 마을 가꾸기 사업

2011-06-27     박소영 기자

마을 사람들끼리 신문도 만들고, 축제도 벌인다. 화폐까지 유통된다. 100m옆 누가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시대에 마을 자치는 먼 나라 이야기인지 모른다. 그런데 좀처럼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마을이 요즘 꿈틀댄다. 산남 3지구, 중앙동, 사직 2동, 개신동 주민들이 마을 자치를 통해 살고 싶은 동네를 만들기에 나섰다. 이들은 예술과 두꺼비, 물길, 어린이 도서관을 매개로 마을 커뮤니티 활성화, 공동체 부활,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 등 이름과 목표는 조금씩 달라도 마을 가꾸기에 한목소리를 낸다. /편집자

산남 3지구-두꺼비 보존운동이 곧 주민운동

"산남 3지구가 제일 부럽다. ‘두꺼비’운동이 있었고, 초반에 시민단체 역량이 집중됐기 때문에 성공했다. 산남 3지구처럼 축제도 벌이고, 신문도 만들고 싶다.” 이용상 청주시의원은 ‘산남동처럼’ 지역구인 개신동도 바꿔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개신동 마을 자치 프로젝트인 ‘마실커뮤니티’를 추진 중이다.
산남 3지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두꺼비’다. 택지개발로 인근 구룡산과 원흥이방죽에 서식하고 있던 두꺼비가 멸종위기에 놓인 것을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맞서 싸웠다. 이들은 생태공원 및 두꺼비생태문화관을 조성하고 생태통로를 만들어 두꺼비가 올 수 있는 길을 열었다.

▲ 011두꺼비생명한마당은 지난 5월 28일 생태공원 일원에서 개최됐다. 줄다리기, 바둑대회, 경연대회, 체험부스 등 주민자치의 성과를 보여주는 마을축제다.

박완희 (사)두꺼비친구들 사무국장은 “두꺼비 서식지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민운동으로 가야했다. 구룡산을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들도 주민이기 때문에 주민의식 변화가 가장 중요했다. 2006년 말 아파트 8개단지 입주자 모임 대표들을 만나 의견을 교류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내가 사는 아파트 정주여건을 좋게 만들겠다는 취지에서 모였지만 점차 생태교육을 통해 주민들의 의식은 변해갔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산남 3지구는 청주시에서는 유일한 자발적인 시민조직인 산남두꺼비생태마을주민협의회를 구성했다. 아파트 협의회, 아파트 부녀연합회, 두꺼비 마을신문, (사)두꺼비친구들, 산남동상인연합회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이들은 올해까지 8번째 두꺼비 축제를 열었다. 경로잔치 컨셉의 동네축제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시민스스로 축제 준비위원회를 꾸리고 두꺼비를 테마로 다양한 축제아이템을 짠다.

마을신문엔 주부들이 기자

또 6000부가 넘는 두꺼비 마을신문(2009년 1월 창간호)을 발행한다. 주부들이 시민기자로 나선다. 원래 무가지이지만 자발적인 독자들이 회비를 내 자립구조를 만들었다.

주민들은 두꺼비 서식지인 구룡산 일부 땅을 문화재보존 시민단체인 내셔널트러스터와 함께 ‘한 평 사기’운동을 펼쳤다. 현재 304평을 매입했다. 생태공원의 일부 땅에서는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벼농사를 짓는다. 3년째 유기농으로 짓고 있는데 70평 남짓 3말도 나오기 힘들다. 토종벼를 전통 탈곡방식으로 하다 보니 수확량은 미미하지만 쌀을 팔아 구룡산 땅 사는 데 보탠다.

두꺼비생태문화관은 이들에게 문화공간이자 생태학습공간이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다양한 문화예술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박완희 국장은 “공동체 운동을 하려면 그 마을에 뿌리는 내리는 게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생활 속의 주민운동을 펼쳐야 한다. 좋든 싫든 마을의 이슈가 있어야 하고 이를 조직해낼 공간도 필요하다. 이제 두꺼비와 생태환경에 대한 커뮤니티가 가능해졌다. 주민운동이 도서관, 복지운동에 매몰돼 있는데 새로운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외부에서 이제 ‘두꺼비’보다 두꺼비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기 위해 방문할 정도라고 한다. 박완희 국장은 “폐쇄적인 아파트 문화가 아닌 열린 아파트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 긍정적이다”라고 평했다. 산남 3지구는 땅 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올랐다는 통계가 있다. 주민 커뮤니티 활성화는 삶의 질을 제고했고, 이는 아파트 값에도 당연히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모두가 산남 3지구처럼 될 수 없다. 김동호 살기좋은 도시만들기 협의체 사무국장은 “산남 3지구는 특수한 사례다. 구도심이나 커뮤니티 공간 자체가 없는 신도심에서 주민 자치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동호 국장은 국가도시재생 R&D사업으로 중앙동, 사직 2동 주민참여형 마을 만들기에 나섰다. 국토해양부는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폐해와 민원이 잇따르자 대안으로 새로운 형태의 도시재생사업을 전국 공모로 뿌렸다. 학계에서는 2006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2010년 매뉴얼을 만들었다. 지난해 공모를 통해 청주, 나주, 전주, 창원, 군산, 아산이 테스트 베드로 선정돼 본격적인 실험을 2014년까지 펼치게 됐다.

사직 2동은 ‘예술동네’로 탈바꿈

▲ 사직동 예술상회에는 예술가들이 입주해 있다. 이들은 폐교된 학교소학교에서 주민과 연계해 마을을 스토리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먼저 학교 담벼락에 벽화를 그렸다.
사직 2동은 재개발 재건축 도시재정비구역이 된 후 지난 10년 동안 쇠퇴했다. 지자체도 돈을 투자하지 않고, 건물주도 신축하지 않다보니 슬럼화 된 것이다. 이곳은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아트프로젝트를 펼쳐 도시 재생을 꿈꾼다. 지난해 10월 폐교된 화교소학교에 예술상회가 입주하면서 논의는 급진전됐다. 지역에서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커뮤니티 아트’를 실천했던 이종현 화가와 주민의 만남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이들은 지금 마을 벽화 그리기 및 마을의 옛길 찾기, 마을 축제, 마을 특화교육, 쌈지공원 만들기, 광장 조성 등 예술을 매개로 한 기록 및 특화사업에 나섰다.

이종현 화가는 “예술가가 마을의 일원으로 참여했을 때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본다. 이곳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과 옛길, 건물 등을 백서형태로 만들어 낼 계획이다. 재개발과 재건축의 문제를 예술로 바라보는 자체가 의미있다”라고 말했다.

사직 2동은 거버넌스 조직인 지역특화 및 상권활성화 추진협의회가 지난해 12월 만들어졌다. 이들은 부설기관으로 청주시도심재생신탁업무센터를 두고 세부계획을 실천할 예정이다. 도심재생신탁업무센터는 사직 2동과 중앙동 지부를 뒀다. 빈 건물과 빈 점포를 신탁받아 유리한 업종으로 전환해주는 작업을 벌인다.

또 사직 2동 내 유휴공간인 옛 KBS부지를 새로운 용도로 설정하는 것도 이들의 임무다. 현재 KBS부지는 충북도에서는 미디어센터를, 청주시에서는 가칭 아트파크와 같은 예술공간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 청주시도심재생신탁업무센터에서는 옛 KBS부지 외에도 KT&G, 국정원, 법원·검찰청 부지 등 도심 내 유휴공간에 대한 대안을 찾을 계획이다.

중앙동-‘거리’로 승부수

▲ 중앙동 차없는 거리에는 이미 분수대 및 수로가 설치돼 있다. 중앙동 입구 일부 구간에 물길 및 나무를 심는다.

▲ 중앙동과 사직2동은 7월부터는 지역화폐가 유통돼 지역활성화에 나선다.
중앙동은 차없는 거리에 물길 및 나무심기 공사를 할 예정이다. 성안동은 일부 구간에 바닥패턴을 바꾸고 벽천 2개를 설치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중앙동 거리특화 및 상권활성화 추진협의회가 올해 1월에 만들어졌다. 김동호 국장은 “중앙동의 물길 사업을 제대로 해 볼 생각이다. 생태적인 공간을 조성할 때 ‘물’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매달려 있는 가로등인 ‘현수등’을 설치하고 금강송도 주변에 심을 것이다. 중앙동 일부구간은 이미 분수대 및 수로가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동과 사직동은 또 500원, 1000원, 5000원 동전주화를 발행했다. 현재는 각각 10개 정도 가맹점을 만들고 7월에 사용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역화폐가 곧 지역의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것. 종이 지폐가 아닌 주물로 만들어 목걸이 팬턴트처럼 목에 걸 수도 있다. 소셜커머스를 활용 교육과 더불어 전통적인 지역화폐 유통을 통해 상권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전락이다. 나이트, 유흥주점이 많았던 중앙동은 차없는 거리와 청소년광장 등 ‘거리특화’로 인해 업종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김동호 국장은 “이곳이 노천카페이자 광장 거리로 점차 변모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개신동-‘마실 커뮤니티'공감

개신 주공 1,2,3단지와 푸르지오 아파트는 10년 전 분양 입주가 완료됐다. 개신동 가운데 이 지역만 4300세대 1만 4000명이 거주하고 있지만 커뮤니티 공간은 어린이 공원 2개가 전부다. 그 흔한 커피숍마저 없다. 삭막한 아파트촌이다. 평수는 20평 전후, 아이가 있는 젊은 세대가 많이 산다. 개신초등학교의 학생수는 1700명. 복도를 막아 교실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산남동이 32만평 공간에 4900세대가 있다면 개신동은 6만평 공간에 4300세대가 있다. 일반적인 도시보다 훨씬 더 높은 인구 밀집을 보여주고 있지만 당시 시장 흐름에 따라 지은 것이라 이른바 ‘커뮤니티 공간’자체가 고려되지 않았다.

그래서 지역구 시의원인 이용상 의원이 나섰다. “아이들이 행복한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나온 것이 ‘개신동 마실 커뮤니티’다.”

이미 지난 6월 10일 개신동 마을 만들기 추진팀 준비위원회 주최로 오제세 국회의원이 참여한 가운데 간담회를 벌였다. 이날 간담회에는 70명의 주민이 모였다.

▲ 개신동 마실 커뮤니티는 삭막한 아파트촌에 어린이들이 행복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10일 주민 공청회가 열렸다. 이용상 시의원이 사회를 봤고, 오제세 국회의원이 참석해 국비확보를 약속했다.
마실커뮤니티의 핵심 과제는 장구봉 공원 내 만들어진 오래된 족구장을 어린이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것이다. 1단계로 주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고 2단계로 가경천 친수공간 조성 및 장구봉 공원 산책로 조성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용상 의원은 지난 4월부터 주민들과 전문가를 일일이 만났다. “지난 10여년 간 커뮤니티 공간이 부재했기 때문에 점점 더 개인화됐다. 이러한 커뮤니티 사업을 인식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커뮤니티 공간이 활성화가 된다면 전국적인 샘플이 될 수 있다.”

오제세 의원은 국비 확보를 약속했다. 장구봉 공원 내 360평 공간에 1층 어린이 미술관 2층 어린이 도서관 3층 북카페 4층 주민 커뮤니티 공간을 계획하고 예산 31억원을 잡았다. 올 가을에는 마을축제와 연계한 어린이문화센터 및 마을 만들기 콘텐츠 추진계획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용상 의원은 “주민 커뮤니티 공간이 건강성을 갖고 운영되기 위해서는 주민협의체 구성 및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지속적인 연대를 통해 방안을 찾아나갈 것이다. 벌써 많은 주민이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술 개신초등학교 교장은 “학교 내 도서관이 있지만 장소가 협소하다. 학교에서 수용 못하는 아이들을 수용한다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