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소리와 거센소리

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2011-06-09     현대HCN충북방송

맞춤법 가운데 기자들조차 취약한 부분이 거센소리(격음)와 된소리(경음)다. 이들 소리는 언중의 발음 습관 속에 광범하게 실현되는데도 그 음가(音價)가 맞춤법상 인정되지 못해 현실 발음과 표기 사이 괴리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다 아는 거지만, 장면 꾸미 아찌가 대표적 예다. 꾸미 아치 따위는 틀린다.
투리 리낌 새 눈 새침기 같은 것도 첫소리를 된소리(짜- 깡- 꺼- 뽄- -꼽 -떼-)로 소리내는 이가 대부분이지만 그렇게 표기하면 안 된다. 그런가 하면 뚤어지다(=뚤어지다), 까옷(=까옷), 재르다(=재르다) 같은 것은 둘 다 인정된다.

이런 된소리 발음은 젊은 층일수록 훨씬 보편적이다. 노인들은 [김ː밥], [버스]지만 젊은이들은 [김빱],[뻐스] 하는 식이다. 세상사 각박함 속에 억세고 강한 발언이 잘 먹힌다는 무의식이 퍼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그럴 듯하지만, 어쨌든 된소리는 우리말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요한 건 발음이 된소리로 난다고 해서 모두 된소리로 적어서는 안 된다 점.

<좀처럼 접하지 못했던 전통놀이도 재미꺼립니다.>(CJB 6.6)에서 ‘재미꺼리’는 북한말이다. 우리말은 ‘재밋거리’. ‘-거리’라는 접미사를 살린 표기다. MBC 3월27일자 <젊은 층 사이에선 뜻밖의 웃음리가 됐습니다.>에서도 ‘웃음리’가 맞는다. 보통 틀리기 쉬운 ‘-ㄹ예요 -야 -’ 같은 것도 예사소리(-거,-걸)로 써야 한다.

충청일보 4월25일자 3면<신문에 날 예요.>에서 보였다. 된소리에 속은 표기가 어디 이뿐인가. ‘잇’(→잇단 42회 참고)을 쓴 쓰거나 ‘-로’와 ‘-로’를 혼동한 것(7회 참고)도 모두 그런 경우다.
반대로 된소리 표기가 맞지만 예사소리로 쓴 경우도 있다. <조상의 묘를 정성 벌초를 하고 있다.>(중부매일 4.4 1면) ‘그것이 닿는 데까지’란 뜻의 접미사는 ‘-’이다.

우리말엔 이런 발음과 표기의 괴리를 보정하는 장치가 있다. 사이시옷이다. 순우리말끼리 또는 우리말과 한자말이 결합된 복합어, 특정 한자어 등에서 된소리가 나거나 ‘ㄴ’이 덧나면 이걸 첨가하는 것이다. 특정 한자어는 ‘곳간 셋방 숫자 찻간 툇간 횟수’ 6가지를 이른다.

점(CJB 4.18→허점), 점(CBS 3.28→이점)은 그래서 틀렸다. 그렇다고 된소리가 나는 한 단어인데도 두 단어인 줄 알고 사이시옷을 안 쓰는 것도 문제다. ‘우스 소리’(충청매일 3.29 2면→우스소리), ‘눈 밥’(동양일보 10.10.9 2면→눈밥)이 그런 예다. 또 거센소리나 된소리 앞에서는 사이시옷을 안 쓴다. <가게 편 공터로 향합니다.>(MBC 6.6)에서는 ‘편’으로 가야 한다.

각시(←꼭뚜각시), 뒤치다꺼리(←뒤치닥거리), 딱구리(←딱다구리), 허섭레기(←허섭쓰레기) 어잖다(←어줍잖다) 아뿔(←아뿔사) 등 된소리는 주의할 게 참 많고, 그래서 우리는 된소리에 약하다. 그래서인지 주변 소리까지 자주 틀린다. <눈물을 글썽거리며 어물 넘어가는 태도로 일관했다.>(충청일보 5.31 10면)에서 어물쩡(→어물)이 틀렸다.

거센소리와 예사소리가 헷갈리는 단어들도 많다. 수룩하다 (=수룩하다), 후지근하다(=후지근하다) 등은 된소리나 예사소리(평음) 모두 맞는다. 흔히 틀리는 것이 서슴(충청투데이 4.25 3면→서슴)와 깨끗(→깨끗), 생각(→생각) 등이다. 기본형이 ‘서슴다’이므로, ‘-하지’가 붙는 말 어근이 ㄱ,ㅂ,ㅅ받침으로 끝나면 아예 ‘-하-’가 탈락한다. 보통 ‘삐다’로 알고 있는 말은 ‘삐다’란 것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이런 것도 있다. 거센소리인지 된소리인지 헷갈리는 경우다. ‘재이’가 아니라 ‘재이’고 ‘통’가 아니라 가 ‘통’라는 데 주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