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형을 주목하자
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지난 호 글에는 ‘발칙한 모음’이라는, 제법 도발적 제목을 붙여봤다. 시선 끌기 위한 이른바 ‘낚시 전략’이라고나 할까. 어색했지만 부디 후배 기자들이 눈여겨보고 ‘치루다’ 같은 맞춤법 실수를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4월25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또 보였다. <성격이 다른 선거가 한꺼번에 치뤄지면서 ~>(충청일보)
이런 실수는 기본형이 ‘치르다’라는 것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처럼 용언(동사·형용사)의 기본형을 모르거나 무신경해 저지르는 잘못이 의외로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게 ‘잇딴’이다. 지난 18일자 중부매일 1면에 등장했다.
<영동군 공무원의 유가보조금 횡령 등 잇딴 비리문제로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는 기본형이 ‘잇딸다’로 추정되는 동사가 관형형(-ㄴ)으로 활용된 모양새다. 유감스럽게도 사전에 이런 표제어는 없다. 형태상 ‘잇다’와 ‘딸다’라는 말이 합쳐진 합성어라 볼 수 있는데, ‘딸다’라는 동사는 없다. 이런 용례는 찾아보면 수없이 많다.
충청타임즈 4월7일자 <여당 고위 관계자들의 잇딴 발언에 대해 충청권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청주KBS 4월1일자 제목 <제천서 잇딴 산불>, 청주MBC 지난해 12월6일자 <최근 민주당 의원들의 잇딴 실언이 도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등등
그렇다면 옳은 표기는 뭘까? ‘잇따르다’ 아니면 ‘잇달다’일 텐데 이마저도 헷갈릴 것이다. 보통 이런 병렬합성어(잇다+따르다/달다)의 문법적 기능은 뒤에 있는 동사에 따라 규정되므로 ‘잇따르다’는 목적어가 불필요한 자동사, ‘잇달다’는 목적어를 취하는 타동사로 분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뭔가 연속해서 발생하거나 할 때 쓰는 말은 자동사 개념이다. 그러므로 ‘잇따르다’의 활용형인 ‘잇따라’, ‘잇따른’ 따위가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달다’는 뭔가를 매달거나 붙여놓는 걸 의미하는 타동사여서 ‘잇달다’도 타동사로 봐야 한다. 즉 ‘셋잇단음표’나 <그는 덕장에 명태를 잇달아 너는 중이었다.>같은 예(문)에서 보듯 용도가 다르다. 90년대 나온 사전 중에는 두 가지를 놓고, 뜻은 비슷하게 풀이했더라도 각각 자동사와 타동사로 구분해 밝혀 놓은 것도 있었다. 필자의 생각에도 둘의 용도를 구분해 써야 할 것 같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을 비롯해 요즘 사전은 둘 다 같은 말로 풀이하고 있고 실제 광범하게 혼용되고 있다. 요컨대 ‘잇따르다’와 ‘잇달다’는 둘 다 맞고 같은 말이지만 ‘잇딸다’의 관형형 ‘잇딴’은 없는 말이니 사용하면 안 된다.
기본형을 몰라 틀리는 경우가 또 있다. ‘서슴다’가 그 예다. <박의원과 A이장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했음을 알려주는 발언까지 서슴치 않았다.>(충청투데이 4월25일자 3면)에서 ‘서슴치’는 ‘서슴하지’의 축약형태를 취했다. ‘서슴하다’를 기본형으로 알고 쓴 것이다. 이런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서슴다’가 맞는 말이다.
그런가 하면 충청매일 4월25일자 1면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어 주신 여러분과 ~>라는 문장의 ‘내딛어’도 기본형을 잘못 취한 모습니다. ‘내디뎌’로 고쳐야 한다. ‘내딛다’는 ‘내디디다’의 준말. 그러나 어미가 모음(-아/어, -았/었, -은)으로 시작되는 활용 형태에서는 준말을 써서는 안 된다.(표준어규정 제16항) 갖다(가지다), 머물다(머무르다), 서둘다(서두르다), 서툴다(서투르다)도 마찬가지다.
이밖에 부정적 꼴이 틀리는 줄 알기 쉬운 기본형 ‘안절부절못하다’, ‘엉터리없다’, 주책없다’ 등도 잘 익혀둬야 할 말이다. 반대로 ‘칠칠하다’는 좋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