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에 대하여

안남영 현대HCN충북방송 대표이사

2011-03-23     현대HCN충북방송

우리말에 ‘있다’가 있다. 이번 주제 선정은 ‘있다’를 남용하고 있는 줄을 모르고 있는 기자가 많이 있어 문제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어서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앞 문장에서 뭔가 지나치다는 느낌을 받았으리라.
먼저 정체를 살펴보자. 이것은 학교문법에서 형용사로 다루지만 동사의 특성을 동시에 지닌다.

그래서 아직도 문법적으로 논란이 없지 않다. 전통문법에서는 ‘없다’와 함께 ‘존재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동사적 특성은 ‘없다’와는 달리 형용사에서 불가능한 명령형(있어라),청유형(있자), 응낙형(있으마) 등의 종결어미와 결합한다는 점. 또 ‘있는가, 있는데, 있는지, 있느냐’에서처럼 동사에만 붙는 현재형 어미 ‘-는(가,데,지)’과, 의문형 어미 ‘-느냐’와 잘 어울린다. 이건 ‘없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미 결합이 그리 자유로운 게 아니다. 종결어미 ‘-는다’와 관형사형 어미(과거시제) ‘-은’의 연결이 불가능하거나 부자연스럽다. 물론 <네가 여기 있는다 해도~>,<그 일이 있은 지 오래됐다>처럼 제한적으로 쓰는 경우(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 ‘없다’는 대입될 수 없다. 아무튼 존재 여부를 생각할 때 개념적으로도 형용사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문제는 이것이 보조용언으로 쓰이는 경우다. 이른바 진행 보조형용사(사실은 동사의 뜻이 강함)다. 어떤 동작의 지속을 뜻하는데 앞(본동사)에 반드시 어미 ‘-’가 나온다. 필요하면 써야겠지만 말 그대로 ‘말끝마다’ 나오면 곤란하지 않을까.

3월22일자 지역 신문을 톺아보았다. 충청일보 1면 머리기사는 전체 12개 문장 중 ‘-고 있다’로 끝나는 문장이 10개였다. 중부매일은 1면 머리기사에서 14개 중 7개가, 5면 머리기사에서 15개 중 11개가 각각 ‘-고 있다’로 종결된다. 17개로 이뤄진 충청매일 1면 머리기사는 인용문까지 합쳐 ‘-고 있다’가 10번 나온다. 50~83% 수준이지만, 문장 중간에도 1~2개씩 더 보인다.

외면하고 있다, 위기를 맞고 있다, 전망하고 있다,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집중되고 있다, 그치고 있다, 충격을 주고 있다, 반발을 사고 있다 등등. 마치 ‘-고 있다’를 안 쓰면 기사를 못 쓸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뭔가 현재진행형으로 전해야 뉴스가치가 올라가는 것처럼 여기기 때문이리라. 이건 일본 기사(ていゐ)에도 많다.

더 큰 문제는 이 진행 보조형용사가 적절히 쓰였느냐다. <매년 봄이면 ~장관을 연출하 있다>(중부매일)는 ‘연출한다’로 가는 게 좋겠다. 그저 사실인데 진행 상황인 것처럼 기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실정’이나 ‘상황’을 덧붙인 경우도 눈에 띄었다.

<유동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충청일보), <뒷거래 의혹도 제기되 있는 실정이다.>(중부매일)가 그것으로 각각 <~ 빠르게 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쯤이 어떨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는 의혹까지 회원사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충청타임즈)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의혹까지 회원사 사이에 제기됐다.>로 압축(36자→ 23자)할 수 있겠다.

리드에서 많이 보이는 ‘우려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다’는 ‘우려된다, 논란거리다’로, ‘전해지고 있다, 대두되고 있다, 진행되고 있다’는 ‘-졌다, -됐다,-된다’로 각각 바꾸자. ‘입장을 밝히고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로 가도 좋겠다. 핵심은 간결성이다.
참고로 어미 ‘-아(어)’ 뒤의 ‘있다’는 상태 보조형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