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農心 '전화세배'로 달래자
성묘객·출향인 방문자제 호소 충북 7개 시군 142곳 확산
2011-02-01 충청타임즈
구제역으로 피해를 본 청원군 한 농민의 설밑 탄식이다.
설날은 조상들에게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차례나 성묘를 지낸 다음 윗어른들에게 세배를 하고 서로의 행복을 빌고 덕담을 주고 받는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이다.
그러나 구제역이 가져다 준 설 민심은 흉흉하기만 하다. 일가친척들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출향인들까지 참여해 마을 어른들께 합동세례를 올리는 설 풍경은 올해만큼은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지자체는 고향 방문 자제를 호소하는 편지를 향우회 등에 발송하고 축산농가가 밀집된 농촌에선 친지나 자식들에게 고향에 내려 오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 할 정도다.
'전화로 세배를 올리자'는 호소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설 연휴 동안 3200만명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돼 구제역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이 가축만 살처분하는 게 아니라 가족들의 명절 상봉까지 가로 막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그렇다고 도시민들의 삶도 녹록지 않다. 구제역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안정세를 보이던 배추 가격마저 한 달 전에 비해 50%가량 오르는 등 전례 보기 드문 한파와 폭설로 채소ㆍ과일 등 장바구니 물가가 뜀박질하고 있다. 서민가계의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구제역이 재앙수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31일 현재 충북도내 돼지의 43%가 매몰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충북도 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27일 충주시 앙성면에 첫 유입된 구제역이 35일 만에 충주 35곳, 제천 7곳, 청원 10곳, 증평 10곳, 진천 19곳, 괴산 25곳, 음성 36곳 등 7개 시·군 142곳으로 확산됐다.
도내에서 접수된 구제역 의심신고는 330건에 이르고, 이 가운데 53건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정밀검사를 진행하고 있어 양성판정 건수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현재 매몰된 소·돼지는 24만5049마리에 달한다. 이 가운데 돼지는 전체사육규모 55만9000마리 가운데 43%인 24만2931마리가 땅속에 묻혔다. 살처분 작업이 마무리된 도내 85개 돼지농장은 씨가 말라버리고 말았다.
도내 지방자체단체들도 비상이 걸렸다.
충북 첫 구제역 발생지인 충주시는 우건도 시장 명의의 서한문을 농가에 보냈다. 민족 대이동이 있을 설을 구제역 조기종식에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적시했다. 가족들의 외지 출타는 물론 다른 지역 거주자의 고향 방문도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진천군도 7개 읍·면사무소를 통해 축산농가 설 귀성을 자제해 줄 것을 홍보하고 있고, 옥천군은 각 마을 이장들에게 귀향 자제홍보를 당부하기도 했다.
제천시 역시 농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 명절 친인척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으며 구제역 방역 동참을 호소하는 서한문을 기관단체 등에 발송했다.
또 "각 지역 공원묘원들도 구제역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지 방문과 성묘를 자제해 주세요"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 중 '구제역 예방을 위한 출향인 여러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라는 호소문이 눈길을 끈다. '이번 설에는 고향을 아끼는 마음으로 전화로 세배를 올리자.',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번만은 방문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는 문구가 어느 때보다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