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새와 갈대의 오케스트라를 듣다

전통 주거 원형 잘 보존된 낙안읍성…옛 사람들 지혜에 감탄 절로

2010-12-01     충북인뉴스

▲ 정진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자연의 친구들
찬바람 매서운 겨울문턱에 들어선 11월 27일, 올해 들어 아홉 번째인 풀꿈생태문화탐방의 발걸음은 따스한 바람과 햇볕이 그리워 남도의 순천으로 향했다.

이번 탐방 주제는 전통주거 원형이 살아있는 낙안읍성을 돌아보고, 순천만 해안습지를 채운 갈대와 겨울철새 관찰을 통해 인간의 문화와 자연의 조화로움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전라남도 순천시 낙안면 남내리에 위치한 낙안읍성에 도착해보니 노랗게 익은 유자열매와 새 볏짚을 반짝반짝 깔끔하게 지붕에 얹은 초가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훈풍이 감도는 남도의 깊은 가을 품으로 우리 일행을 맞이 한다.

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

낙안읍성은 전형적인 조선시대 주거형태를 원형대로 보존하고 있는 읍성으로 대개의 성곽이 산이나 해안에 축조된 것과는 달리 들에 축조된, 양면을 돌로 쌓아 협축(協築)으로 만든 견고한 석성(石城)이란 독특함을 지닌 읍성이다.

조선 태조6년(1397년)에는 왜구의 침입에 대비한 토성이었으나 그 후 인조 4년(1626년경) 낙안군수로 부임한 임경업군수가 석성으로 개축하였다고 전해 오고 있으나, 조선왕조실록 세종 편에 세종6년(1423년)경 전라도 관찰사가 토성으로 되었던 것을 석성으로 증축하자는 장계를 올려 1424년 증축하기 시작, 여러 해에 걸쳐 규모를 넓혔다는 기록이 남아 증축연대를 세종9년경으로 추정되고 있다.

▲ 순천만 낙조.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읍성의 전체모습이 4각형으로 풍수에 의하면 배 모양과 닮아, 읍성 안에 우물을 파면 배(읍성)가 침몰할 것을 우려해 우물을 파지 않고 자연적으로 솟은 샘을 이용하고 돗대 자리에 심었던 은행나무 두 그루와 팽나무가 300~600백년 된 노거수로 남아있다.

성곽의 길이는 1410m, 높이 4~5m, 넓이 2~3m로서 면적은 4만 1018평으로 성곽을 따라 남·동·서문이 남아있다 성문정면으로 ㄷ자형 옹성(甕城)이 성문을 에워 감싸고 있고 성곽을 따라가다 보면 凸자형으로 돌출된 치성(雉城)을 쌓았는데 치성은 망루역할을 했던 곳으로 좌우로 침입하는 적의 동태를 살피고 성벽을 타고 오르는 적을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도록 축조된 것이다.

조선시대 지방계획도시로서 그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낙안읍성은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신청하고 낙안읍성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낙안읍성 곳곳의 초가(민가)에는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고, 마을 가운데는 읍성사람들이 이용하는 작은 초가집으로 된 도서관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아담한 공간이다.

옛 동헌과 내아(안채), 객사가 반듯하게 보존되어 있고 주변에 금목서, 오죽등 다양한 나무들을 볼 수 있다. 향토전시관에는 전통생활방식과 통과의례 재현, 농기구와 문방사우, 경대, 도롱이 등 생활소품자료가 전시되어 있는데, 향토자료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소장 자료가 더 풍부해진다면 옛사람의 생활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을 줄 것 같다.

자연스럽게 네모진 돌로 쌓은 성곽의 주변에는 성곽으로 올라가는 층계들이 성곽의 돌담벼락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층계위치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성곽위로 오르려는 사람들에게 신기함과 웃음을 주고, 옛사람들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게 한다.

▲ 낙안읍성전경.

탐방로서 갯벌생물 관찰도

순천만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해안하구의 자연생태계가 원형에 가깝게 보전되어 있는 곳이며 , 2006년 1월 연안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르협약에 등록 되었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를 양옆에 끼고 깊숙이 만을 이루고 있는데 각각 독립된 생태계를 이루어 생태계의 다양성과 생물서식지의 다양성이 나타나는 곳이다 하천주변을 중심으로 사초, 갈대, 억새들이 자생군락을 이루고, 대표적인 염습지식물이며 새들의 먹이가 되는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순천만의 용산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동그랗게 원을 그리며 고밀도로 형성된 갈대군락을 볼 수 있는데 갈대군락은 새들의 서식환경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은신처이고 먹이를 제공하여 특히 흑두루미가 월동하는 곳이며 이러한 갈대숲은 갯벌과 함께 하천수를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갈대숲생태 탐방로를 걸으면서 갯벌의 송송 뚫린 구멍 속에 살고 있는 작고 귀여운 농게, 도둑게, 무당게 등 다양한 갯벌생물들도 볼 수 있었다.

▲ 순천만 용산전망대에서.
▲ 순천만생태체험관앞에서.
해질녁, 아름다운 노을을 기대하며 바라본 하늘가에는 멀리서 수많은 겨울철새들이 무리지어 날아오고, 철새들이 가까이 날아와 손에 잡힐 듯 머리위로 지나치면, 보는 이들 모두가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번 탐방에서는 그윽한 노을빛이나 흑두루미, 혹부리오리는 보지 못했지만, 탐방에 나섰던 이들 모두가 쌀쌀해지는 저녁 바람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하늘, 물, 갈대숲사이를 서성이며 갈대숲에 터를 잡은 철새 울음소리와 바람결에 흩날리는 갈대소리가 오케스트라연주처럼 어우러짐에 감동했다. 수로에 떠있는 쪽배 한 척에는 저녁순찰을 나왔는지 왜가리 한 마리가 앉아 망을 본다. 배는 왜가리 무게를 싣고 빙빙 맴을 돌고 해는 뉘엿뉘엿 산 너머로 빛을 거둬간다.

어둠이 내린 순천만에 하나 둘 가로등불이 노랗게 켜지기 시작하면 캄캄한 벌판에 별빛이 내려앉은 것 같아 우리들 마음도 황홀한 별빛으로 물드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