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궁금한 청주시 재정위기 실체
예산부풀리기 의혹 해명 요구 빗발쳤으나 결국 공식적 답변만
2010-11-23 홍강희 기자
순세계 잉여금은 막상 곳간문을 열어보니 차액이 446억원이나 났다는 것인데 이는 과다계상했다는 것 밖에는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이 없다. 시의 한 간부는 “2008~2009년 잉여금의 평균치를 내서 770억원으로 잡았으나 결국 324억원 밖에 안됐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간파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윤송현 의원(민주당·용암 영운동)은 “11월 말이면 잉여금의 규모를 알 수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현재 내년 잉여금이 50억원 정도라고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잡은 것은 세입 부풀리기가 아니고 무엇인가”라고 반박했다. 이 점에서 담당부서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편성하지 못했다는 것이고, 전임 시장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예산을 통과시킨 민선4기 시의회는 무엇을 했느냐는 게 시민들의 얘기다.
그리고 조기집행에 대한 문제다. 정부는 지난 2008~2009년 경제위기를 예산조기집행으로 덮으려는 듯 지자체에 예산을 무조건 당겨쓸 것을 지시했다. 행안부에서 이를 날마다 체크하고 성적을 메기기까지 했다는 게 공무원들의 말이다. 이로 인한 이자수입이 실제 많이 줄었고, 이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민선4기 청주시가 개발시대를 구가하며 SOC분야에 지나친 예산을 투입했다는 사실이다. 남상우 전 시장은 임기동안 명암지~산성간 도로개설·무심동로 도로개설·가로수길 도로확장·터미널 지하차도 건설·개신오거리 고가차도 건설·문암생태공원 건설 등 대규모 SOC 사업을 벌였다. 이런 사업들에 모두 몇 천억원대의 돈을 쏟아부었다. 이 중에는 전임시장부터 내려오던 사업도 물론 포함돼 있다.
남 시장의 시정방향은 SOC사업 확충이었고, 본인도 이를 자랑삼아 얘기했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임기 중 가장 많이 끝낸 사람이라는 게 내부 공무원들의 평가이기도 하다. 임기중 시의회 기획행정위원장은 “무심동로 도로개설과 터미널 지하차도 건설은 민선4기 때 착공해서 완공까지 한 사업이고, 나머지는 전임 시장 때부터 내려오던 것들이다. 시장이 시정방향을 이런 쪽으로 두었기 때문에 개발사업으로 뭉칫돈이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집행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해 중앙정부와 충북도·농협중앙회 등으로부터 많은 돈도 빌린 것으로 드러났다. 명암지~산성간 도로개설공사에 250억원, 가로수길 도로확장공사 200억원, 문암생태공원 조성사업에 50억원의 돈을 차입했다. 그런가하면 이 사업들 중 대부분은 시민들의 반대가 많았다. 명암~산성간 도로, 가로수길, 터미널 지하차도, 개신오거리 고가차도 사업 등은 시민사회환경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청주시는 지난 22일 시의회에 2011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재정위기 이유를 설명했으나 그동안 나온 얘기 외에는 새로운 게 없었다. 좀 더 구체적이고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한다. 차제에 순세계 잉여금의 예측은 단순히 잘못된 것인지, 조기집행이 혹시 실적높이기를 위해 무리하게 집행된 것은 아닌지, 일자리사업과 SOC사업에 과다한 예산투입은 없었는지, 전임시장의 낯내기를 위한 일회성 행사에 너무 많은 예산이 들어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시의회의 조사와 집행부의 설명이 있어야 한다. 특히 전임시장이 퇴임을 앞둔 시점에 원칙없는 예산지원을 했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수반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샴페인 너무 일찍 터뜨린’ 예산 1조원 시대
청주시 예산안 규모가 2년전으로 돌아갔다. 물론 시의회 예산심의가 남아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마른행주 쥐어짜듯’ 대부분 줄여 비슷한 선에서 확정될 것으로 시는 내다보고 있다. 예산이 늘어도 시원찮을 판에 2년전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후퇴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밖에 없다.
청주시는 민선4기 때인 지난 2009년 1회 추경을 한 뒤 예산규모가 1조원을 넘자 시승격 60년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민선4기 첫 해인 2006년 7월 당시 6061억원이었던 예산이 불과 2년 9개월만에 대폭 증가, 광역시를 제외하고 9번째로 이런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특히 남상우 시장은 당시 획기적인 국비확보를 자랑했다. 이후 남 시장은 지난해 11월에도 국비를 사상최대인 2138억원 확보했다고 홍보하며 당초예산 1조원을 자축했다.
그러나 이렇게 기분좋은 뉴스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이 바뀌고 민선5기가 시작된 뒤 1조원 신화는 와르르 무너졌다. 지난 9월, 2회 추경 때 세입예산 중 잉여금을 포함한 세외수입 446억여원과 상·하수도 원인자 부담금 146억여원 등을 감액한데다 지방채 185억원을 발행하면서 1년도 채 안돼 예산이 1조원 아래로 떨어지고 만 것이다. 이 때문에 전임 시장이 지방선거를 의식해 예산 1조원을 만들기 위해 세입을 과다하게 늘려 잡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