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더니 지는 자리에서…

김태종 목사

2010-04-21     충북인뉴스

무심천 둑에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이제 활짝 피다 못해 가는 바람에도 힘 잃은 잎들이 떨어지며 꽃비가 되고, 하얗게 길을 채워갑니다. 틀림없는 진실이고 사실입니다. 꽃길을 양 옆에 두고 흐르는 무심천엔 물이 흐릅니다. 제 길 찾아 흐르고 흘러 미호천이 되고 금강이 되고 마침내 서해바다가 됩니다. 일부는 사실이고 일부는 조작되어 제 흐름을 놓쳤지만, 그래도 물은 역시 물이고, 그 물이 그렇거나 말거나 또 다시 제 길로 흐르는 것만은 틀림없는 진실이고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살아갑니다. 거기까지는 누구도 아니라 할 수 없이 진실이고 사실인데,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사실이긴 하지만 진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있을 수 없다고 하는 일들이 멀쩡한 대낮에 버젓이 일어나고,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된다고 하는 일들도 시도 때도 없이 생겨나 일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현대 과학문명이라는 것으로 자연까지도 제압하거나 조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정직하게 자신을 고백한다면 꽃 한 송이도 사람의 힘으로는 피울 수 없는 것이 엄연한 진실, 그런데 감히 모든 생명을 부양하는 강을 살린다는 소리를 낯 한 번 붉히지 않고 끝없이 읊어대는 걸 봅니다. 그저 사람으로 살면 사실이고 진실일 터인데, 언제부터인가 들어온 이기심이 교만과 짝을 지으며 자라더니만 제 역량이 어느 정도이고 범위는 또 어디까지인지도 헤아리지 못하고 별 짓을 다 해댑니다.

사람이 많이 모이다보니 정치가 필요해졌는데, 정치라고 하는 건 사람을 섬기는 일, 그런데 비틀리고 오염된 정치는 다수의 사람들을 속여 자신들의 정략적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전락했다는 인상이 짙은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또 하나의 사실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자연을 조작할 수 있다는, 그러면 막대한 이익이 발생한다는 말도 안 되는 억지와 속임수가 온 나라를 들끓게 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목소리는 묻히고 거짓말만 표면에 썩은 물 위로 흐르는 거품처럼 무성한 것이 현실입니다.

많은 제자리살이들이 꽃을 피우는 지금, 우리는 정의와 사랑을 뿌리로 하는 민주주의의 꽃을 피울 수 있는지를 다시 생각합니다. 꽃이 지면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떨어져 다시 새싹을 틔워 또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 자연의 순환 앞에서 민주주의의 꽃 또한 그런 순환을 하며 키워갈 수 있는지, 곧 시험일이 다가옵니다.

선거라는 것이 정치지도자를 뽑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시민의식과 역사의식, 그리고 정치의식을 심판받는 시험대이기도 하다는 것, 거짓을 물리치고 다시 사실이 노래하고 진실이 춤추는 세상을 위해 발을 내딛는다는 희망의 싹을 이번 지방선거에서 볼 수 있을지, 정치가 단지 사람의 일에 그치지 않고 사람이 살아가는 터전에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 그리하여 사람도 웃고 자연도 살리는 정치가 더욱 절실한 시대, 사실 위에 속임수와 거짓이 제멋대로 뒤엉킨 모습을 보며 착잡해진 마음으로 올려다보는 하늘, 그 하늘 그림자로 살아가는 생명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