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정책 역주행 ‘해도 너무하네’
정부예산 ‘반토막’ 삭감에도 지자체는 ‘나몰라라’ 뒷짐만
장애인연금 수혜 14% 한정 … 차량 LPG도 1급에만 지원
지난 12월 31일 여당 단독으로 금년도 예산이 처리된 가운데 장애인 예산이 대폭 삭감돼 장애인들에게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춥고 고통스런 한 해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이 같은 정부의 장애인 정책 역주행으로 지역 장애인들이 큰 피해를 볼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이를 보완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조차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지역 장애인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로써 경증 장애인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던 수혜자가 중증 장애인으로 한정돼 실제 수혜자는 등록 장애인의 약 14%에 그칠 전망이다. ‘활동 보조인 서비스’의 경우에도 당초 335억 원이 증액될 예정이었으나 전액 삭감됐다.
그나마 올해까지 특정 중증 장애인들에게만 지원되는 장애인 차량 LPG 연료 지원 사업이 작년 대비 166억 원 늘어난 점은 위안거리다. 하지만 이 역시 지난해는 2급 장애인까지 적용됐지만, 앞으로는 1급 장애인에게만 지원하는 것으로 제한됐다. 지원 기간도 6개월 동안으로 한정해 정부여당이 장애인의 이동권이 달린 문제를 행정 편의적으로 재단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더욱이 정부는 장애인 차량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면제해 달라는 장애인 단체의 오랜 민원은 지금까지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재벌과 기업에는 막대한 특혜를 남발하는 정부가 장애인 등 국가 지원이 절실한 약자층에는 지나치게 매몰차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이런 가운데 지방자치단체 역시 장애인 복지 예산 삭감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데 대부분 소극적이어서 우리나라 장애인복지가 지방자치 시대 이전으로 후퇴한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장애인 김모 씨(지체장애 2급)는 “정부가 장애인 복지를 포기한다고 해서 지방자치단체까지 손을 놓는다면 실업, 질병, 외로움 등에 시달리는 장애인들은 더 이상 믿고 의지할 곳이 없다”며 “지역 주민들의 눈물과 애환에는 관심도 없이 중앙정부의 눈치나 보면서 맹목적인 기업 유치와 전시 행정에만 혈안이 돼 있는 자치단체들의 예산 편성 행태는 정부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었다.
김 씨는 이어 “청원군은 올해 말로 장애인 차량 LPG 연료 지원 사업이 폐지됨에 따라 자체 사업으로 지역 중증 장애인들에게 LPG차량 연료비를 지원하기로 한 것으로 안다”고 소개한 뒤 “제천시와 단양군도 중앙 정부의 역주행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장애인들을 위한 자치단체 차원의 보완책을 하루 빨리 제시해 달라”고 촉구했다.
청원군의회는 지난 12월 7일 의원 발의로 관내 1~3급 중증 장애인에게 LPG 차량 연료비를 월 5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장애인 LPG차량 연료비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청원 지역에서 LPG차량을 소유한 1~3급 중증 장애인 300여 명은 올부터 매달 5만 원 가량의 연료비를 지원받게 된다.
그러나 제천시와 단양군 등 대다수의 지자체들은 이 같은 자체 조례를 제정하지 않고 있어 당장 연료비 지원이 중단되는 2급 장애인들부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