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배 커진 경제도시, 도내 산업단지 직격탄
분양가·세제혜택·재정지원 등 도내 산단보다 경쟁우위
LG도 첨단·녹색산업부지 관심, 오창 제2산단 ‘어쩌나’
정부는 11일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하면서 2020년까지 인구 50만명, 일자리 24만 6000개를 가진 자족도시가 될 것이라고 비전을 제시했다. 일자리와 자족기능의 핵심으로 내세운 것이 5개 대기업 유치다.
정부와 재계의 기대대로라면 세종시 내 기업부지인 첨단·녹색산업부지에 입주를 확정한 삼성·한화·웅진·롯데가 선발대로 나서 첨단산업의 거점을 마련한 다음 관련 중소업체들을 빨아들인다는 계산이다.
세종시 수정안이 경제도시로 굳어지면 기업유출 및 투자유치 감소 등 지역경제는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오창산업단지, 청주테크노폴리스 등 세종시 인근 산단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첨단·녹색산업부지를 중심으로 산업용지가 확대되면서 세종시가 기업유치의 직접적인 경쟁상대로 부상한 것이다.
특히 정부는 대기업에 공급할 원형지를 3.3㎡당 36~40만원에, 중소기업이 입주할 조성지를 50~100만원에 공급하기로 해 오송 제2산업단지(80만원) 오창 제2산업단지(70만원) 청주테크노폴리스(70만원)보다 공급가격에서 경쟁우위에 있다.
이 밖에도 신설 국내기업이나 외투기업이 이전해 올 경우 소득·법인세를 3년간 100%, 2년간 50% 감면해주고, 취·등록세와 재산세를 15년간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세제혜택과 재정지원·규제완화 등을 무기로 도내 유치가 유력했던 기업들의 유출을 예고하고 있다.
올초 분양예정인 오창 제2산단의 경우 입주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기업들이 수정안이 가시화된 시점부터 관망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오창 제2산단을 조성하고 있는 충북개발공사는 현재로써는 분양전략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진행상황을 살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주테크노폴리스사업단도 세종시와는 입주업체의 성격이나 규모가 다를 것이라며 내심 피해가길 기대했지만 수정안이 발표되자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첨단·녹색산업부지에 입주할 대기업들이 차세대 첨단기술 산업·친환경 에너지산업 중심으로 집중돼 입주예상 협력업체들이 청주테크노폴리스 입주기업과 겹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행복도시와 연계한 충주 기업도시는 지난해 12월 전체 산업용지(70만9000㎡)의 52%에 해당되는 36만8000㎡에 대한 1차 분양 결과, 77%인 28만2000㎡를 분양해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오는 5월 예정인 산업용지 2차 분양은 세종시 수정안의 영향력 안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사업자체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극단적인 전망도 내놓고 있다. 결국은 충북도의 22조 투자유치 실적도 허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열광했던 오송 첨복단지도 세종시의 경제도시 전환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세종시 수정안에 의료과학그린시티 조성·삼성전자 바이오시밀러 분야 투자 등이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삼성전자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대구 첨복단지로 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다, 첨복단지의 성공적 조성을 위한 바이오·의료산업 분야의 연구·개발 일원화도 불투명하다.
LG그룹의 세종시 투자도 아직 불안 요소다. 정운찬 총리가 대기업 유치에 나설 무렵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입주설이 나돌았다. 오창에 1조원 투자를 약속한 LG화학이나 오송에 입주할 예정인 LG생명과학 등이 세종시로 갈 것이라는 여론이 확산됐다.
LG생명과학은 오송에 16만㎡의 부지를 매입해 공장을 신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LG그룹 계열사 가운데 이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 공장과 세종시나 대전 대덕단지와 연계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LG화학은 공식적으로 ‘검토한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가로 건설할 배터리공장을 세종시에 지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LG화학이 급하게 부지를 매입할 이유가 없다는 점이 세종시 건설시기와 기업의 투자시기가 맞아 떨어진다. 일단은 지난 11일 대기업 이전 발표에 LG가 포함되지 않아 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
대기업이 입주할 첨단·녹색산업부지 347만㎡ 부지 가운데 삼성(165만㎡)·한화(60만㎡)·웅진(66만㎡)·롯데(6만㎡)가 이미 297만 6000㎡의 부지를 확보했지만, 아직 50만㎡가 남아있는 것이 변수다.
배터리공장부지 어디로
정부가 대기업 유치에 나섰던 초반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대기업들이 각종 혜택을 발표하자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투자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공식적으로 첨단·녹색산업부지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기업은 CJ그룹과 효성그룹 등이며 LG·SK도 여전히 가능성을 두고 있다.
애당초 LG화학은 오창산업단지 내에서도 각종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외투지역 부지를 충북도에 요구했지만 무산됐다. 이후 LG화학은 중장기 발전계획을 위해 충북개발공사가 조성하고 있는 오창 2산단으로 눈을 돌려 지난해 말 입주를 목표로 협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돌연 “여유부지가 있어 당분간 부지매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LG화학이 표면적인 이유로 밝힌 여유부지라는 것이 새롭게 생겨난 것도 아닌 부지라는 점에서 LG화학의 입장변화에 정부의 세종시 이전 요구가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애당초 LG화학이 욕심냈던 외투부지보다 세종시의 입주여건이 좋다는 점과, LG화학이 중장기 발전을 위해 필요로 했던 부지가 50만㎡를 넘지 않는다.
이 밖에도 세종시에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신성장동력산업이 집중돼 2007년부터 태양광산업 중점 유치를 통해 국내 태양광산업의 중심지역이 된 충북도가 추진하는 아시아솔라밸리 조성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충북경실련은 “충북지역의 기회와 자원, 경쟁력을 모두 빼앗아 충북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 분명하다. 충북이 기대해왔던 세종시 주변도시로서의 기능분담, 충북지역의 전략산업 육성과 투자유치, 오송역과 신도시 개발,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와 오창첨단산업단지, 청주공항활성화, 진천음성 혁신도시, 충주 기업도시, 제천의 종합연수타운 및 바이오한방산업육성, 국제과학비지니스 거점기능 유치 등의 충북현안에 막대한 차질을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종시 수정안 발표와 맞물린 세종시 내 아파트 분양 소식도 충북 아파트분양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경기침체 등으로 미뤄왔던 세종시 내 1만여세대 아파트 분양이 올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나타나면서 아직도 5300여세대의 미분양 해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