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에 전국 최초 판화미술관 태동

군·주민 힘 모아 군립미술관 건립, 3월 개관
충북 김준권·이철수 등 판화가의 고장 ‘주목’

2010-01-13     이재표 기자

진천군이 민간추진위원회와 손을 잡고 군립미술관을 건립해 문화적 저력을 보여준 가운데, 이 미술관의 성격을 전국 유일의 판화미술관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진천군은 진천읍 장관리 710번지 역사테마공원에 사업비 13억6000만원을 들여 지상 1층, 건축면적 812.49㎡ 규모의 군립미술관을 완공하고 오는 3월 개관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시실, 창작체험실, 수장고, 사무실 등을 갖추고 있는 군립미술관은 공원 내에 있는 종박물관, 생거진천대종과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명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 오는 3월 개관을 앞두고 있는 진천군립미술관은 당초 기획대로 판화미술관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사진 오른쪽은 진천군 백곡면에서 19년째 작업 중인 판화가 김준권.
진천군립미술관과 종박물관의 닮은꼴은 사람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다. 2005년 9월 개관한 종박물관의 경우 그 중심에 원광식(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이후 한국의 종을 복원 또는 복제해 온 원 주철장은 진천 종박물관에 종 150구를 기증했다. 충북천년대종과 진천의 생거진천대종도 당연히 그의 작품이다.

군립미술관 건립에는 1991년부터 진천군 백곡면으로 내려와 20년 가까이 판화작업을 하고 있는 김준권 작가의 공이 컸다. 김 작가는 홍익대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면서 민중미술운동에 투신했다가 1989년 해직된 뒤 민미협 사무국장, 상임집행위원 등으로 일했으며 중국 루쉰(魯迅)미술대학 목판화 연구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민중미술가로 명성을 날렸던 김 작가는 과거 민중미술의 선묘작업들에서 일탈해 면, 색, 프린팅 기술, 각법 등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형식을 실현하며 최근에는 다색 목판화로 우리 농촌과 이웃들의 삶의 현장을 묘사하고 있다.
 
김준권 작가 등 군민 40명 건립 참여
군립미술관 건립은 김 작가의 제안에 진천군과 지역인사들이 호응하면서 2007년부터 건립이 추진된 것이다. 김 작가는 “군 단위에서 미술관을 만들자는 제안이 생뚱할 수도 있다. 대개는 어디서 뚝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문단을 포함해 40여명으로 추진위가 꾸려졌고 공무원들도 관심을 보여 추진할 수 있었다. 이런 절차를 거친 군립미술관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특히 미술관 건립과 관련해 정부로부터 특별교부세 5억원을 확보하는데도 힘을 보텐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 작가와 함께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던 인사들은 그 공로를 고려해 군립미술관을 판화미술관 형태로 개관해야 한다는데 뜻을 모으고 있다.

진천군도 이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기획단계에서부터 판화미술관으로 시작된 것이 맞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규모의 군 단위 미술관인 만큼 특성화시키는 것이 미술관의 수준을 높이고 관람객 유치에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군립시설이라 관련조례에 따라  5인 이상 15인 이내의 관련전문가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이달 중순까지 구성하고 운영위의 결정에 따라 개관 전까지 미술관 명칭과 성격을 정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판화미술관이 될지 일반 회화미술관이 될지는 전적으로 운영위의 결정에 달려있는 셈이다. 

충북 판화가의 고장 각광 ‘경쟁력 있다’
어찌 됐든 종박물관의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진천군립미술관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의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특성화하는 것이 필수다. 이런 측면에서 김준권 작가가 진천에서 20년 동안 작업해 온 것은 밑거름이 되기에 충분하다. 김 작가는 이에 대해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김 작가는 “나는 깃발만 들었고 의기투합해 만들어낸 미술관이다. 이제는 개인의 것이 아니다. 다만 규모도 크지 않고 일반 회화미술관으로서는 대도시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지역은 다르지만 충북 제천에 이철수 작가가 있는 것도 판화미술관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이 작가 역시 1981년 격렬한 선묘판화로 민중미술계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1988년 무렵부터 자기 성찰과 생명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판화영역을 확대해 오늘에 이르는 대표적인 판화작가 가운데 한명이다. 이 작가가 제천시 백운면으로 내려온 것은 1987년이다.

지역의 한 미술계 인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판화가로서 저명도와 작품세계에 있어 주목을 받는 두 작가가 충북에 있는 만큼 판화미술관으로 특성화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