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퇴폐업소 단속해 주세요’

산남3지구 불법·퇴폐 행위 단속 요구 2000명 서명운동
노래방서 ‘홀딱쇼’ 현장 성매매, 접대부 7명 고용한 카페도

2009-09-24     김진오 기자

청주 산남3지구 아파트단지와 법원·검찰청 사이에 조성된 상업지역의 한 7층 규모 상가. 각종 판매점과 사무실 등 업무시설과 함께 학원, 노래방도 함께 입주해 있다.

인근 샛별초·산남초·산남중·산남고 4개 학교 학생들이 오후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원수강을 위해 이 상가를 드나든다.

▲ 산남3지구 내 노래방과 카페 등에서 도우미 제공은 물론 음란 퇴폐영업까지 이뤄지자 주민들이 2000명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단속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학교 인근의 카페 밀집지역.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Q씨(48)는 산남3지구가 새로 조성된 택지지구인데다 상업지역에는 모텔이나 유흥업소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처음부터 계획됐기 때문에 자녀 교육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파트단지 인근에 새로 지은 각급 학교가 자리잡고 있고 교육청과 법원·검찰청 같은 기관도 있어 교육환경이 청주에서 제일 좋을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찾은 상가 노래방에서 이같은 기대는 산산조작 나고 말았다.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Q씨 일행은 업소를 잘못 찾아온 줄 알고 착각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출입문과 조명이야 새 건물이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웨이터 차림의 종업원이 안내한 화장실이 딸린 방에는 룸살롱에서나 있을 법한 대형 탁자와 소파가 놓여있었고 실내  또한 매우 고급스럽게 꾸며져 있었다.

더욱이 탁자 위 가운데에 녹차류의 캔 음료와 생수, 양주잔이 세팅돼 있는 모습은 노래방이 아니라 영락없이 고급 유흥업소였던 것이다.

“보통으로 할까요 쇼로 할까요?”

Q씨가 진짜 놀란 것은 그 다음부터. 종업원은 자연스럽게 도우미를 부르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일행들이 동의하자 이번에는 ‘보통 아가씨를 원하는지 화끈하게 놀아주는 아가씨를 원하는지 선택을 요구했다. 물론 후자의 경우 봉사료가 시간당 1만원 더 비싸다는 전제도 달았다.

회식자리에서 꽤 많은 술을 마셨고 호기심도 발동한 일행들은 후자를 선택했고 10여분 후 도착한 도우미들의 ‘서비스’(?)는 이들이 상상한 것 이상이었다.

속칭 ‘홀딱쇼’가 이들의 1m 눈 앞에서 펼쳐진 것. 도우미들이 합석하고 폭탄주가 몇 순배 돌아가자 도우미들은 쇼를 보여주겠다며 탁자 위로 올라갔고 어느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속칭 계곡주도 등장했다. 당연히 소파에 앉아 있던 일행들에게 팁을 요구했고 10여분 만에 4명의 일행은 10만원이 넘는 팁을 제공했다.
Q씨는 “말로만 듣던 광경을 그것도 우리동네 노래방에서 목격을 하는 순간 눈 앞이 노래졌다. 워낙 술이 취한 상태라 뿌리치지는 못했지만 다음날 술이 깬 뒤에도 두고두고 머리에 남아 있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Q씨는 또 “이 도우미들은 손님들과 합의만 된다면 ‘2차’도 가능하다며 성매매도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전해 퇴폐행위는 물론 성매매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눈 뜨고 못 봐 줄 지경

토지공사가 사업을 시행한 산남3택지지구는 상업지역이라 해도 유흥업소와 모텔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노래방은 이와 관계없는 시설로 학교위생정화구역 외에는 얼마든지 가능한 업종이다. 노래방의 공식 명칭 ‘노래연습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도우미는 물론 술도 팔 수 없는 건전한 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같은 관계 법령은 이미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심지어 캔맥주 정도는 괜찮다는 게 이용객 상당수의 의견이고 이들로부터 영업 피해를 입고 있다는 유흥업소에서 조차 묵시적으로 이해할 정도.

하지만 도우미를 알선하고 퇴폐행위와 심지어 성매매까지 이뤄지자 이를 근절하겠다며 주민들이 나섰다.
최근 산남3지구 내 학교운영위학부모회, 아파트협의회, 노인회, 바르게살기운동본부 등 직능단체들이 나서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주민 2000명의 서명을 받아 청주지방검찰청과 충북지방경찰청, 청주시청에 야간 불법 퇴폐 행위와 해당업소 단속을 진정할 계획으로 현재 1300여명이 서명에 참여한 상태다.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한 주민은 “상가에 불법 퇴폐 노래방과 학원이 혼재해 있다. 학원이 끝나는 시간에는 누가 학생이고 도우미인지 모를 정도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어느새 산남3지구가 속칭 ‘물이 좋다’는 소문까지 났다는 얘길 들었다. 원흥이 생태공원을 조성하는 등 친환경적이고 살기좋은 곳이라는 자부심에 커다란 불명예를 입히고 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은 산남3지구 내에 노래방이 28곳이 영업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들 대부분이 최소한 도우미 제공 이상의 불법, 퇴폐 행위를 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학교 앞 버젓이 접대부 둔 카페

여느 택지지구와 마찬가지로 산남3지구 또한 아파트단지, 상업지역과 함께 준주거지역이 조성돼 있다. 준주거지역에는 판매업소, 식당 등 근린생활시설과 단독·다가구주택을 지을 수 있는데 원룸촌이 형성되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곳 주민들은 원룸촌 일부 블록에 카페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홍등가를 연상할 정도로 밀집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이곳의 카페는 맥주나 양주를 팔고 대화상대가 돼 주는 다른 업소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적게는 3~4명 많은 곳은 7명까지 접대부를 고용하고 있으며 술값과 안주값 외에 접대부 1인당 3만원의 봉사료를 따로 받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카페 밀집지역은 학교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00여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으며 상당수 학생들의 등하교길과 가까워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 주민은 “야간 조명을 켜 놓은 모습을 보면 마치 유흥업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것처럼 보인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조카에게 카페 얘기를 물었더니 얼굴이 붉어지더라”며 “카페가 일반음식점으로 영업허가를 받아 영업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불법 퇴폐행위는 강력히 단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업소들이 산남3지구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주민은 “충북도교육청 인근에도 카페들이 성업하고 있으며 그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심지어 주고객이 산남3지구에 있는 기관 공무원들이라고 자랑하는 곳도 있을 정도다. 보다 강력한 단속이 절실하다”고 전했다.

문의전화 스트레스에 협박·비아냥도
서명운동 주민들의 속앓이

“진정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스트레스 받을 정도로 시달리고 있다. 절대 서명운동을 주도하는 주민들의 실명이나 소속 단체도 밝히지 마라.”

‘산남3지구 학교정화구역내 불법·퇴폐업소 지도요청’ 서명운동 취재를 위해 만난 한 주민의 간곡한 부탁이다.

서명운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쇄도하는 기관과 언론사를 비롯한 문의전화 탓에 생업에 까지 지장을 받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주민은 ‘당신은 노래방 안 가느냐’는 등 협박 섞인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는 것이다.

과거 하복대 지역 주민들이 퇴폐행위 단속을 요구하는 진정을 낸 적은 있지만 2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서명운동을 벌인 것은 산남3지구가 처음이다. 

이 주민은 “부모 입장에서 학원 인근과 등하교길에서 불법과 퇴폐행위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없지 않느냐. 그래서 서명운동이라도 해 단속을 요청하려는 것인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다. 당초 검찰과 경찰, 청주시청에 서명지를 첨부한 진정서를 발송할 계획이었는데 이를 유보하고 이달 말 회의를 통해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서명운동에 열심히 참여하던 한 주부는 ‘그런 일에 왜 발 벗고 나서 이런저런 소릴 듣느냐’며 남편과 부부싸움을 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