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지역경제 삼킨 ‘쓰나미’

관광업계 ‘초토화’, 유통·외식업계는 ‘비상’
지자체 축제 취소, 추석특수도 사라질 판

2009-09-09     오옥균 기자

유행단계에 접어든 신종플루가 지역 경제에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3일 행안부가 지방자치단체가 계획 중인 축제와 행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취소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내면서 줄줄이 취소되고 있는데다 관광업계를 중심으로 한 서비스업이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 현재까지는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는 유통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추석 성수기까지 이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 신종플루가 지역경제까지 집어삼킬 기세다. 여행사 등 관광업계는 이미 초토화됐고, 추석을 앞둔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지난 4일 청주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직지상 시상식 때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체온을 재고 있는 모습.
해외여행 ‘전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여행업계다. 아시아나항공은 가을 성수기를 대비해 준비했던 청주-항주 노선 전세기를 취소했으며 추가사업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나투어·모두투어 등도 추석 전세기 운영을 모두 취소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사스·조류독감이 유행했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다. 한마디로 문을 닫아야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규예약은 전혀없고 기존 예약도 대부분 보류됐다. 방문은 물론 전화문의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이를 증명하듯 충북도청 민원실 여권발급 창구는 한산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대행기관을 포함해 여권 발급처 7곳에서 하루 평균 200~250건의 발급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현재는 절반 이상 줄어 100건을 조금 넘는 정도”라며 “6일 걸리던 여권발급기일도 따라서 4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결혼 시즌이다 보니 신혼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이 밖에는 출장 등의 목적이다. 일반 관광을 목적으로 여권을 신청하는 사람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며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전국 여행업계는 지난 몇 달간 매월 100여곳이 문을 닫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충북관광협회 관계자는 “조만간 이사회 개최를 통해 논의는 하겠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현재로써는 신종플루가 잦아들길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단체여행도 크게 줄었다. 수학여행 특수가 사라진 것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 3일 충북도교육청은 일선학교에 행안부의 지침을 들어 ‘단체활동 금지’ 공문을 시행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가을로 수학여행을 예정한 학교들이 여행일정을 모두 취소했다”고 전했다.

유통업계 비상
감염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다중시설의 이용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유통업계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고 있다. 외부활동이 줄어들면서 극장가와 외식산업, 학원가에도 피해가 우려된다.
30대 이상의 주부를 주 고객층으로 하는 흥업백화점은 8월에 이어 9월 매출도 지난해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김진영 본부장은 “지난해보다 경기가 나아져 매출 상승을 기대했는데 신종플루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도 매출이 부진하다. 주부들이다보니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추석 대목이다. 신종플루의 기세가 누그러들지 않는다면 추석 대목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다 소비자들을 인터넷쇼핑몰이나 홈쇼핑 등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김 본부장은 “정문·후문 입구에 소독기를 비치하고 화장실마다 세정제 등 약품을 비치하는 등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들의 편리한 쇼핑을 위해 비치해놓은 유모차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다음 이용객을 위해 사용할 때 마다 소독을 하는 등 위생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추석대목을 대비한 신종플루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플렉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아직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지만 여성 이용객이 많다보니 소폭의 매출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외식업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김진식 선프라자 대표는 “아직 매출에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신종플루 확산에 대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축제 줄줄이 취소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오던 지역축제들이 잇달아 취소돼 가을철 특수를 기대한 지역민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충주시는 5일간 진행되는 대표적인 축제인 ‘세계무술축제’와 ‘세계택견대회’를 취소했고, 괴산군도 다음달 17일 예정됐던 ‘전국가족등산대회’를 취소했다. 진천군은 ‘제10회 생거진천 농다리축제’ ‘교육감기 초중고교 육상대회’ ‘제31회 생거진천 문화축제’ ‘제11회 생거진천 쌀축제’ 등을 모두 취소했다.

단양군은 18일 열릴 예정이었던 ‘제1회 주민서비스박람회’를 12월로 연기했으며 영동군은 난계국악축제의 일부 공연을 취소했다. 이 밖에도 제천시·음성군 등도 행사를 취소했고, 아직 취소되지 않은 축제나 행사도 행안부의 원칙적 취소 지침에 따라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청주산단 근로자도 양성반응 '덜컹'
신종플루의 확산은 기업 활동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청주산업단지 내 근로자가 신종플루 양성반응을 받은 것이 알려지면서 청주산단은 물론 오창산단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청주산단 내 한 업체에서 노동자가 발열증세를 보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결과 신종플루 양성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오창산단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기업대응지침을 입주업체에 전달했다. 예방과 홍보활동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