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없는 증오 ‘묻지마’ 연쇄 방화 극성

대부분 분노 이기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범행
20대회사원, 사회 불만품고 10여차례 불질러

2009-09-03     이승동 기자

우발적방화가 판치는 이유
최근 이슈가 됐던 진천지역 방화범이 3개월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20대 회사원인 방화범은 회사와 사회불만을품고 연쇄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진천경찰서에 따르면, 방화범 송모(29)씨는 지난달 25일 오후 11시35분 진천군 진천읍 한 슈퍼에서 일회용 라이터로 종이에 불을 붙여 960여만원의 재산피해를 내는 등 지난 6월 8일부터 최근까지 이 일대 차량과 상가, 사무실 등에 10여 차례에 걸쳐 불을 질러 총 1억원 상당의 재산피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송씨는 처음에는 10여일에 한번 씩 범행을 지지르다 최근에는 한번에2~3번씩 연쇄적으로 방화를 저질렀다”며 “‘회사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술을 마신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도내에서 홧김에 불을 지르는 방화 사건이 끊이지 않으며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 사회에 대한 증오로 인해 뚜렷한 동기 없이 이뤄지는 방화라는 점에서 그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또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고 재범률이 높아 더 이상 단순하게 범인 검거에서 끝낼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예방 대책이 시급해 지고 있다.  

▲ 최근 홧김에 불을 지르는 방화 사건이 끊이지 않으며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대부분 사회에 대한 증오로 인해 뚜렷한 동기 없이 이뤄지는 방화라는 점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방화범 3년새 24%증가
최근 3년동안 도내에서 방화사건이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도내에서는 56명이 방화로 입건돼 이중 19명이 구속되고 37명이 불구속됐다.

이는 2007년 51명(구속 12명)에 비해 5명(10%), 2006년 45명(구속 17명)보다 11명(24%)이 증가한 수치다. 최근 늘어나는 방화의 두드러진 특징은 대부분 재산적인 이익이나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가 아니라는 점이다. 순간적인 충동이나 분노를 이기지 못한 우발적 범죄 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충북도소방본부 한 관계자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연쇄방화는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를 이용, 주택가 골목 등에서 우발적으로 단발성이 아닌 연쇄방화로 이어지고 있다”며 “방화대상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분별하게 이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제천에서 생활고를 비관해 묵고 있던 모텔에 일부러 불을 질러 억 대의 재산피해를 내고 투숙객에게 부상을 입힌 최 모(41)씨가 검거됐다.

또 지난달 19일 청주에서 모 아파트 복도 난간에서 미리 준비한 시너를 자신의 몸과 복도에 뿌린 뒤 “세상 살기 싫다. 딸을 데리고 와라”는 등 소리를 지르며 갖고 있던 1회용 라이터로 불을 붙이겠다고 협박한 40대 남자가 입건되기도 했다. 

한편 방화는 중범죄라는 점에서 청주지법은 지난해 사회에 대한 불만으로 자신이 묵던 모텔 객실에 불을 질러 1명이 숨지는 등 2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현주건조물방화치사 등)로 구속 기소된 이모(47)씨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쾌감, 만족감, 해방감에 범행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연쇄적 방화를 저지르는 행동은 충동조절장애증후군에 속한다. 이런 종류의 범죄는 도벽, 방화, 도박 등 을 들 수 있는데 공통점은 범죄의 동기가 분명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만한 행동을 하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이를 반복한다는 것.

김영랑 청주의료원 제1정신과장은 “충동적인 행동을 실행에 옮기기 전까지 범인들은 긴장감이나 각성 상태가 고조 되고 충동을 억제하면 할수록 정신적 긴장이 더 커지므로 일단 실행하고 나면 쾌감이나 만족감, 긴장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한 “불을 질러 쾌감을 느끼는 사람은 또 다른 자극을 원하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범행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과장은 재범을 막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한편, 동시에 이들이 방화를 생각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예방체계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경찰 ‘방화범 특별관리’ 
사회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경찰은 방화범들에 대해 특별 관리를 하고 있다. 경찰은 살인·강도·강간 등 강력범죄 사범들을 ‘재범의 우려가 있다’는 우범자로 특별 분류해 3개월에 1회 이상 범죄 관련 첩보를 수집하고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그동안 이 규칙에서 지정한 관리 대상인 우범자에 방화범은 제외돼 있었지만 지난해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에 따라 방화죄로 법원에서 실형을 받고 출소한 전과자에 대해 경찰이 심사를 해서 첩보 수집 및 관리 대상인 ‘우범자’로 선정하고, 이렇게 선정된 방화 우범자는 주기적으로 담당 경찰서의 관리를 받게 된다.

경찰이 방화사범에 대한 관리에 들어간 것은 대형 방화사건을 저지른 범죄자 중 과거 유사 전과가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는 자신과 관련이 없는 타인에 대한 화풀이 성 범죄의 수단으로 자주 이용돼 수사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다”며 “방화범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방화범을 우범자로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