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 결심한 이시종 의원, 정지사와 ‘전초전’

손 전 대표와 담판서 결정, 공식 발표시기 저울질
4대강 사업예산 공개하며 공세, 여야 선거구도 ‘꿈틀’

2009-08-25     안태희 기자

민주당 충북도당 위원장인 이시종 국회의원(충주)이 오랜 장고 끝에 최근 충북도지사 출마 결심을 굳혔다. 이제 공식발표만 남겨둔 상태이며, 이미 강력한 라이벌이 될 정우택 지사와 ‘전초전’도 치렀다.

▲ 이시종 의원
이 의원의 출마결심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도왔다.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의원과 손 전 대표는 2주일전 주말에 모처에서 만나 도지사 출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으며,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출마 확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결심을 하기에는 손 전 대표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한범덕 진로 주목
이에 대해 이 의원측은 시인도 부정도 하지 않은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 보좌관은 “도지사 출마에 대한 소신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며 연말이나 내년 초에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로써 이 의원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시일내에 당안팎에서 출마를 공식화하고 의원직 사퇴등의 수순을 밟으며 출마장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의 출마결심이 확인됨에 따라 당 안팎의 구도가 좀 더 명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당내에서는 한범덕 전 행정자치부 차관등과의 경선 또는 합의 추대를 위한 물밑 대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차관이 최근까지도 도지사 출마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바 있으나 당내 경선을 통한 후보자 확정이라는 ‘경선 레이스’가 실제로 벌어질지 회의적인 반응이다.

이 의원이 출마결심을 조기에 한 것도 한 전 차관에게 마음의 결정을 빨리 하라는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종 도지사 후보-한범덕 청주시장 후보’ 체제를 바라는 당내 일각의 분위기를 조기에 정착시키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당내에서는 간헐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홍재형 의원 출마설등이 잠재워질 것으로 보이며, 청주시장 및 충주시장등 각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 후보구도도 조기에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전 차관측과의 원만한 합의를 통해 조기에 도지사 후보로 확정될 경우 곧바로 선거체제를 위한 당직개편 등 새판짜기 구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이 6명이나 있는데도 1명에 불과한 한나라당 도당에게 성명전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현 체제를 바꿔  ‘강한 야성(野性)’을 갖는 친정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4대강 예산으로 정지사 ‘압박’
이 의원은 출마 결심을 굳힌 후 곧바로 공세적인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지난 17일 행정관료 출신인 그로서는 드물게 정우택 도지사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4대강 사업 관련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이날 이 의원측은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예산 22조 4000억원 중 충북 사업은 3.76%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 발표는 지역언론에 대서특필됐다.

▲ 정우택 지사
이 의원은 ‘선공’은 지난 8일에 국토해양부와 충북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도 충북지역의 주요 SOC사업예산이 올해 1조 2551억원의 절반 수준인 659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데 이어 두 번째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충북도가 이틀이 지난 20일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충북지역 전체 사업비가 2조 3748억원에 이른다고 반박했으나 그다지 눈길을 끌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오히려 자치단체가 먼저 확인했어야 할 예산규모를 밝히지 않았다가 국회의원이 발표한 다음에 반박하듯이 내놓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질타를 사기도 했다.

민주당 주요인사들의 방향타에 따라 ‘대어급’ 후보를 영입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에서도 이 의원의 출마결심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종 의원의 결심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자유선진당에게 ‘선거전이 시작됐구나’라는 느낌으로 다가설 것으로 보인다.

 

이시종은 ‘도지사’, 손학규는 ‘당권’
대선 당내경선때 손 전지사 선거대책본부장 맡기도

손학규 전 대표가 최근 회동을 통해 이 의원의 도지사 출마결심을 이끌어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손 전 대표와 이 문제를 상의했는가 하는 점이다.

▲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민주당의 계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의원은 김부겸, 송영길, 조정식, 김동철 의원 등과 함께 범손학규 진영으로 분류된다. 손 전대표가 강원도에서 칩거하다가 4.29 재보선을 앞두고 충주로 이사한 것도 이 의원과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의원은 대통합민주신당이 대통령 후보 경선가도를 달릴 때 손학규 예비후보의 충북경선대책본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하는 등 오랜 정치적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손학규 경선캠프에서는 오제세 국회의원이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남기창 전 청주대 교수와 한백현 전 열린우리당 도당 상임고문이 고문을 맡았다.

 이밖에 당시 정현명 전 내일신문 충청본부장, 노광기 전국어린이집연합회장, 양재옥 충북여약사회장, 박종천 전 충북일보 정치부장, 이주희 전 충북선진평화연대 집행위원장등이 합류했었다.

한편, 손 전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이후  민주당의 ‘포스트 DJ' 경쟁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DJ의 햇볕정책을 공개 지지하기도 한데다 박지원 의원이 친 손학규계라는 점도 당내 경쟁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전 대표의 당권 경쟁은 오는 10월 열리는 재보선 선거에 출마하는 것으로 시작할 전망이다.

양측의 입장에서는 이 의원이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고 손 전대표가 당권을 장악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