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도시 뉴욕에는 공원도 많다

홍강희 편집국장

2009-07-08     홍강희 기자

지난 주 미국에 다녀왔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갔다가 뉴욕·워싱턴·나이아가라폭포 등이 있는 동부지역을 여행했다. 여행은 역시 새로운 것을 만난다는 가슴 설레임이 있어 좋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까지 사귈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그러나 지금 여행의 묘미에 대해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다.

미국여행을 하면서 눈길을 끈 것은 번쩍번쩍하는 미국의 첨단문명이 아니었다. 마천루의 도시 뉴욕의 야경을 보고 환호성을 터뜨린 것은 사실이나, 사진이나 영화에서 많이 본 때문인지 가슴까지 전달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명품이 유혹하는 것도 아니었다. 돈 많은 한국의 갑부들이 명품 가방·옷·보석 등을 사러 간다는 명품거리에는 실제 이런 물건들이 차고 넘쳤으나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먹을거리들이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니었다.

기자를 잡아끈 것은 도시의 숲, 녹지였다. 뉴욕·워싱턴 같은 대도시의 복잡함이야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그리 답답하지 않은 것은 바로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뭄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도심을 걷다보면 공원이 있고, 주택가를 돌다보면 또 공원이 있었다. 거기에는 끝없이 펼쳐진 푸른 잔디밭과 미적인 감각까지 생각한 벤치,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대는 분수 등이 있었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는 이런 의미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뉴욕에 있는 워싱턴광장도 사람들이 쉬기에 적당했다.

워싱턴의 국회의사당, 백악관, 링컨기념관 같은 주요 건물이 있는 곳에는 어김없이 푸른 녹지가 펼쳐져 있었다. 주변이 모두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미국의 국민들과 관광객들은 거기서 지친 다리를 쉬고 머리를 식혔다. 뜨거운 햇빛을 피해 숲으로 숨을 수도 있었다. 정말 부러웠다.

 혹자들은 미국이야 땅이 넓으니까 가능한 것 아니냐고 할 것이다. 물론 넓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좁다.
하지만 땅의 넓고 좁음의 차이보다는 이 나라를, 이 도시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의 ‘마인드’ 차이일 것이다. 세계적으로 몇 째 안가는 도시 뉴욕과 워싱턴에는 날마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간다. 그러므로 차도 많고 건물도 많고,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 도시에는 숨통을 틔워주는 푸른 공간이 있어 마음 껏 숨 쉴 수 있다. 미국에서 “뉴욕중심에 공원을 만들지 않으면 얼마 안가 숨막혀 죽을 것”이라는 한 신문기사가 발단이 돼 센트럴파크를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주시가 바로 이런 상태에 왔다. 동네마다 어린이놀이터와 소공원이 들어서 과거보다 녹지가 증가하긴 했으나 아직 멀었다는 게 시민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공원을 만들고 싶지만, 시유지가 없어 못 한다”는 한 공무원의 말은 답답한 가슴을 더 답답하게 한다. 고만고만한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던 구도심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이 고층아파트의 신축이라면 청주의 미래는 더 삭막해질 것이다.

구도심의 재개발지역이나 수곡동 법원겙凱扈뻣?또는 비어있는 공공건물 자리에 시민광장이나 공원을 만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게 시민들의 중론이다. 당장 “그 땅 값이 얼마인데 공원을 만드느냐” 혹은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올 테지만 방법을 찾아보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문명의 이기가 좋아도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자연의 품이다. 사람이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면 인간성이 황폐해 질 수밖에 없다. 아, 우리에게는 녹지가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