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잘만하면 대대손손 '대박'
싸구려 땅에 허가만 나면‘황금알 낳는 거위’로 둔갑
곳곳서 비리 유혹, 단체장-사업자 뒷거래도 종종 들통
청원 이븐데일골프장의 전방위적인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골프장 사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도내 20곳의 골프장 외에도 41곳이 추진되거나 공사중 이어서 과연 얼마나 큰 이익을 내길래 ‘붐’까지 조성되는지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인허가 과정과 예상 수익, 비리 가능성 등 골프장 사업 전반을 분석해 본다. /편집자
퍼블릭(대중제) 골프장 영업이익률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43%로 우리나라 골프장 사업의 호황국면은 끝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원 그랜드CC가 2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고 대중제인 충주 중원CC는 무려 73.5%로 전국에서도 가장 장사를 잘 한 골프장으로 기록됐다.
내장객 수도 골프장 마다 10만명을 크게 웃돌아 그랜드CC 14만8269명, 떼제베CC 13만9744명, 천룡CC 12만7678명, 중앙CC 12만1686명의 순으로 조사됐으며 매출액은 그랜드CC가 194억7200만원, 천룡CC가 186억8300만원, 떼제베CC가 181억4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이 25%인 그랜드CC는 지난해 48억6800만원의 이익을 낸 셈이다.
아파트 보다 안정적인 골프장사업
▲골프장이 영업이 부진해 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분양하면 끝인 아파트와 달리 자손만대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 ▲매출액 외에도 부지 자체의 부동산 가치도 매우 높다 ▲인허가권자인 단체장들도 환영하는 사업이다 등이 골프장 사업의 장점으로 꼽힌다.
몇 년 전부터 아파트 사업이 침체기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개발자본이 레저산업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도 골프장 붐 조성에 기여했다.
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추진중인 골프장들이 모두 2005년 이후 추진되기 시작했다는 데에서도 나타난다.
골프장 사업의 또 다른 장점은 자본조달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사업주 직접 투자나 주주모집 등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포함한 금융권 조달 외에도 회원권 판매라는 차별화된 매력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나 제2금융권을 통한 펀드조성 또는 브릿지자금(BL)을 활용할 경우 토지대금 의 상당부분 까지도 조달할 수 있다.
특히 임야나 전답 등을 매입해 체육시설로 용도를 변경해 사업이 추진되는 만큼 이에 따른 지가 차이도 사업가들을 유혹하는 부분이다.
실제 대부분의 골프장은 3.3㎡당 3~4만원에 매입해 도시계획시설변경을 통해 체육시설로 용도가 바뀌는데 이를 통해서만도 땅값이 최소 서너배 이상 상승한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장 조성 전문 컨설팅업체도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골프장 운영 보다 토지를 확보해 지가를 높여 되팔아 차익을 노리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을 적절히 활용할 경우 큰 돈 안들이고 1~2년 투자해서 100억대 이익을 얻기도 한다”고 말했다.
성공 하려면 인허가를 당겨라
정규 18홀 골프장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한 부지는 대략 100만㎡ 정도다.
일일이 땅주인을 찾아다니며 계약이나 약정을 맺어 부지의 3분의 2 이상 확보했다면 해당 자치단체에 인·허가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우선 임야나 농지를 체육시설로 용도를 바꾸기 위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과 의회, 도시위원회 자문, 환경성 검토 등 수많은 세부절차를 거쳐야 하고 최종적으로 연관 부서와 행정기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고시된다.
여기 까지 하면 절반을 성공한 셈. 체육시설로 고시되는 순간 땅값도 천정부지로 뛰어 사업권이 매매되기도 한다.
이후 환경·교통·재해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밀고 밀리는 실랑이 끝에 통과되면 사업계획서을 작성, 실시계획으로 승인 받으면 착공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사업의 가치가 다시한번 업그레이드 된다. 골프장을 ‘운영’이 아닌 ‘사업’으로 추진했다면 사업권 양도 시점을 도시계획시설(체육시설) 결정으로 할 것인지 사업승인으로 할 것인지 판단하곤 한다.
이 사업적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느냐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받기 위해 토지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됐을 터 시간은 곧 금융비용, 돈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토지확보는 대부분 제2그융권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취급 수수료 외에도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3.3㎡당 4만원씩 100만㎡를 매입했다면 땅값만 120억원에 연 12억원 이상 이자를 물어야 하는 것이다.
외면하기 힘든 배팅 유혹
문제는 인허가 절차가 하염없이 길어지는 경우가 흔해 사업주들의 애를 태운다는 점이다.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위해 관계부서 의견검토나 각종 위원회가 한번씩만 더 열려도 최소한 서너달이 지연돼 버린다.
각종 영향평가도 마찬가지. 해당 심의회서 의견이 제출되고 이의 반영 여부를 두고 실랑이 하다보면 길게는 해를 넘기는 일도 있다.
사업승인까지 2년을 예상하지만 경우에 따라 5년 이상 늦춰지기도 한다.
뒷거래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대목이다. 담당 공무원에게 잘 부탁한다는 인사와 심지어 단체장과 직접적인 거래를 시도하기도 한다.
실제 검찰은 지난해 경기도 안성시 에덴블루골프장과 관련, 인허가와 과련해 뇌물을 받은 이동희 안성시장 등 9명을 구속기소했다.
안성시민연대가 검찰에 고발해 시작된 이 사건은 골프장 건설과정의 사업자 비리와 인허가 과정에서의 사업자와 공직자 유착관계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충북에서도 2007년 청원 이븐데일 골프장 분양승인과 관련해 실무를 맡았던 충북도 공무원이 접대 골프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모 공무원 부부가 인허가 내용이 고시된 바로 다음날 골프장 사업체 관계자 2명과 제주도로 접대성 골프여행을 다녀왔으며 이들은 가명으로 골프를 쳤으나 면세점에서 양주 등 물품을 사는 과정에서는 할 수 없이 실명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비리가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은
골프장 사업 승인 관련 비리는 크게 두 가지. 안되는 것 되게 해 달라는 것과 시간 단축이다.
목장용 초지에는 체육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데 영남지역의 한 지자체는 2006년 골프장 사업이 가능하도록 이를 사전에 임야로 용도변경 해 줬다는 의혹을 샀다.
굵직한 사건이 아니더라도 골프장 인허가 절차를 들여다 보면 비리가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곳곳서 발견된다.
도시계획시설 결정 기간을 앞당겨 달라거나 각종 영향평가 심의 일정 조절, 도시계획심의시 잘 봐달라는 등의 것은 비리의 축에 들지도 못한다.
평가나 심의위원들을 직접 접촉해 향응이나 금품을 건네거나 고위 공무원들을 직접 겨냥하는 경우도 있다.
2007년 이븐데일 골프장과 관련해 제기됐던 공무원들의 골프접대 의혹은 회원제 골프장에서만 발생할 수 있는 비리였다.
회원제 골프장은 조성과정에서 회원권 사전분양이 가능한데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이 공정률이다. 공정률이 30%를 넘기면 기 투자액 범위 내에서 우선 분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률은 시공이나 감리업체 만이 정확히 알 수 있는 부분으로 이를 부풀려 사전분양 승인을 얻어내고 그 대가로 공무원들이 골프 접대를 받은 것 아니냐는 게 구체적인 의혹의 내용이었다.
또한 여느 개발사업과 마찬가지로 민원이나 공사과정에서 나타난 불법을 덮기 위한 뒷거래가 시도되기도 한다.
한 관계자는 “이븐데일 골프장의 청원군에 대한 로비의혹은 군이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실시인가를 서너달이나 미뤘다는 데에서 그럴수도 있다는 식으로 불거진 것이다. 막대한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할 사업자는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하루라도 인허가를 앞당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