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눈치 보느라...교육청의 이상한 '균형'
"독도 망발 일삼는데 교육현장서 부끄러운 일" 우려
"업체 선정 방식 문제...일선학교에 맡겨야" 주장도
올여름은 오랫동안 지속된 폭염으로 어느 때보다 냉방기에 대한 의존이 높았다. 특히 교육현장에서는 미처 냉방기기를 설치하지 못해 단축수업과 조기방학을 실시하기도 했다.
내년 여름에는 이같은 현상이 다소 해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교육청이 2차 추경을 통해 89억원의 비용을 들여 냉방시설을 확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교육청이 일선학교의 냉방시설 확충과 관련한 설계를 마치면 곧바로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학부모 등 일각에서는 기초설비는 물론 냉방기기 선정에 있어 구성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최근 일본이 독도와 관련해 망발을 서슴치않는 상황에서 일본 브랜드가 새겨진 제품을 교육현장에서 사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2006년 운동초에 설치된 천장형 시스템 에어컨에는 '도시바'라는 일본업체명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산남고, 샛별초 등 같은 해 모 냉방기기 업체가 납품한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한 학부모는 "일본에 대한 괘씸함도 있지만 아이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본 제품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도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조달청에 등록한 업체 가운데 선정하게 되는데 모델의 성능이나 가격을 비교해 선정할 뿐 캐리어가 일본 브랜드를 사용하는 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우? 아니죠~ 일본? 맞습니다~
다국적기업인 캐리어는 한국에 캐리어(주)로 설립됐다. 1985년 대우그룹의 지분 참여로 설립돼 일반적으로 대우에어컨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2000년 캐리어가 대우의 지분 100%를 인수해 현재 캐리어(주)는 국내업체와는 무관한 업체로 변신했다.
캐리어가 도시바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과 관련해 캐리어 본사 관계자는 "다국적기업인 캐리어가 도시바 지분의 50%를 가지고 있다. 캐리어 일본공장(도시바)에서 제작된 냉방기기는 도시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독도 문제로 도시바를 사용하느냐, 캐리어를 사용하느냐를 두고 기업 내부에서도 논의가 있었지만 한국인들이 도시바라는 브랜드에 신뢰도가 높기 때문에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초등학교 학운위원은 "현재의 업체선정방식에 문제가 있다. 학부모들이나 교사들에게 선택권을 준다면 이 같은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는 초중의 경우 지역교육청에서 고등학교는 도교육청 구매 관계자들의 판단에 의해 업체가 선정된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결국은 교육청에서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맞지만 일선학교의 의견을 구두로 묻기는 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는 조달청에 등록된 LG, 현대, 캐리어 등 3개 업체의 제품을 균형있게 구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그렇다고 해도 국제무역법상 조달업체에서 캐리어를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업체선정에 있어 큰 변별력은 없다. 조달제품의 가격이 동일한데다 제품의 성능에서도 차이가 없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와 도교육청 관계자의 공통된 판단이다. 다시 말해 도교육청의 업체선정은 비약하자면 업계의 눈치를 보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딱히 명확한 기준도 없이 특정업체에 집중되게 되면 경쟁업체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지난 2006년 도교육청은 냉방기기 1247대를 확충하는 과정에서 삼성 제품을 70%(872대) 발주한 반면, 캐리어와 LG는 각각 21%(276대), 9%(108대)에 머물러 소외받은 업체들의 반발을 샀다. 당시 LG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었다.
앞서 도교육청 관계자도 판단했듯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의 차이가 없는데도 급격히 한 쪽으로 기운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지역기여도가 높다는 데서 충격은 더욱 컸다. 당시 한 지역인사는 "LG는 화학, 전자, 정보통신, 생활건강 등 청주에 입주해 있는 계열사가 수두룩하다. 세금을 내도 더내고 지역사회에 환원을 해도 더하는데 기왕이면 도움을 주는 업체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며 대놓고 LG를 지원하기도 했다. 그는 또 "수원의 경우 관공서의 전자제품 대부분을 삼성이 들어간다. 삼성의 지역기여도를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일을 겪은 후, 지난해 도교육청의 발주형태를 보면 업체간 차이가 크게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도교육청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제품은 1억8000만원, LG제품은 1억4000만원, 캐리어는 2억6000만원을 발주했다. 특징적인 것은 캐리어가 처음으로 가장 많은 발주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학교별로 구성원의 선택에 맡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도교육청이나 지역교육청에서 업체의 분배를 놓고 고민할 이유도 없고, 업체선정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홀가분해질 수 있다. 또한 구성원들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이다. 자신들이 사용할 제품을 직접 선택하는 것은 이러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표성을 갖는 기구에서 선정하면 될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4일 부산주부클럽 등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한 일본수입차 판매점 앞에서 일본의 독도 침탈 야욕을 규탄하며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였다. 이에 앞서 수원 등도 독도과 관련해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지난 7일 충북도교육청은 독도사랑 탐방단을 구성해 독도를 방문해 위문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