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도 또 드러나는 ‘이븐데일’ 커넥션

청원군 전 고위간부 ‘골프장 시행사’ 고문 맡아
충북도 실무담당자는 부인과 제주서 골프 접대

2008-08-14     이재표 기자

미원골프장 의혹 도대체 어디까지

경원실업이 시행하고 코오롱건설이 시공하는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 이븐데일 골프장을 둘러싼 전방위 금품로비, 변칙분양 의혹이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도대체 어디까지냐’는 말이 나올 정도.
최근에는 청원군과 충북도에서 고위직을 지낸 Q씨가 경원실업의 고문으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비난을 사고 있다. 또 골프장 분양권 승인과 관련해 실무를 담당했던 공무원도 제주도로 접대 골프를 다녀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경원실업이 청원군 미원면 대신리에 조성하고 있는 이븐데일 골프장과 관련해 각종 금품로비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전직 고위공무원이 고문으로 위촉되거나 담당자가 골프접대를 받는 등 전현직 공무원들이 부적절한 처신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호우에 대한 안전대책이 부실해 공사가 중단된 이븐데일 골프장.
지난 6월말 충북도 고위 공무원으로 명예퇴직한 공무원 Q씨. Q씨는 충북도로 전입오기 전인 2005년 7월부터 2006년 말까지 청원군의 고위층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청원군에 근무한 시점은 공교롭게도 경원실업이 골프장 인허가를 추진한 시점과 일치한다.

경원실업은 2005년 2월1일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해 첫 서류를 접수한 뒤 2006년 말까지 모든 절차를 마쳤으나 2007년 들어 김재욱 청원군수가 주민 민원 등을 이유로 실시인가에 대한 최종 승인을 미루면서 같은 해 5월28일에야 사인이 났고 6월8일 승인내용이 고시됐다. Q씨는 특히 민선 3기 오효진 전 청원군수가 차기 출마를 하기 위해 2006년 3월27일 퇴임한 뒤 약 3개월여 동안 중책을 맡기도 했다.   

물론 청원군 근무시점이 같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충북도에서 명퇴한 Q씨가 현재 경원실업의 고문으로 위촉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익명의 제보자는 “Q씨가 명퇴 이전부터 경원실업으로 갈 계획이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실제로 자리를 옮겼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러나 경원실업의 고문으로 상근을 하는지, 또 어느 선까지 개입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귀띔했다.

결국 가장 확실한 확인방법은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것. Q씨는 기자와 가진 전화통화에서 “누가 그런 얘기를 하더냐. 관심을 갖지 마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Q씨는 또 ‘그렇다면 직함만 맡고 실제 역할은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나중에 말하겠다. 거기(경원실업)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말끝을 흐렸다.

그러나 Q씨는 국세청 고위 공직자 출신으로 경원실업의 회장을 맡고 있는 H회장과 고향이 같은데다, 나이도 한 살 차에 불과해 청주세무서장을 지낸 H회장과 오래 전부터 깊은 친분관계를 유지해왔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증언이다.

Q씨 “나중에 말하겠다” 말끝 흐려
경원실업과 관련해 청원군 고위층의 측근이 개입한 사례는 또 있다. 경원실업 H회장과 김재욱 군수의 만남을 주선하는 과정에는 김 군수의 처남인 O모씨가 나섰던 것(충청리뷰 524호·4월11일자)이다.

군수의 처남인 O씨와 H회장은 사돈관계로, O씨는 2007년 봄부터 10월까지 약 6~7개월 동안 경원실업의 법률팀장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O씨는 이에 대해 “변호사 사무실에서 18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고 H회장과도 인척 관계라 자문을 요청해 올 때 마다 필요한 내용을 전달해 줬을 뿐”이라며 “주주총회에서 해임한 전 대표이사 I씨가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처 등 업무량이 많았음에도 자문비로 한차례 200만원을 받는 등 6개월 넘게 일하고 받은 돈이 250만원도 되지 않았다. 상응하는 보수가 뒤따라야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제보는 골프장 분양승인과 관련해 실무를 맡았던 충북도 공무원이 부인과 함께 제주도로 접대 골프를 다녀왔다는 의혹이다. 또 다른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공무원 X가 인허가 내용이 고시된 바로 다음날 제주도로 접대성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것이다.

경원실업 관계자 2명과 X씨 부부 등 모두 4명은 2007년 6월9일~10일까지 제주도 모 숙박시설에 묵으면서 2차례 라운딩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가명으로 골프를 쳤으나 면세점에서 양주 등 물품을 사는 과정에서는 할 수 없이 실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당시 H회장의 지시로 골프접대를 한 것으로 추정되는 A씨는 “솔직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공무원들에게 간단한 인사치레를 한 적이 있을지는 몰라도 그 이상의 부정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답변했다.

공사는 멈췄는데 분양은 추가 승인
집중호우 따른 주변 피해 우려 7월27일 공사 중단
원형보존지구 훼손 건 검찰 송치 불구 ‘143구좌 콜’

이븐데일의 굴삭기는 현재 멈춰서있다. 청원군이 7월25일 이븐데일 골프장 조성공사현장의 재해저감시설, 배수시설, 비탈면 등을 점검한 결과 침사지와 토(土)공사면의 피복 등이 부실한 점을 확인하고 집중호우에 따른 하류지역 농경지와 가옥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공사중지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국지성 집중호우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미원·낭성면 일대를 둘러보던 김재욱 군수도 골프장 조성공사 현장을 점검한 뒤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재해예방대책을 철저히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청원군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기술적인 문제를 놓고 업체와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토공사 중인 곳에 비닐을 덮으라고 지시했는데 그럴 경우 유속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업체가 난감해하고 있다. 업체 측에서는 ‘장마철이라도 비가 오지 않을 때 공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태풍으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공사 재개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븐데일은 2009년 6월 시범라운딩을 목표로 50% 남짓 공사가 진척 중인데, 군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9월 말까지는 공사 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산림 과다 훼손 또 불법 시비
여기에다 이븐데일은 골프장 사업부지 안에 있는 원형보존지구를 불법 훼손한 사실이 지난 6월 적발돼 검찰의 지휘에 따라 조사를 마친 뒤 이 건을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원형보존지구란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산림의 지나친 훼손을 막기 위해 골프장 사업구역 안이라도 골프 경기 진행에 필요한 구역 외의 산림을 보존토록 지정한 것을 일컫는다.

청원군 관계자는 지난 6월 현장점검을 나갔다가 원형보존지구가 훼손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측량을 의뢰해 정확히 확인한 결과 보존지구 61만2000㎡(사업지구 총면적 99만4440㎡) 가운데 6600㎡가 훼손된 것을 확인했다. 시공사(코오롱건설) 측에서는 ‘경계를 오인해 실수를 했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검찰의 지휘를 받아 조사를 마친 뒤 8월4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븐데일이 공사 과정에서 산림을 훼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5월28일 골프장 허가가 나기도 한참 전인 2003년 5월부터 2006년 3월 사이에 골프장 사업예정지 인근(가양리·화창리)의 임야 3만9000㎡에 대해서도 불법 벌목을 실시한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벌인 결과 혐의점이 드러나 5월 중순 검찰에 송치된 것이다.

이 산림훼손은 18홀 골프장 건립이라는 1차 사업을 마친 뒤에 진행할 2차 사업(퍼블릭 9홀, 숙박시설, 승마장)에 맞춰 골프장 인·허가에 필요한 나무 밀도를 맞추기 위해 틈틈이 벌목을 진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럼에도 분양권 승인은 ‘일사천리’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상황이지만 이분데일의 충북도의 분양권 승인은 그야말로 일사천리다. 충북도는 3월25일 WIP란 이름으로 창립회원(구좌당 8억원) 모집을 승인해 준 이후로 6월13일까지 3차례에 걸쳐 변경 또는 추가로 승인을 해줬는데, 이 가운데 6월13일 100명을 추가 승인한 것은 탈법 분양을 눈감아줬다는 의혹(충청리뷰 538호·7월18일자)마저 사고 있다.

이븐데일이 5월9일 일반회원(구좌당 1억3000만원)145구좌를 승인받은 상태에서 400명을 모집(12명 해약)했으며, 신문 공고를 통해 약속했던 대로 추첨 등의 절차를 거쳐 계약금 등을 돌려주지 않고 ‘대기표’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승인 외 신청자들을 손에 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븐데일은 당초 승인을 받았던 145명에다 추가 승인을 받은 100명을 더한 245명에 대해 골프장경영협회에 회원권 등록을 추진 중인 상황이었다.

더 큰 문제는 충북도가 문제제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8월7일 143명을 더 승인해줬다는 것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초 업체 측에서는 250구좌 추가 승인을 요청해 왔다. 공정률 등에 대한 현장 실사 등을 거쳐 143구좌를 승인해 준 것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이븐데일은 6월9일 100명, 8월7일 143명 등 모두 243구좌를 추가 승인 받음으로써 손에 쥐고 있던 388명 모두에 대해 추후 승인을 받음 셈이 됐다. 충북도 관계자는 ‘현장 실사를 통해 승인 구좌를 결정했다’고 하지만 이븐데일이 미리 모집한 회원 및 대기회원 수와 승인 구좌 수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없다. 한마디로 말해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의심받기 충분한 상황.

충북도 관계자는 ‘현재 공사가 중단 중인지 알고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공사중지나 재개 명령은 청원군에서 내리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 없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