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까뒤집어 봅시다

김 진 오 경제부 차장

2007-01-15     김진오 기자
   
청주 대농지구 금호어울림아파트를 시행하는 (주)도움에셋이 사업승인을 받고도 분양가 문제로 모델하우스 오픈을 미룬 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주시가 분양가상한제자문위원회를 열어 800만원 이상은 불가하다는 방침을 굳히자 분양승인신청을 철회하는 등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초 도움에셋이 승인신청한 분양가는 평균 평당 887만원. 청주시는 90만원 깎으라고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자문위가 주택법상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공공택지내 전용면적 85㎡이하 아파트에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단체장의 의지로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9일에는 남상우 청주시장이 기자들을 만나 ‘일수불퇴’ ‘8자는 절대 안돼’라는 표현을 써가며 800만원 이상 불가 입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금호어울림 뿐 아니라 앞으로 분양될 모든 아파트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당장 (주)신영의 지웰시티는 평당 평균 1150만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청주 사직2·3단지를 비롯해 비하동 계룡2차, 율량2지구, 호미지구, 동남지구 등 분양 예정 아파트가 줄을 서고 있다.

특히 재개발·재건축 등 주민조합을 결성해 추진해야 하는 사업은 분양가 문제가 벽에 부딪힐 경우 시공사 선정이 여의치 않거나 조합원들의 지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금호아파트로부터 본격화 된 분양가 거품 논란은 단순히 해당 업체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뤄질 청주지역 개발사업 모두에도 같은 잣대가 적용될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이 즈음에 분양원가 공개를 논의에 부치고 싶다. 시행사들은 분양원가 공개는 민간기업 경영상 비밀이며 시장경제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고 난색을 표해 왔다. 그동안 분양승인도 그 내역에 대해 비공개로 이뤄졌으며 경실련 등 시민단체가 원가를 추정한 근거도 감리자 선정 공고자료를 이용해 왔다.

경영상 비밀도 좋고 시장경제 원리도 좋은데 문제는 현실적으로 지자체와 부딪히는 상황에서 시행사나 건설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시의 주문을 받아들이거나 적당히 절충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시의 주문을 수용한다면 분양신청 액수가 부풀려져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적자 분양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당히 절충하는 문제도 시나 시행사 모두 여론의 비판을 벗어나기 힘들다.
나머지 방법은 행정소송을 하는 것인데 설사 시행사나 건설사가 승소한다 하더라도 몇 년의 세월을 잃게 되며 타이밍이 중요한 아파트 사업에서 선택하기 쉽지 않은 방법이다. 기자는 아예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전문가와 여론의 판단을 받아 보자는 것이다.

시행사나 건설사 스스로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할지 모르지만 어차피 분양가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거품에 대한 진위를 가리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금호아파트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자문위의 권고 금액을 시행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하니 다음 차례는 까 놓고 따져 보는 것 밖에 없지 않는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업 비밀이 아니라 시행사나 건설사의 용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