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내분사태 새국면으로…”
2003-02-14 충청리뷰
이태호 회장 즉각 퇴진 재차 주장
이태호 회장의 회장자격에 대한 논란으로 심각한 내분양상을 보이고 있는 청주상공회의소 사태가 부회장단의 ‘백의종군’ 선언과 이 회장 사퇴 주장 재천명-이 회장 사퇴 거부시 부회장 집단사퇴 불사 선언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개인 사업체의 매각으로 상공인의 지위를 상실한 만큼 청주상공회의소의 회장직 수행에 흠결이 있다”며 이태호 회장의 명예로운 사퇴를 주장해 왔던 부회장단은 11일 보도자료 형식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우리 부회장단은 18대 회장직 선거에 후보로 나서지 않겠다”고 천명했다.
부회장단은 또 지난 7일 임시 의원총회가 소집돼 선거공고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편법이 동원됐다며 선거공고 효력의 무효를 주장했다. 또 이태호 회장이 사퇴치 않으면 부회장단이 사퇴하는 것은 물론 18대 의원선거가 무자격자에 의해 공고된 만큼 선거를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4명의 부회장중 LG화학 부사장인 장재화 부회장은 지역에서 투영되는 본인의 특수한 처지 때문인지 성명서 발표 주체에서 빠졌다. 또 김영진 부회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10일 미국으로 떠나기 앞서 부회장단과 입장을 조율한 뒤 성명서에 담을 내용을 전폭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장 사퇴안하면 우리가…”
부회장단이 차기 회장단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나선 배경은 그동안 청주상의가 안아온 문제점들을 대내외에 드러내 개혁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일부에 의해 부회장단의 진의가 의도적으로 왜곡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차기인 18대 의원 및 회장단 선거를 앞두고 이태호 회장은 물론 부회장단 역시 ‘자리 욕심’에서 청주상의 조직을 볼모로 이전투구의 볼썽사나운 싸움만한다는 양비론이 제기되는 데 대해 부회장단은 당혹감과 함께 심한 심리적 부담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회장단은 “애시당초 회장의 자격문제를 중심으로 청주상의의 문제점을 거론키로 할 때부터 부회장단은 백의종군할 것을 스스로 다짐했다”며 “하지만 일부 세력에 의해 우리의 정당한 개혁주장 목소리가 왜곡당하는 현실에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부회장단은 “임원으로서 청주상의를 제대로 세우기 위해 본연의 책임을 방기할 수 없었다”며 “그렇지만 다른 상의 의원들조차 부회장단의 진의를 오해하는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우리의 충정을 명확히 밝힐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성명서 발표 배경을 설명했다.
상의 개혁 목소리에 도덕적 힘 싣기
어쨌거나 부회장단이 백의종군 의지를 재차 밝힘으로써 부회장단은 상의개혁을 주장하는 자신들의 목소리에 ‘도덕적 힘’을 배가하려는 목표를 상당부분 달성하게 됐으며, “자격에 문제가 있는 이태호 회장은 결코 안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대내외에 재차 명확히 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됐다. 더구나 부회장단은 “지난 7일 열린 상의 의원총회가 실은 이태호 회장측에 의해 소집된 것인데도 불구하고 오 모의원 등 18명이 먼저 소집을 요구해 열린 것처럼 뒤늦게 소집요구서에 의원들의 서명날인을 받는 등 형식을 갖춘 행위는 절차상 중대한 하자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날 의원총회가 결정한 선거공고의 무효 및 이 회장의 회장직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제기 등 다각도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배수진을 치고 나섬으로써 가파른 정면대치 국면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태호 회장은 지난 5일 회장직권으로 차기 의원 및 임원진 선출을 위한 선거일정을 공고했다가 절차상 상공회의소법과 청주상의의 정관을 위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가 되자(본보 2월8일자 267호 8∼9면, 15면) 지난 7일 의원들이 소집한 형식으로 임시의원총회를 긴급 개최, ‘8일 선거일 공고-21일 일반의원 50명 및 특별의원 10명 선출-28일 회장·부회장 선출’을 주요내용으로 한 선거일정을 확정했다.
“상의개혁 요구 충정의 발로”
한편 부회장단은 성명서에서 “이 회장에 대한 자격문제를 부회장단에서 2001년 5월 청주상의 사무국 윤성일 국장에게 거론한 뒤 회원 및 의원들의 동요가 있으니 정확히 처리할 것을 요구했지만 사무국은 회장의 자격문제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밝히며 회장단회의에서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에따라 회장단회의를 통해 이 문제를 논의한 결과 이 회장이 대한상의에 공식질의해 자신의 자격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유권해석이 나오면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혀 사태가 조용히 타결될 것으로 믿었다”고 주장했다. 부회장단은 “그러나 이 회장은 약속대로 ‘회장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대한상의 답변서가 회신돼 왔는데도 사퇴를 거부한 뒤 절차조차 무시하고 선거일정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압박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 흔들리는 상의 조직
간부들 줄서기… 극심한 눈치경쟁
“중심잃은 사무국이 사태 방조” 비판
18대 의원과 차기 회장단 구성을 위한 선거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청주상의 사무국 조직이 극심한 눈치경쟁을 벌이는 등 내외풍에 흔들리고 있다. 특히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경우 누가 회장직에 오르는 것이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인지를 계산하며 유력한 후보를 위해 충성을 다짐하는 등 줄서기 행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돈다. 그리고 이 와중에 간부급 직원간에 편가르기 현상마저 잠재하는 등 조직내부 분위기가 일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회장에 대한 자격시비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상의는 안팎에서 부는 바람으로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주상의 사무국은 이 회장의 자격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선거일정의 확정 및 공고절차에서 드러난 편법행위를 사전에 막아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자리 보존에만 마음이 가 있는 듯 눈치를 살피며 올바른 처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믿기 어려운 온갖 추문들이 상의 안팎에서 흘러나와 분위기의 혼탁도를 더하고 있다. 추문의 내용들 중에는 ‘누구가 누구를 위해 견마지로를 다하는 대가로 무슨 보직을 보장받았다’거나 ‘누구는 누구의 안티세력’이라는 둥 밑도끝도 없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청주상의의 한 직원은 “이런 분위기로 인해 사무실에서 같은 직원끼리도 눈치를 살피며 말조심, 행동조심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청주상의 총무팀은 “선거사무를 맡게 된 이후 점심식사조차 안에서 해결하는 등 쓸데없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행동거지에 각별한 주의를 하고 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거나 지금 청주상의 사무국은 선거를 앞두고 엄정 중립을 지켜야 할 처지에서 외풍과 그들 자신이 만들어낸 내풍에 휩쓸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