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정우택지사 재산
선거당시 37억 취임 후45억우째 이런 일이?

충북도와 선관위, 선거 전 자료공개 서로 미뤄

2006-09-07     홍강희 기자
충북도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8월 25일 정우택 지사 외 27명의 재산등록사항을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정 지사의 총 재산은 45억9868만원이다. 도내 자치단체장 중 최고재산가인 정 지사의 재산규모가 알려지자 도민들은 상상외로 많은 재산에 놀랐다는 반응이다. 많아야 10억원 미만인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재산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월등히 많기 때문. 실제 기초단체장 중 가장 많은 남상우 청주시장의 재산이 7억4100만원이고, 김재욱 청원군수가 3억5500만원, 한용택 옥천군수가 5억7900만원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공시지가 때문?
더욱이 정 지사는 지난 5·31 지방선거 때는 충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 37억4469만원으로 신고했다. 평면적으로 비교하면 몇 개월 새 재산이 8억여원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누가 봐도 이 부분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선거기간 동안 후보자들의 재산 총액은 선거 공보물에 공개됐다. 다만 재산 내역에 한해서는 열람이 가능했다. 이에 따라 기자는 도 선관위에 당시 정 지사의 재산 신고 내역서를 요청했으나 선거가 끝나면 선거법상 공개하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뒤 원본을 충북도로 보냈고 선관위에는 사본만 있는데 법적으로 공개할 수 없게 돼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충북도 감사관실에 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충북도 관계자는 “도지사 취임 이후 신고한 재산등록사항만 공개 의무가 있다. 선거 당시 것은 우리와 관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선관위에서 신고를 받았으니 선관위에서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양 기관이 서로 미루는 바람에 정 지사의 선거 당시 재산등록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때문에 혹시 선거 때 일부 재산을 누락시킨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고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갑자기 8억여원이 늘어난 점을 설명할 수 없다. 선거 전과 후의 재산이 이렇게 차이나는 점에 대해 도 관계자는 “공시지가 때문이다. 공시지가는 매년 1월 1일 조사해서 5월 31일에 결정 고시한다. 다만 변동분이 있을 때는 10월 30일에 다시 한 번 고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사님의 선거 전 재산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뤄져 지난해 5월 31일 공시지가로 계산된 것이고, 취임 후 신고액은 올해 5월 31일 공시지가를 적용했기 때문에 사실상 1년간의 차이가 난다. 부동산 항목은 선거 전 후 동일하고 변동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충북도에서는 공시지가가 1년 새 많이 올라서 선거 전, 후의 재산에 변동이 생겼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선관위로부터 넘어 온 재산신고 내용에 대해서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공시지가가 변동이 있다고 하더라도 1년 새 8억여원의 재산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이에 대해 한 공인중개사는 “변동폭이 많은 경기 지역의 공시지가가 지난해보다 올해 많이 인상됐다. 정부는 올해 6월 1일 공시지가를 실거래가의 7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고 발표한 후 대폭 올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본인 명의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묘봉리 산 24-1번지의 2005년 1월 1일 공시지가는 1㎡당 7060원인데, 2006년에는 8140원으로 인상됐다. 이런 식으로 대체로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지역은 하락한 곳도 있다. 경기 여주군 여주읍 교리 산 4-21번지의 임야 공시지가는 내렸다. 2005년 1월 1일 1㎡당 공시지가는 3만1600원이었으나 2006년에는 2만8700원으로 하락했다.
자동차도 3대나 되네
정 지사는 부동산, 예금, 자동차, 유가증권, 각종 회원권 등 다양한 형태의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2쪽 도표 참고) 본인 명의로 경기 용인시·성남시·여주군, 충남 공주시에 임야를 가지고 있고 대전 대덕구에 대지도 있다.

또 서울 서초구에 67평짜리 아크로비스타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고 충북 진천군 진천읍에 있는 건물을 비롯해 청주시 용암동에 아파트, 진천군 진천읍에 빌라 전세권도 가지고 있다.

또 자동차도 3대나 가지고 있다. EF 소나타, 에쿠스, SM5 등으로 이 중 에쿠스와 SM5는 배기량 2000cc급 이상 자동차다. 여기에 국민은행을 비롯한 예금과 KTF등의 주식, 신안컨트리클럽 골프회원권, 알프스콘도 등의 콘도 회원권까지 매우 여러 가지 형태의 재산을 축적했다. 그래서 본인 명의로 토지가 11억2200여만원, 건물이 16억2500만원, 자동차가 8600여만원, 예금 7억7400여만원, 유가증권 2억8300여만원, 골프 및 콘도 회원권이 6500만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외에 정 지사는 홍곡과학기술문화재단에 2억원을 출연했다.

부인은 강원도 원주시 봉산동에 임야 1160여만원, 국민은행 등에 예금 6억여원을 소유하고 있고 장남은 삼성생명보험 등에 6400여만원, 차남은 신한은행 등에 6300여만원의 예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정 지사 일가의 채무는 전세보증금 2000만원 밖에 되지 않는다.

정 지사의 집안은 선친이 농림부장관과 자유당·신민당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명문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 지사의 재산 중 증여받은 것으로 표시된 것은 경기 여주·용인, 충남 공주, 대전 대덕구의 임야와 대지 등 4건 10억7500여만원 뿐이다. 정 지사는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투자심사국·기획관리실 등 정부부처 경제 관련 부서에서 공직생활을 했고 진천·음성·괴산에서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후 DJP 내각에서 해양수산부장관을 역임했다.

실제 재산과 공시지가 큰 차이
이외에 정 지사는 비상장주식인 대티즌닷컴 17만8500주를 가지고 있다. 주식가는 1억7800만원. 인터넷상으로 대티즌닷컴을 검색하자 정 지사가 CEO로 돼있다. 참고로 CEO 정우택은 여기서 “공모전 중심의 서비스를 통해 대학생 네티즌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사회로 연결시키는 다리 역할을 시작으로 대학생 네티즌을 하나로 모아 인터넷 문화를 발전시키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지사는 대티즌닷컴 CEO이긴 하지만, 공직생활과 정치인을 통해 대부분의 재산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또 재산등록상 정우택 지사의 재산 총액은 45억 9868만원이나 현 시가와 많게는 배 정도 차이난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공시지가는 대개 현시가의 50~70% 정도 선에서 잡히고 임야는 그 보다 더 낮은 선에서 책정된다는 게 한 부동산 관련업자의 말이다. 일례로 정 지사가 재산등록신고서에 14억9500만원이라 적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아크로비스타 67평은 A형이 23억~25억5000만원, B형이 24억~26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시세 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는 이 아파트의 매매가가 23억~26억원이라고 알려줬다. 공시지가와 현시가가 이렇게 달라 정 지사의 재산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다고 봐야 한다.

한편 정 지사는 지난 8월 25일~9월 2일까지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아이다호주 보이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를 다녀와서 곧바로 9월 4일~7일까지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을 방문중이다. 따라서 재산에 대한 정 지사의 의견은 들을 수 없었다. 충북도 공직자윤리위는 1급 이상 공무원과 선출직 의원에 대해 재산신고를 받고 갇차명 재산 등 은닉 또는 신고누락 부분에 대해 일반인들로부터 신고를 받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가 신고하지 않으면 공직자윤리위에서는 여간해서 고의로 빼돌린 재산을 찾아낼 수 없다. 검찰이나 경찰의 협조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직자 재산신고도 형식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녀도 소득이 있으면 신고거부가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제 재산이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