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충북도 경제특별도 건설]
정무 경제전담, ‘알리바이 행정’ 우려

“경제투자관리실 앞세운 경기도에서 배워라”
공장부지 문화재 시굴, 군사협의도 道가 해결사

2006-08-17     이재표 기자
정우택 충북지사는 경제학 박사다. 학부에서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하와이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기 때문에 관료로서도 경제통을 자처한다.

그러나 정 지사는 선거운동 당시부터 본인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실물경제에 밝은 CEO 출신 정무부지사를 영입해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강조했고 어찌 됐든 경제인 출신의 노화욱 정무부지사를 낙점했다.

취임식에서 “충북의 투자환경을 바꾸고 투자자를 전략적으로 유치하는 일에 힘쓰겠다. 도정에 기업경영마인드를 접목하고 투자환경을 변화시키겠다”고 강조한 노 부지사의 활약에 기대를 건 것이다.

하지만 경제부지사 성격을 띤 노 정무부지사의 어깨에 경제활성화라는 책임을 전담시키고 조직적인 뒷받침이 따르지 않을 경우 자칫 ‘경제특별도’라는 거창한 슬로건이 헛구호에 그치고 전형적인 ‘알리바이 행정’에 그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 경기도는 경제투자관리실이라는 조직을 앞세워 해외세일즈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
경기도, 외자유치팀만 30여명
전체 인구의 21.2%, 국내총생산(GDP)의 19.4%, 전체 중소기업의 32.5%…. 경기도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다. 서울 과밀화 해소 정책의 영향도 있고 경기도 일부를 ‘수도권’이란 이름으로 서울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서울과 어깨싸움을 벌이고 있는 엄연한 경기도의 현주소다.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평범한 사업체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첨단기업, 특히 외국의 첨단기업이나 연구개발센터가 대거 경기도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외국계 첨단기업들의 경기도 진출은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취임한 2002년 7월 이후 크게 증가했다. 필립스나 3M, 델파이사, 스미토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경기도에 이처럼 외국계 첨단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것은 경제투자관리실을 첨병으로 내세워 적극적으로 외자유치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제투자관리실에는 경제투자관리실장, 투자진흥관을 중심으로, 투자진흥과장 산하 7개 담당 및 사무소에 30여명의 직원이 포진돼 있다.

7개 담당은 투자정책, 투자입지, 투자환경담당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를 담당하는 3개의 부서와 뉴욕사무소로 구성돼 있다.

어려운 문제는 道가 풀어준다
중요한 것은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어려움을 경기도 산하 경제투자관리실이 해결해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LG와 필립스가 각각 50%의 지분으로 참여한 LG필립스사의 공장을 경기도 파주로 유치하는 과정에서는 문화재 시·발굴 조사, 묘지 이장, 폐수종말처리장, 진입도로 건설 등의 난제를 도가 앞장서 풀었으며, 심지어는 대체 군사시설물을 구축하는 조건으로 군사시설보호구역 안에 공장이 입주할 수 있도록 군(軍)과 협의를 마무리짓기도 했다.

LG필립스를 중심으로 한 ‘파주 LCD클러스터’는 파주시 일원에 2012년까지 약 25조원을 투자해 3만5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는 수도권에 대규모 공장이 들어설 수 없도록 한 관련 법률 시행령을 완화시킴으로써 가능했던 것으로, 중앙부처와의 지속적인 협의, TV토론 등의 과정을 수반해 이루어졌다.

자치단체가 기업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것은 이미 대세가 됐다.
경상남도는 김혁규 전 지사 시절 이미 외국인투자유치과를 신설하는 등 직제를 개편했다. 경남도의 직제 개편은 단순한 ‘과’ 신설이 아니라 ‘해외투자 유치 직렬’의 신설을 지향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에는 민선 4기 출범과 함께 기업현장 민원지원팀을 구성했다.
상담에서 해결까지 일체의 과정을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민원지원팀은 출범 1주일만에 18개 업체를 현장 방문해 30건의 민원을 처리하는 성과를 올렸다.

청주시내 기업인 B씨는 “도지사가 의욕적으로 경제인을 정무부지사에 임명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부지사에게 경제를 전담시키고 조직적으로 뒷받침하지 않을 경우 ‘경제에 올인했다’는 명분만 내세우는 ‘알리바이 행정’에 그칠 우려가 높다”며 “조직개편 시 타 시도의 성공사레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