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 18개월, 하이닉스·매그나칩의 엇갈린 명암
2006-04-13 김진오 기자
매그나칩 직원들, ‘하이닉스에 희생’ 위화감 심화
하이닉스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비메모리 분야를 시티그룹벤처캐피탈(CVC)에 매각한 2004년 10월 이후 1년 반 동안 두 회사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하이닉스가 지난해 1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한 것에 비해 매그나칩은 1000억원 적자를 기록, 2004년 순이익 580억원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매출액도 하이닉스가 5조7500억원을 기록한 반면 매그나칩은 9300억원에 그쳤으며 이는 분사직전 1조원이 넘었던 것에 비해 800억원이나 줄어든 것이다.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의 대조적인 경영실적은 그대로 직원들의 처우에 반영돼 분사 18개월만에 양 사 연봉이 500여만원 이상 벌어졌다는게 직원들의 전언이다.
특히 하이닉스가 임단협 백지위임이라는 거짓 포장을 하면서까지 사실상 두자리수 임금인상이라는 선물(?)을 준 반면 현재 임금교섭이 진행중인 매그나칩은 노조와 사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두 회사의 엇갈리는 명암은 매그나칩을 매각했어야 했냐는 결과론적 의문에서부터 직원들간 위화감 조성의 기미마저 보이는 등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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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개월 전만해도 한솥밥을 먹었던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이 분사 이후 경영상태가 대조를 이루며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 ||
대기업 특히 반도체업체의 연봉수준은 타 직종에 비해 높으며 연봉은 회사의 수준을 나타내는 또다른 척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흔히 ‘삼성맨’ ‘현대맨’ 등 대기업 직원들에 붙는 ‘~맨’이란 표현도 소속사에 대한 자부심과 이에 상응하는 처우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채권단공동관리와 해외매각의 위기를 넘기면서 하이닉스는 대기업에 걸맞는 대우를 받지 못했으며 정상화된 이후 자연스럽게 연봉인상 등의 보상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 임금인상과 관련 노조가 회사측에 백지위임 했다던 하이닉스 발표가 거짓으로 드러나 도덕성 시비에 휘말리는 상황과 분사 이후 상대적으로 열악해진 매그나칩 상황은 두 기업의 엇갈리는 운명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매그나칩 노조는 올해 기본급의 8.4%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1.4%를 제시, 큰 격차를 보인채 지리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매그나칩 한 조합원은 “하이닉스의 임금인상에 동료들이 매우 동요하고 있다. 불과 1년반전만 해도 같은 회사식구였지만 회사가 나뉜뒤 차이가나도 너무 심하다. 직급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사 이후 500만원 이상 연봉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임금인상 수준이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직원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조합원은 “성과급이 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하이닉스가 매그나칩을 판 것은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당초 매각금액이 5000억원으로 예상됐는데 이 돈이 없어서 회사를 쪼개겠는가? 결과적으로 매그나칩 직원들이 희생을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그나칩 대신 분사업체라 불려
자신이 속한 공정이 비메모리분야라는 이유로 매그나칩 직원이 돼 버린 상당수 직원들은 줄을 잘못 선 댓가 치고는 너무 심하다는 푸념을 털어놓기 일쑤다. 분사 18개월 만에 회사 여기저기에서 이미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며 이같은 현상은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한 직원은 “가동률이 떨어지는 일부 공정에서 하이닉스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임금 격차도 그렇고 매그나칩은 하이닉스 하청업체로 전락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 직원들은 우리를 매그나칩 대신 분사업체라고 부르는 일이 훨씬 많다. 동생 회사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지만 두 회사 상황이 달라지면서 사소한 것에 까지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이닉스가 임금을 8% 올릴때 매그나칩은 3.4%인상에 만족해야 했으며 올해에도 큰 기대가 어렵다는 것은 현실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매그나칩의 정서적 자괴감의 정도도 상당히 심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매그나칩 일부에서는 2004년 분사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또다른 관계자는 “분사당시 하이닉스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매출이 계속 오르고 있었고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지난해 2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실현한 것을 감안하면 채권단과의 이행협약 사항이라고 하지만 과연 분사가 불가피했는가 하는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