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의 오늘 : 화려했던 약속들은 어디로 갔는가?

2025-11-26     박완희 청주시의원
박완희 청주시의원

 

지난 3년 동안 청주는 거대한 약속들로 채워져 있었다. 웰빙 치유형 테마파크, 생명 팜랜드, 정북 토성 역사문화공원, 근현대문화예술인 전시관, 청주공항 복합도시, 오송역 복합환승센터, 여성 복합커뮤니티센터, 스마트팜 원예 단지까지 다양한 분야만큼이나 화려한 이름의 공약들이 청주의 미래를 그려줄 것처럼 제시됐다. 그러나 임기 종료가 7개월 남짓 남은 지금, 시민들이 기억하는 것은 거대한 비전이 아니라 텅 빈 공약(空約)에 가까운 결과들이다.

가장 상징적인 실패는 6,000억 원 규모의 웰빙 치유형 테마파크다. 민자 유치를 전제로 한 사업이었음에도 민간투자는 단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시는 경기 침체를 이유로 들었지만, 실제로는 사업성 분석과 재정 구조 검토, 단계별 추진계획 등 기본 준비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다. 결국 ‘왜 시작조차 못 했는가?’라는 질문만 남긴 채 장밋빛 공약은 연기가 됐다.

생명 팜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농촌 관광·체험형 단지라는 구상은 매력적이었지만, 투자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시는 뒤늦게 개발 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명확하다. 초기 사업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루어졌는가이다. 웰빙 치유형 테마파크와 마찬가지로 기본 준비가 부족했다고밖에 할 수 없다.

정북 토성 역사문화공원 사업은 지난 8월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되며 첫 단계부터 막혔다. 근현대문화예술인 전시관 역시 부지 협소, 재정 부담, 추가 용역 등 문제만 더해지며 임기 내 착공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문화도시 청주를 위한 비전은 있었지만, 실행을 위한 구체적 기반은 준비되지 않았다.

도시·교통 분야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청주공항 복합도시는 국토부와의 협의조차 본격화되지 못했고, 에어로폴리스 1·2지구 미회수 분양금 문제로 3지구 개발 재원은 사실상 비어 있는 상태다. 오송역 복합환승센터는 발표 이후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고, 정부 기본계획에서 오송역이 제외되며 추진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

미래산업과 도시 인프라 공약도 줄줄이 흔들린다. 청주박물관 건립은 이행률 30%에 머물며 개관 시점은 2029년으로 밀렸고, 메디컬 융복합타운, 여성 복합커뮤니티센터, 스마트팜 원예 단지 등 다른 공약들도 계획이 변경되거나 축소되며 초기 취지를 잃어가고 있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개별 사업의 실패가 아니다. 공약을 실현할 수 있는 계획으로 만드는 준비와 실행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민간투자를 전제로 한 사업이라면 철저한 사전 타당성 검토가 필요했고, 정부 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업이라면 전략적 설득이 반드시 뒤따라야 했다. 그러나 지난 3년은 ‘선언–발표–제동–지연’이라는 패턴이 반복됐을 뿐이다.

이제 시민은 더 이상 거대한 제목의 공약에 현혹되지 않는다. 작지만 반드시 지키는 공약, 장밋빛 비전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계획과 정직한 일정 그리고 무엇보다 책임이 분명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도시의 미래는 구호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실행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