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도 않은 행사 비용 청구한 이벤트업체…청주시는 알고도 방치

정연숙 의원 “이벤트업체 A사, 올림픽 선수단 환영행사를 초청약수축제로 둔갑시켜”

2025-11-25     김남균 기자
청주의 한 이벤트업체가 하지도 않은 행사를 했다며, 서류를 조작해 청주시(시장 이범석, 국민의힘) 행사를 대행한 업체에 비용을 청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이벤트업체 A사가 김우진 선수 등  올림픽선수단 환영행사 장면을 초정약수축제 공연이라며 제출한 증빙자료 모습 (사진제공=정연숙 청주시의원)
이벤트  업체가 제출한 계약서. 세종약수축제와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지 않았는데도, 실제 하는 것처럼 내용이 기재돼 있다. (자료제공=정연숙 청주시의원) 

 

 

청주의 한 이벤트업체가 하지도 않은 행사를 했다며, 서류를 조작해 청주시(시장 이범석, 국민의힘) 행사를 대행한 업체에 비용을 청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비용청구과정에서 사진이 포함된 증빙서류를 허위로 작성했다.

청주시는 이 사실을 제보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8일, 청주시는 파리올림픽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 선수의 환영 행사를 개최했다. 청주시가 소유한 동부창고에서 행사가 열렸는데, 이범석 청주시장이 직접 참석해 김우진 선수에게 축하 인사도 건넸고, 축하 공연도 진행됐다.

시민 6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서에서 청주시는 김우진 선수에게 포상금 3000만원도 지급했다.

얼마 뒤 행사를 담당했던 이벤트 업체 A사는 청주시가 주최한 초정약수축제 대행업체 B사에 환영 행사 비용을 요구했다.

A사가 제출한 계약서 명시한 행사명은 ‘제18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성공기원 음악회’였다.

A사는 이를 근거로 청주시 초정약수축제 대행사 B사에 3000만원을 청구했다.

김우진 선수와 양궁 대표단 환영 행사를 초정약수축제 성공 기원 행사로 둔갑시킨 것이다.

증빙자료도 허위로 제출했다.

이들이 제출한 홍보콘서트 증빙자료에는 김우진 선수 환영식 때 촬영한 사진을 버젓이 제출했다.

A사가 거론한 ‘제18회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는 김우진 선수 환영식 2달 뒤인 10월 11일부터 13일에나 열렸다.

이런 사실은 청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정연숙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정연숙의원은 행정사무감사에서 “"(초정약수축제) 행사를 안 했는데 왜 (비용을) 줘(야하죠)? 음악회를 개최하지도 않았는데 B(초정약수축제 대행사)한테 (비용을) 달라는 거를 알고 계셨나요?"라 청주시 관계자에 따져 물었다.

답변에 나선 이정미 청주시 체육교육과장은 "(업체 측에서) 좋은 뜻으로 무료로 했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합의가 됐기 때문에 이 건이 이렇게 해서 관광과로 청구가 된 것에 대해서 저도 사실은 놀랐다"고 말했다.

청주시, 알고도 아무런 조치 안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주시가 A사가 초정약수축제 대행사 B사에 부당한 비용을 청구한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택(민주당) 청주시의원은 “(담당 부서) 팀장에게 제보를 했다”며 ”그런데 청주시 공무원이 묵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현숙 청주시 관광과장은 “그 얘기는 제가 저도 며칠 전에 들었다”고 얼버 부렸다.

정연숙 의원 “A사 대표는 이범석 시장 선거 도운 인물”

정연숙 청주시의원

 

정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청주시 보조금 행정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다”며 “두 부서의 사건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제보가 없으면 절대 드러나지 않을 구조적 붕괴”라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파리올림픽 김우진 선수 환영식 정산 문제와 관련해 “2024년 8월 열린 파리올림픽 선수단 환영식은 무대·조명·공연 등 대형 행사였지만, 보조사업자인 청주시체육회는 정산서에 현수막 비용 800만 원만 기재했다”고 밝혔다.

이어 “행사 대행업체 A사는 장비와 공연을 모두 무상 제공했다고 주장했지만, 계약서·협찬확인서·기부확인서 등 증빙은 단 한 건도 제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은 “개최되지 않은 행사와 관련한 허위자료가 제출됐다”며 “청주예총이 추진한 ‘세종대왕·초정약수축제 사전 음악회’는 실제로 열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런데도 대행업체 A가 청주예총의 하도급업체 B사에 3000만 원을 요구하며 파리올림픽 환영식 사진을 재사용한 허위 자료를 제출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한 “B업체의 제보가 없었다면 청주시 관광과는 이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한 채 예산을 집행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두 사건 모두 행사 대행업체 A가 중심에 있고, 체육과와 관광과는 정산 검토 실패, 보고체계 단절, 허위자료 검증 부재 등 동일한 문제를 드러냈다”며 “시스템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보조금 사업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며 “더 이상의 누락·허위·부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숙 의원은 문제가 된 이벤트 업체 A사 대표가 이범석 청주시장의 선거 운동을 도왔던 인물이라며 특혜의혹을 제기했다.

정연숙 의원은 질의에서 “이범석 청주시장 후보 선거사무원 유세를 보도했던 (기사) 그 안에는 이 A(이벤트) 업체의 대표님의 사진과 또 성함 이런 것들을 많은 보도자료를 통해서 확인할 수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는 세종대왕이 눈병 치료를 위해 초정약수터에 머물렀던 사실을 기념하고 초정약수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올해로 19회를 맞았는데 매년 10월 경에 진행된다. 올해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3일간 진행됐다. 축제기간에 세종대왕 어가행차를 재현하고 전통 제례인 영천제와 양로연 등이 진행된다.

축제는 청주시가 주최하고 청주예총이 주관했다.

행사는 초정약수가 있는 초정문화공원과 주변에 있는 초정행궁 일원에서 열렸다.

초정약수는 초정약수는 세종대왕이 1444년 봄·가을 두 차례에 걸쳐 120여 일 머물며 소갈증과 안질 등을 치료한 곳으로 알려졌다.

세종대왕은 초정에서 머물며 훈민정음 창제를 비롯해 양로연, 편경 제작, 청주향교 책 하사 등의 다양한 정책을 펼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