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나눔이 어디 있으랴! 광부의 아들과 사회복지사가 만든 김치나눔

서원대사회복지과어울림봉사단‧나드리관광정상옥대표 김치 1000㎏ 기부

2025-11-22     김남균 기자
22일 청주시 남이면 석판리에 위치한 나드리관광여행사 앞마당에서 ‘사랑을 버무려, 나눔을 담다’란 김장 나눔행사가 열렸다.
22일 청주시 남이면 석판리에 위치한 나드리관광여행사 앞마당에서 ‘사랑을 버무려, 나눔을 담다’란 김장 나눔행사가 열렸다.

 

벌써 바람이 쌀쌀한 11월이다. 변덕만 부려 준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하얀 눈발도 날리리라.

바야흐로 사랑이 넘치는 시간이 왔다.

이 맘때면 얼굴에 검은 검은 숯검댕이 자욱이 남은 일군의 사람들이 골목길을 누빈다.

앞치마에 고춧가루 양념을 살짝 남긴 사람들의 고무장갑 손길도 분주히 움직인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만 볼수 있는 사람 넘치는 연탄나눔, 김장 나눔 행사장의 모습이다.

오늘 하루에만 청주에서도 김치를 담가 소외된 이웃과 나누는 행사가 열 곳 이상에서 열린다.

어떤 곳에서는 ‘나눔’이란 이름으로, 생거진천케어팜처럼 ‘축제’란 이름을 사용하기도 한다.

김치에 빠질 수 없는 양념처럼 행사장에는 종종 정치인과 자치단체장이 빠지지 않는다. 그런다 한들 뭐가 문제랴!

대한민국에서 이런 행사 만큼 사랑으로 범벅이 되는 날이 어디 있으랴.

김장나눔처럼 양념으로 하나로 범벅되고, 연탄 나눔처럼 누구에게 한 번 이라도 따뜻한 온기가 되어주는 사랑의시간, 11월은 그래서 더 뜨겁다.

 

눈과 치아만 하얗게 빛나던 아버지와 먹었던 비지장이 그리운 광부의 아들

 

22일 청주시 남이면 석판리에 위치한 나드리관광여행사 앞마당에서 ‘사랑을 버무려, 나눔을 담다’란 김장 나눔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된 충북어울림사회봉사재단(대표 강연애)과 나드리관광 정상옥대표가 함께 마련했다.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절임배추 절임배추 1000㎏을 준비한 양념에 버무렸다.

담군 김치는 신장장애인 회원, 오창목련사회복지관, 노인요양원등에 기부된다.

정상옥 (주)나드리관광대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다.  늦깍이로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공부를 시작했다.  내년 2월이면 사회복지사 학위를 취득한다.

 

행사를 마련한 정상옥 대표는 ‘광부의 아들’이다.

정 대표는청주에서 3시가 가량 운전을 해야 갈 수 있는 곳,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서 태어났다. 지금 그곳은 강원카지노로 유명하다.

정 대표는 아버지가 광부로 있던 그 시간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눈물을 흘린다. 탄 가루로 작업복과 얼굴 모두 새까만 얼굴 속에서 유난히 하얗게 빛나던 아버지의 눈동자와 치아는 잊을 수 없다.

고기가 귀한 시절, 비지장에 돼지비계라도 들어가 있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삼척이나 양양에서 왔을 양미리와 도루묵찌개도 여전히 그립다.

정 대표는 시냇가 까지도 검은 물이 흐르던 고향 정선에서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를 따라 청주로 이사를 왔다. 오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석탄산업의 몰락에 따른 탄광 폐광 때문 이었으리라.

그렇게 청주에 와서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운전을 시작했다. 운전기사로 시작해 이제는 사장님이 됐다.

뒤늦게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내년 2월이면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해 학사 학위도 받는다.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 나이 60을 코 앞에 두고 사회복지사가 된다. 하얀 눈과 치아의 아버지와 비지장에 대한 그리움이 김장 나눔으로 이어졌으리라.

정 대표는 14년 동안 청주시장애인사격연맹 회장직도 맡고 있다. 광부의 자식으로 커오면서 내면에 쌓여 온 장애인에 대한 그의 관심이리라.

 

사회복지과 재학생과 졸업생으로 구성된 봉사단

강연애 충북어울림사회봉사재단 대표

 

‘충북 어울림 사회봉사재단’은 조금 특이하다. 서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학생과 졸업생들로 구성됐다는 점에서 색다르다.

현재 회원은 200여명 남짓으로 규모가 제법 크다.

강연애 대표에 따르면 처음에는 재학생들로만 봉사단을 구성했다.

8년 정도 봉사활동을 지속하다 2020년 학번에서 비영리민간단체로 전환해 지역봉사 활동을 전개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비영리민간단체로 전환하면서 먼저 활동했던 졸업생들도 합류했다. 그러다 보니 덩치가 커졌고, 봉사할수 있는 여력도 늘어났다. 운영하는 봉사 프르그램도 열 가지 정도 된다.

강 대표는 “우리 단체는 열심히 재미있게 봉사하는 단체”라고 말했다. 이 날도 김장을 담그는 그 순간에도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