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시간 9분18초, 박진희 도의원은 무엇을 질의했나?

2025-11-11     김남균 기자
박진희 충북도의원

 

지난 11월 5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이정범)는 충청북도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했다.

이날 박진희(더불어민주당, 비례) 충북도의원은 충북교육청 ◯부서에서 제기된 특근매식비 부정사용 의혹을 제기했다.

의혹이 제기된 특근매식비란 정규근무시간을 2시간 초과해 근무할 경우, 식비로 1인당 9000원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행정감사에 참석한 도교육청 관계자와 감사관은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수긍했다.

박 의원이 제기한 내용에 대해 “(특근매식비 사용과 처리방식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엄정하게 살펴보고 (결과에 따라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변했다.

특근 매식비 관련 박 의원이 질의와 답변을 주고받은 시간은 총 9분 18초다.

이렇게 보면 충북도의회의 일상적인 행정감사 모습이다.

그런데 다음 날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발생했다. 6일 특근매식비 부정사용의혹을 받았던 충북교육청 한 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 공무원의 죽음을 두고, 일부에선 충북도의회와 박진희 도의원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공무원의 신상이 특정돼, 해당 공무원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과 고압적이고 비인격적인 질의 방식이 죽음으로 내 몰았다는 내용이었다.

<뉴시스>는 "감사 과정에서 의원들의 잦은 자료 요구와 강압적 태도로 인한 공무원들의 심리적 부담이 상당하다"며 "잘못이 발견되면 제도 개선과 시정 요구 대신 죄인을 몰아붙이듯 강하게 압박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국공무원노조 관계자의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정치인도 가세했다. 박진희 도의원과 갈등관계에 있는 김영환 도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충북교육청 공무원 한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라며 “마음을 가눌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낍니다”라고 적었다.

김영환 도지사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한 인사는 직접적으로 박진희 의원을 공격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인격살해’, ‘마녀사냥’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며 박진희 의원을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11일에는 충북지역 극우성향의 보수단체는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독기서린 교육회 행정감사. 위해자(危害子=해를 가한 사람)를 처벌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과연 11월 5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감사는 어떻게 진행됐을까?

박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충북교육청 모 부서에 근무하던 한 직원이 다른 기관으로 전출을 간 뒤에도 전에 근무하던 부서의 특근매식 식당에서 식사를 한 사실이 적발된 적이 있냐고 물었다.

교육청 관계자는 “그런 사실이 있었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담당 과장이 그 직원에 주의를 줬고, 사과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교육청에서 제출한 한 부서의 특근매식비 관련 결재서류와 영수증을 제시하며, 증빙자료와 결재서류가 일치하지 않아 결국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청 관계자도 박 의원의 지적에 “적절하지 않다”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특근매식비 결제 시각이 평일 낮 시간이라며, 매식비 사용이 허가된 시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도 교육청 관계자는 “적절하지 않다”고 답변했다.

박 의원은 이 외에도 특근매식비를 선결제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해당 부서에서 400~500만원 정도 과다 부정하게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의혹을 제기한 뒤에 “개인 한 사람의 비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해당 부서 전반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지난 달 31일 감사의뢰를 했으며, 엄정하게 살펴보고 결과가 나오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답변하는 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자른 적은 없다.  교육청 관계자가 답변하는 동안 "말도 안되는 거죠?"라며  한번 끼어든 적은 있다.

이날 상황에 대해 일부에선 여전히 박 의원의 질의 모습은 고압적이고 강압적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렇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한편에선 존재한다.

과연 박진희 의원은 행정감사에서 특정 공무원을 ‘마녀사냥’하는 식으로 몰아붙였고, 이 과정은 ‘인격살해’ 일 정도로 ‘독기’가 어렸다고 평가받아야 할까?

박진희 도의원이 제기한 ‘특근매식비’ 사용과 관련된 질의는 해서는 안될 내용이었을까?

박진희 도의원의 질의는 특정 공무원 한명을 콕 찍어 이른바 ‘표적’ 질의를 한 것일까?

박진희 도의원이 교육청에 요구한 ‘특근매식비’ 현황 자료는 요구해선 안될 자료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