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희의 오늘 : 재생 엔진으로서의 녹색 인프라, 미래 청주의 길
도시는 끊임없이 성장하지만, 동시에 쇠퇴한다. 오래된 도시일수록 시간의 무게 속에 낡고, 확장된 도시일수록 자연과의 거리가 멀어진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시대적 과제는 ‘확장’이 아니라 ‘회복’이다. 도시의 미래를 다시 쓰는 새로운 언어는 바로 ‘재생’이다.
청주가 지향해야 할 미래도 그 지점에 있다. 단순한 도시개발을 넘어, 도시 자체를 하나의 생태적 순환 체계로 재구성하는 일, 그것이 바로 재생 도시의 방향이다. 통합수정방법론(IMM, Integrated Modification Methodology)은 이러한 재생 도시 디자인의 핵심을 제시한다. 이 방법론에 따르면 ‘녹색 인프라(Green Infrastructure)’는 부속적 장식이 아니라, 도시를 재생시키는 핵심 엔진이다.
공원과 녹지, 도시 숲, 하천 복원, 녹색 통로, 빗물 정원, 생태 습지 같은 자연 기반 시스템은 단순히 도시의 ‘휴식 공간’이 아니다. 이들은 도시의 엄연한 구성원이자 주체이다. 이러한 녹색 인프라가 도시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도시는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 이는 생태계 회복력을 높여 생물 다양성 향상으로 이어지고 물과 열의 순환 관리로 이어져 기후위기 충격도 완화할 수 있다. 종국에는 건강하고 포용적인 커뮤니티를 만들어낸다.
청주는 이러한 녹색 인프라 전략을 실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닌 도시다. 도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무심천과 미호강, 외곽을 둘러싼 상당산성과 구룡산, 우암산 등은 이미 훌륭한 ‘자연적 구조물’이다. 문제는 이 자산들이 회색 구조물로 단절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제 청주는 이 단절된 자연을 연결된 도시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녹지축을 따라 도보와 자전거길이 연결되고, 하천이 생태 복원의 중심축으로 작동하며, 도시열섬이 완화되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녹색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도시 재생이 청주의 미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계획 전반의 패러다임 바뀌어야 한다. 공원 하나를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생태 순환을 설계하는 ‘그린 어반 프레임워크(Green Urban Framework)’를 구축해야 한다. 주거 정비, 교통망, 산업단지 조성, 공공건축물 설계, 물 관리 정책 등 모든 영역이 녹색 인프라를 내재화해야 한다.
또한 시민 참여형 녹색 인프라 거버넌스의 구축도 중요하다. 도시의 생태적 회복은 행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지역 기업, 대학, 환경단체,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 설계와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청주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시민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면, 도시 생태의 복원력은 행정 효율을 넘어 사회적 회복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미 우리는 ‘산남동 두꺼비 마을’이라는 성공한 DNA를 품고 있다.
청주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다양한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과제를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실천의 속도와 방향은 여전히 ‘개별 사업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제는 ‘사업’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녹색 인프라를 도시정책의 기본 구조로 재정의하고, 그 안에서 재생의 논리를 체계화할 때 청주는 진정한 미래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녹색 인프라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전략이다.
도시의 중심을 다시 자연의 호흡으로 채울 때, 청주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시민의 삶의 질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건설 환경이 서로를 살리는 순환의 도시. 그것이 바로 청주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다. 청주의 도입 ‘가로수길’이 주는 푸르름이 단지 이미지가 아닌 청주시 그 자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