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 잇따른 노선 인가에 시외버스업계 생존권 위기
도내 시외버스업계 "시외버스 신규노선은 규제의 벽, 고속버스엔 문턱 완화" 형평성 무너진 교통행정..도내 시외버스 5社 국토부에 시행규칙 개정 촉구
국토교통부가 고속형 시외버스(이하 고속버스)의 인허가 규제를 완화하면서 ‘교통행정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충북지역 직행형 시외버스(이하 시외버스) 업계는 “고속형 노선에만 특혜가 집중돼 지역운송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며 시행규칙 개정을 통한 공정한 경쟁환경 복원을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도내에서는 고속버스 노선 인허가와 시외버스 노선 인허가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충북도는 지난 7월 14일, 도내 업체 충북리무진이 신청한 ‘오송역–청주북부–전진–이월–송도–인천공항’ 노선에 대해 경기도의 반대 의견을 '이유없음'으로 판단하고 인가를 내줬다.
같은 날 국토부도 동부고속·금호익스프레스·대원고속 등 3개 고속버스 업체가 신청한 ‘진천–인천공항’ 노선을 모두 인가했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는 충북도의 반대 의견을 단순 참고사항으로 처리하고 인가를 강행했다고 업계를 설명했다.
특히 동부고속과 금호익스프레스는 신청 당시 ‘광혜원 1곳’만 중간정차로 명시했으나, 국토부가 이를 수정해 ‘이월·광혜원 2곳’으로 승인해 논란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정부 의견을 듣도록 한 법 조항의 취지를 무시한 일”이라며 “중앙행정의 일방적 결정이 지역 교통망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지역 시외버스 사업자들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따라 도지사 인허를 받아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청주·충주·진천 등 지역을 거점으로 인천공항, 수도권을 연결하는 노선을 맡아 지역민의 이동편익을 책임져왔다.
하지만 최근 국토부가 고속버스의 중간정차 허용 횟수를 1개소에서 2개소로 확대하는 것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지역업계는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는 고속버스가 기존 시외버스 노선을 일부 흡수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으로, 사실상 노선 중복과 수요 잠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외버스는 기존 사업자의 동의 없이는 노선 신설이 불가능하지만, 고속버스는 전국 단위로 쉽게 인허가를 받는다”며 “제도 자체가 불공정하게 설계돼 있다”고 비판했다.
현 제도가 ‘중앙집권형 인허가 구조’로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시외버스 노선은 지역 실정에 맞춰 조정되는 반면, 고속버스 노선은 전국 단위의 사업계획으로 처리돼 지방정부와의 협의 없이도 운행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지방노선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지역 버스업체들은 경영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시외버스는 약간의 재정지원금과 진천-인천공항 같은 알짜노선의 수익으로 비수익노선의 손실을 메우는 구조"라며 "수익노선을 고속버스에 다 뺏기면 비수익노선도 그만큼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동권이 열악한 곳의 주민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가 최근 국토부에 보낸 건의서에는 ‘시행규칙 재개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업계는 국토부에 고속버스의 중간정차 허용을 기존 1개소로 환원하고, ‘시·도지사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야 한다’로 강화해 지방의 행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진행 중인 고속버스 신규노선 인가를 즉각 중단할 것도 요구했다.
이들은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간 형평이 무너진다면 지역교통망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법과 제도의 공정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업계 간 이해관계를 넘어, 지역균형발전과 교통복지의 문제로 이어진다.
고속형 노선 확대가 수도권 접근성 강화라는 단기효과만을 노린다면, 그 피해는 결국 지방 시민의 이동권 박탈과 지역 교통망의 붕괴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