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에게 교육박람회 물었더니…“공부 안해서 좋았다”
충북교육연대, “충북교육박람회는 보여주기식 행사” 일갈
충북교육청이 ‘학생·학부모·교직원·도민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 배우고 즐기는 종합축제였다’고 자평한 충북교육박람회에 대해, 충북지역 교육단체들이 ‘동원’과 ‘압박’, ‘보여주기식 행사’, ‘예산·행정력 낭비’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충북교육연대는 27일 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 충북교육문화원 일대에서 진행된 충북교육박람회에 대해 ‘공감과 동의 없는 보여주기식 행사’였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충북교육박람회를 통해 나타난 충북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모습은 ‘지원’보다는 ‘동원’과 ‘압박’에 가까웠고, 학교 현장 민원에 따른 교육청과의 면담이나 업무 협의도 교육박람회 기간 동안 상당 부분 중단되었다”며 “충북교육박람회에서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학교 현장이 필요로 하는 것은 그럴듯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적 교육과정을 내실 있게 운영하게 해 주는 지원”이라며 “교육청 예산과 행정력은 바로 이를 위해 쓰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북교육연대는 내년도 충북교육박람회 중단과 ‘동원’과 ‘압박’ 등 ‘시대착오적’ 행정 중단, 교육공동체 구성원들이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현장 발언자로 참여한 한영욱 충북새로운학교네트워크 대표(전교조 충북지부 청주남부 중등지회장)는 충북교육박람회에 대해 의견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한 교사에 따르면, 설문 응답자 268명 중 66.7%가 충북교육박람회 우려 사항으로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를 꼽았고, 57.6%가 ‘교사와 학생의 업무 부담’, 55.2%가 ‘교육적 효과 없음’이라고 답했다. 설문 참여자 중 초등교원은 50%가량, 교원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한영욱 대표는 “헌신이 크더라도 그 방향이 잘못되면 열정은 헛됨으로 변한다”며 “교육박람회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방향 설정으로 인해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결국 ‘허무’하게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충주·보은 등에서 버스를 타고 오간 학생들에게 교육박람회 의견을 묻자, 학생들은 “다트 던져서 선물을 받았고, 사진 찍고, 푸드트럭에서 맛있는 것 먹었다”고 말했다는 것. 일부 학생들은 “공부 안해서 좋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영욱 대표는 “이번 박람회는 새로운 발견도, 스스로 탐구할 여지도 없는 ‘배움의 장’이 아니었고 교사들에게도 그저 행정 협조의 연장이었다”고 일갈했다.
한 대표는 교육을 행정의 실적으로 환원시키는 ‘정책의 쇼윈도화’를 지적하며, “이번 박람회에 참여한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당당하게 참가 소감을 설문으로 받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현경 전교조 충북지부 사무처장 또한 “내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579억 원이나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육박람회 같은 전시성 행사는 가장 먼저 줄여야 할 불필요한 지출”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충북교육청은 전시성, 보여주기식 행사를 중단하고 ‘교육의 본질’로 돌아와 학교 현장에 실질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