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건폭' 인식 여전…충북노동자 10명 모조리 징역형

검찰, 음성군의회 항의 노동자 10명에 징역 1~2년 구형 지난 해 7월 ‘생활임금조례’ 관련 음성군의회에서 항의 음성군의회는 처벌불원서 제출…검찰, 특공방‧주거침입(폭력) 혐의 적용 노동계 “충북도의회 무단 난입 충북체육회장 A씨도 처벌해라”

2025-10-27     김남균 기자
윤석열 정권 시절, 건설노동자를 조직폭력배에 빗댄 ‘건폭’으로 규정하고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를 남발했던 검찰이,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징역형 등 강한 형량을 구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권 시절, 건설노동자를 조직폭력배에 빗댄 ‘건폭’으로 규정하고 공동공갈 혐의로 기소를 남발했던 검찰이,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징역형 등 강한 형량을 구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이 발생한 음성군의회 조차 처벌불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는데, 검찰은 50대 중반 여성을 포함해 10명의 노동자에 징역 1~2년 구형했다.

반면 지난 9월 김영환(국민의힘) 충북도지사에게 금품을 건넨 것으로 의심받는 충북체육회장 A씨가 충북도의회에 난입해 고함을 치는 등 소란을 피웠지만 경찰과 검찰은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

노동계에선 “노동자가 의회장에 허가없이 들어가면 징역형 유죄가 되고, 1000억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인일 경우 수사 조차 받지 않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전형”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제기했다.

지난 9월 청주지검충주지청(이승호) 검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음성노동인권센터 간부 A씨와 민주노총충북지역본부 김기연 사무처장 등 노동자 10명에 대해 징역 1년에서 2년을 구형했다.

징역형이 구형된 노동계 인사에는 50대 중반의 여성도 포함됐다.

검찰은 이들이 “사전 방청허가를 받지 않고 음성군의회장에 들어갔다”며 ‘폭력행위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주거침입) 혐의로 기소했다.

또 “의회장에서 고성을 지르고, 퇴청하는 군 의원들의 진로를 막았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사건 발단은 음성군의회  ’생활임금조례‘에 대한 셀프부결

지난 해 7월 음성군의회는 자신들이 발의했던 '음성군 생활임금 조례안에 대한 수정안'을 셀프 부결시켰다.

 

이들 노동자들이 음성군의회를 항의방문하게 된 경위는 음성군 의회의 ’셀프 부결‘ 사태 때문이다.

지난 해 7월 18일 음성군의회는 369회 1차 본회의에서 ‘음성군 생활임금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생활임금 조례안은 2023년 6월 군민 2300여명이 서명해 전국 최초로 주민조례발안제도를 통해 청구안이 의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음성군의회 의원 8명은 공동으로 주민들이 청구한 원안 대신 수정안을 발의했다.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안 대신 음성군 의원 8명 전원이 새로운 안을 발의한 것이다.

하지만 막상 표결이 시작되자 주민들이 제출한 원안은 찬성3, 반대 4, 기권 1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데 의원 8명이 모두 서명해 공동으로 발의한 수정안도 찬성 4, 반대 4로 과반을 넘기지 못하며 부결처리 됐다.

수정안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찬성표에는 민주당 소속 3인과 국힘 소속 의원 1명이 표를 던졌다.

한마디로 음성군의회 전원이 자신들의 낸 안을 ‘셀프 부결’ 시킨 것이다.

표결 직후 생활임금조례 수정안을 대표 발의한 조천희(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모든 의원이 찬성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수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모습에 과연 군의원으로서 군민에 봉사하고 군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위치가 되는가, 다시 한 번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의 기회를 가져주길 당부드린다"며 "이렇게 원칙과 상식이 없는 이런 음성군의회, 앞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 반성하십시오"라고 질책했다.

일주일 뒤 ‘생활임금조례’ 주민발의 운동을 이끌었던 음성노동인권센터 등 지역 노동단체 소속 인사들이 음성군 의회 회기에 맞춰 항의방문에 나섰다.

이들에 따르면 회의장 입구에서 피켓을 들고 음성군의회 의장과 의원에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음성군의회장 안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윤석열 한마디에 특진까지 내걸었던 검‧경 ‘건폭 몰이’

지난 8월 13일 김영훈 노동부장관은 윤석열 정권 때 발생한 이른바 ‘건폭몰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김 장관은 “지난 정부의 잘못된 노동 정책으로 상처받은 모든 분께 정부를 대신해 사과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른바 건폭이란 말은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절대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고 밝혔다.

‘건폭 몰이’는 윤석열 정부가 2022년 말부터 추진한 건설현장 불법 단속을 지칭하는 용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2월 국무회의에서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 단속해 건설 현장에서 법치를 확고히 세워라”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말 한마디에 검찰과 경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각 지역 건설노조 사무실에 대해 22차례나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건설노동자 2250명을 소환해 조사했고, 총 67건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재까지도 1000여명의 노동자들이 경찰과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노동계는 ‘건폭몰이’에 대해 “노조 탄압과 노조 혐오를 조장하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며 비판했다.

2023년 5월에는 양회동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건폭 몰이를 멈춰야 한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에 대해 국제기구까지 나섰다.

ILO(국제노동기구) 결사자유위원회까지 권고문까지 채택해 '건폭몰이 중단'을 요구했다.

검찰의 ‘건폭몰이’가 무리했다는 정황은 재판을 통해 속속 입증되고 있다.

지난 16일 부산지법(형사항소2-3부,김현희 부장판사)는 석아무개 전 지부장 등 7명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업무방해 혐의 사건에서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등을 내세워 항고했지만, 법원은 “1심이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결론내렸다.

지난 1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단독은 석 전 지부장 등에게 공동공갈죄 등의 혐의를 물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노동계 “검찰이 적용한 혐의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지역 노동계는 검찰의 구형이 균형을 잃었다는 입장이다. 노동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왜 벌어졌는지 전후를 살펴봐야 한다”며 “음성군 의회 의원 전원이 서명해 발의한 조례안을 자신들이 부결시키는 믿기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역 노동자들이 밤낮없이 뛰어가며 전국에서 최초로 주민발의한 조례안을 통과시켜주지 않는 것은 이해 할수 있다”면서도 “자신들이 발의한 안을 걷어차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음성군의회도 이를 인정해 재판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며 “50대 중반의 여성을 포함해 10명의 노동자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는 것은 검찰이 노동자들에 대해 적대감을 표현한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눈에는 여전히 힘 없는 노동자가 의회에 가면 유죄고, 김영환 지사에게 돈을 건넨 돈 많은 사업가는 무죄”라며 “우리에게 했던 것처럼, 충북도의회에 무단난입해 고함을 지른 충북체육회장도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9월 충북도의회에 본회의장에 충북체육회장 A씨가 사전방청허가를 받지 않은채 들어와 10여분이 넘게 고함을 치는 등 소란이 있었다. A씨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에게 두 차례에 걸쳐 450만원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그는 충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박진희 도의원이 관련된 사항을 질의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씨는 도의회에 공식사과했지만, 경찰이나 검찰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