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규에도 충북도의회 ‘오송참사 추모비’ 무산 시켜

김영환 지사 추모비 설치 약속 하루 만에 도의회 관련 예산 최종 삭감

2025-09-16     오옥균 기자

‘오송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충북도의회가 추모 조형물 설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충북도의회는 16일 제428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충북도가 제출한 제2회 추가경정 예산안 중 오송 참사 희생자 추모 조형물 설치 예산 5000만원이 삭감된 수정안을 가결했다. 재석의원 28명 중 21명이 찬성, 반대 2명, 기권이 5명이었다.

불과 하루 전 김영환 지사가 “유가족을 위로하겠다”며 도청 광장 추모비 설치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예산 심사 과정에서 같은 당 소속 도의원들이 예산 전액 삭감을 주도해 도정과 의회의 엇박자가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김영환 지사는 전날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조사 현장조사에서 “유가족들의 상처를 마무리해야 한다”며 “도청에 추모비를 설치하겠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어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다면 도청에 세우겠다”, “도의원들을 책임지고 설득하겠다”고 강조했지만 결국 말뿐인 위로로 끝났다.

일부 도의원들은 “설치에는 공감하지만 장소와 형식에 대한 공론화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지만, 결과적으로 김 지사의 발언과 배치되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시민사회는 “책임 회피”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오송 참사 시민대책위 관계자는 “도의회가 민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핑계를 대며 추모 조형물 예산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의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충북도 역시 유가족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족협의회는 전날 “도의회가 추모 조형물 설치를 반대하는 것은 오송 참사가 인재이자 사회적 참사였음을 부정하는 태도”라며 “의회는 이제라도 혼란을 결자해지하라”고 촉구했지만 메아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한편 충북도는 내년 본예산 또는 연내 제3회 추경 예산안에 관련 예산 재반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와 의회가 엇박자 행보를 이어가면, 유가족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