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일재산 환수 미루니, 친일파 후손은 친일연금(?)까지 받아
민영휘 후손, 최근 광주시와 남양주시 상대 점용료 소송 승소 경기도 광주‧남양주시 세금으로 연간 수천만원 지급해야 해당 토지는 친일재산…환수 안된 틈 노려 민영휘 후손 줄소송
법무부가 친일재산 국가귀속에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친일반민족행위자 후손들은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통해 토지점용료까지 챙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일재산 국가귀속 권한이 없는 지자체는 친일파 후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소송에서 패소한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연간 2700만원 가까운 세금을 친일파 후손에게 지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소송에서 재미를 본 친일파 후손은 지자체를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하는 상황.
국민세금으로 친일파 후손에게 친일연금 까지 주는 모양새다.
지난 1월 9일 대법원(재판장 대법관 오석준, 2024다305995)은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고손자 민△기씨와 민○기씨가 제기한 ‘부당이득금 청구의 소’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은 피고 민△기씨와 민○기씨가 부친 민병도(閔丙燾, 1916~2006. 남이섬설립자. 민영휘의 손자)로부터 물려받은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읍 퇴계원리 소재 토지를 경기도 남양주시가 도로로 사용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점용료’(부당이득금)를 지급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이 소송은 2022년 시작됐다. 1심판결에선 원고(민영휘 후손)가 패소했지만, 항소심재판부와 대법원은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남양주시청은 세금으로 민영휘 후손 2명에게 각 94만여원 연간 190만원 가까운 도로점용료를 내게됐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민병도의 후손 중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민□기씨도 지난 해 11월 같은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토지를 공동소유하고 있는 민병도의 후손은 총 5인으로, 다른 2명도 소송을 제기할 경우 남양주시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더 커진다.
이보다 앞선 지난 해 1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사건번호2023가단5365913)은 민영휘의 증손자이자 민병도의 손자들이 대한민국과 경기도 광주시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친일파 후손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광주시가 민영휘 후손들이 물려받은 토지를 국도와 지방도로 점용하고 있는 만큼 부당이득금(=토지점용료)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오는 17일 2심 재판이 선고예정이지만 판결이 번복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민영휘 후손에게 연간 128만여원, 광주시는 2383만여원을 지불해야 될 처지에 놓였다.
법원 “민영휘 아들 민규식‧민천식이 증여받은 토지는 친일재산”
아무리 친일파의 후손이 소유한 토지여도, 국가나 지자체가 토지주의 동의없이 도로를 개설하거나 사용할 수는 없다. 부당하게 점용했다면 토지점용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이들이 소유한 토지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이하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에 해당하는 재산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친일의 대가로 1904년 러일전쟁 개전시부터 1945년 8월 15일까지 취득하거나 후손에게 유증이나 증여된 재산의 취득시점부터 국가재산으로 간주한다.
현재 시점에서 친일파의 후손의 이름으로 소유권보존등기가 진행됐다 해도 애시당초 취득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대법원이 민영휘 후손에게 도로점용료를 납부하라고 판결한 토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읍 퇴계원리2××-×번지(도로, 112㎡, 공시지가 1억1061만원)다.
1996년 대한민국으로 소유권 보존 등기를 마쳤지만, 2005년 민영휘 후손들이 소송을 통해 되찾았다.
이 토지의 최초 소유자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3남 민천식(閔天植. ? ~ 1915.12.6.)이다. 민천식은 1913년 조선총독부가 토지조사작업을 하면서 최초로 토지를 사정받았다.
민천식은 1915년 25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했다. 그러면서 민영휘의 차남 민대식(閔大植)의 차남으로 태어난 민병도는 1916년 민천식의 양자로 입적됐다.
위 토지는 민천식이 사망하면서 부인 이민천(?)으로 소유권이 이전됐고, 그가 1948년 사망하면서 후 1948년 민병도에게 상속됐다.
민병도는 해당 토지를 상속받았지만 소유권 이전 절차를 밟지 않았다. 결국 1996년 대한민국으로 소유권 등기까지 진행됐다.
그런데 갑자기 2004년 남이섬 설립자 민병도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유권 보존등기 말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민병도는 애초 이 땅은 부친 민천식으로 상속받은 토지로, 대한민국 소유로 소유권 등기가 이뤄진 것은 잘못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2005년 2월 서울중앙지법(2004가단18406호)은 민병도의 손을 들어줬고 이후 2005년 10월 14일 최종확정됐다.
민병도가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시점은 ‘친일재산 국가귀속특별법’(제정 2005년 12월 26일)이 제정되기 직전이다.
당시 법원은 이 땅이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하지 않고, 소유관계만 따져 이같이 판결했다.
하지만 친일재산국가귀속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진행된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020년 서울중앙지법(사건번호 2020가단5063265)은 민영휘의 4남 민규식(민규식(閔奎植, 1888~?,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의 후손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소유권 말소 등기’ 소송에서 대한민국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민영휘의 증손자들은 "대한민국이 소유하고 있는 경기도 일대 6필지가 자신들의 할아버지인 민규식이 1910년 조선총독부로부터 최초로 사정받은 토지로 자신들에게 상속권이 있다며 기존 등기를 말소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민규식이 토지를 사정받은 1910년 그의 나이가 22세에 불과하고, 토지를 취득하는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토지는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휘의 토지로, 아들(민규식)의 이름으로 명의신탁한 토지로 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에 따른 친일재산인 만큼 국가가 소유자”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민규식 뿐만 아니라 민천식 후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도 동일하게 판단했다.
2024년 1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민천식의 후손들이 경기도 하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민천식은 이 사건 분할 전 토지를 사정받은 1911년 무렵 나이가 24세 내지 28세에 불과하고, 이 토지를 사정받을 때 음성군 일대 약 5만㎡ 규모의 토지도 함께 사정받았는데, 나이나 경제활동 사정받은 토지의 규모등에 비추어 볼 때, 러일전쟁 개전전부터 민천식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고 보이지는 않고, 오히려 위 토지를 사정받은 시기는 민영휘가 일본 정부로부터 자작 작위를 받은 시기와 근접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민영휘가 민천식에게 명의를 신탁해 사정받은 것으로 주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렇지 않더라도 민천식이 친일재산임을 알면서 민영위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 법에 따라 이 토지는 민천식이 사정받았을때부터 국가의 소유”라고 판결했다.
친일재산 귀속업무 손 놓은 법무부 책임 커
법원의 판결에 따르면 민영휘의 3남 민천식이 사정받은 토지 중 후손에게 유증이나 증여된 토지는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에 따라 국가로 귀속돼야 한다.
또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은 친일반민족행위자가 취득한 토지를 처음부터 무효라고 본다.
따라서 법원이 대한민국과 광주시, 남양주시가 민천식의 후손들에게 토지사용료를 지불하라고 판결한 토지는 국가소유로 볼수 있다.
당연히 국가소유인 만큼, 토지점용료를 낼 필요도 없다.
‘부당이득금(토지점용료)’ 소송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법무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 친일재산국가귀속특별법에 따른 친일재산 국가귀속 업무는 법무부가 맡고 있다.
이 법이 제정될 당시에는 대통령직속 ‘친일재산조사위원회’가 귀속 업무를 맡았다.
2010년 ‘친일재산조사위원회’ 활동이 종료되면서, 법무부로 이관된 것이다.
법무부가 법에 따라 국가귀속 조치를 시행하면, 민천식 후손의 소유권은 사라지고, 당연히 토지점용를 내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법무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다는 것.
이강일(더불어민주당, 청주상당)의원에 따르면 친일재산 국가귀속 업무가 법무부로 이관된 2010년 이후 법무부가 자체 조사를 통해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시킨 사례가 단 한 차례도 없다.
법무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셈이다.
이렇게 법무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친일파 민영휘의 후손들은 국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고, 혈세까지 축내는 상황까지 초래했다.
친일재산 국가귀속 업무에 대해 법무부가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